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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직전 어샌지 기고문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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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직전 어샌지 기고문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

"이라크ㆍ아프간 전쟁, 정의로운 전쟁이라면 진실을 말하라"

다음은 호주 출신의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샌지가 7일 영국에서 체포되기 직전 <더 오스트레일리언>지에 기고한 글의 전문번역(원문보기)이다.

어샌지는 이 글에서 위키리크스는 '과학적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언론을 개척했으며, 위키리크스와 <가디언> 등 세계 주요 매체들이 공개한 내용들은 누구에게 해를 주지 않지만, 사람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진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두려움 없이 공개하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호주 정부 역시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미국 정부에 수치스럽게 영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언론이 진실을 보도할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편집자>
▲ 미국의 외교 전문 폭로로 세계적인 인물로 떠오른 줄리언 어샌지. ⓒ로이터=뉴시스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The Truth Will Always Win)"

1958년 당시 <더 뉴스>의 소유자이자 편집자였던 루퍼드 머독은 "비밀과 진실이 다툴 때 결국 진실이 항상 이기는 것 같다"고 썼다. 그의 통찰에는 부친 키스 머독의 행동이 반영됐을 것이다. 키스 머독은 세계 제1차 대전 당시 갈리폴리 해변에서 호주군들이 무능한 영국 사령관들에 의해 무의미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영국은 그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키스 머독은 침묵하기를 거부했으며, 그의 노력은 결국 재앙을 초래한 갈리폴리 작전의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1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위키리크스도, 공개되어야할 사실들을 두려움 없이 알리고 있다.

나는 퀸스랜드의 시골에서 자랐다. 그곳 사람들의 말투는 무뚝뚝했는데, 그들은 큰 정부를 불신했다. 감시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부패할 대상으로 여겼다.

피츠제럴드 조사위원회 이전에 퀸스랜드 정부의 어두운 시절은 정치인들이 언론에 재갈을 물려 진실을 보도하지 못하게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보여준다.

위키리크스는 이런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호주에서 싹튼 아이디어는 인터넷 기술을 새롭게 활용해 진실을 보도하자는 것이었다.

위키리크스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개척햇다. 과학적 저널리즘이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릴 뿐 아니라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매체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과학적 저널리즘은 뉴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근거가 되는 원문도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이 얘기가 진실인가, 기자가 정확하게 이 얘기를 보도한 것인가를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민주사회는 강력한 언론이 필요하며 위키리크스는 이런 언론을 구성하는 일부다. 언론은 정부가 정직하도록 하는 데 기여한다. 위키리크스는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관련된 중요한 진실과 기업의 부패에 관한 이야기를 폭로했다.

"전쟁에 대한 거짓말보다 잘못된 것 없어"

사람들은 내가 반전주의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이력을 봐도 그렇지 않다. 국가는 전쟁을 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정의로운 전쟁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그런 전쟁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그런 거짓말을 위해 국민에게 그들의 생명과 세금을 걸도록 요구하는 것보다 잘못된 것은 없다.

정의로운 전쟁이라면, 진실을 말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그 전쟁을 지지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아프간이나 이라크 전쟁 기록, 미국 대사관의 전문, 관련 기록들을 봤다면, 모든 언론이 이런 내용을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라.

위키리크스만 미국 대사관 전문들을 공개한 것이 아니다. 영국의 <가디언>, 미국의 <뉴욕타임스>, 스페인의 <엘파이스>, 그리고 독일의 <슈피겔>을 포함한 다른 매체들도 똑같이 편집된 전문들을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추종세력들로부터 가장 악랄한 공격과 비난을 겪어낸 것은 이런 매체들이 보도를 하게 만든 위키리크스다. 나는 호주인이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데도 반역죄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의 특수부대를 동원해 나를 끌고가야 한다는 심각한 요구가 몇 십 차례나 미국에서 제기됐다.

새라 페일린은 내가 오사마 빈 라덴처럼 저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상원에는 나를 '초국가적 위험인물'로 제거할 대상으로 규정한 공화당 법안이 상정돼 있다.

캐나다 총리실의 보좌관은 전국 TV 방송에 나와 나를 암살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어느 블로거는 오직 나를 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 호주에 사는 20살짜리 내 아들을 납치할 것을 촉구했다.

호주 국민들은 길러드 총리가 이런 선동에 영합하는 수치스러운 행동을 결코 자부심을 갖고 볼 수 없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은 다른 언론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가디언>, <뉴욕타임스>, <슈피겔>는 유서 깊은 큰 조직인 반면, 위키리크스는 아직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약자다. 길러드 정부는 메신저를 쏘려고 하고 있다. 그들의 외교 및 정치적 거래와 관련된 정보를 포함한 진실이 폭로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가 나와 위키리크스의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공공연한 폭력적 위협들에 대해 어떤 반응이라도 보인 적이 있는가? 호주 총리라면 자국의 시민이 이런 일을 당하면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거도 전혀 없이 내가 불법을 저질렀다는 소리만 해왔다.

호주 총리와 특히 검찰총장은 논란을 넘어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위치에 있다. 장담하건대 이 두 사람은 자기들 살 궁리만 하고 있다. 그러나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미국 기관들이 저지른 행위들에 대한 진실을 폭로할 때마다 호주 정치인들은 미 국무부와 함께 거짓말의 합창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군대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라고.

위키리크스 폭로, 누구도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하는 내용에는 중요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둘 다 진실일 수 없다. 어느 말이 맞는 것인가?

어느 말도 다 틀리다. 위키리크스는 4년에 걸쳐 폭로해 왔다. 그동안 우리는 정부 전체를 변화시켰다. 어느 한 사람도 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호주 정부의 방관 속에 미국은 지난 몇 달 사이에만 수천 명을 살해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위키리크스의 아프간 전쟁 기록 폭로에 의해 민감한 정보원이나 정보 경로 등이 훼손된 경우는 없다고 시인했다.

펜타곤은 위키리크스의 보도로 아프간에서 어느 누가 해를 입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카불에 있는 나토 당국은 <CNN>에게,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호주 국방부도 마찬가지로 말했다. 어떤 호주군이나 정보원도 우리가 폭로한 것으로 해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공개한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들은 놀라운 사실들을 폭로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외교관들에게 국제조약을 위반해 유엔과 인권단체 관계자들로부터 DNA, 지문, 홍채 스캔, 신용카드 번호, 인터넷 비밀번호와 ID 등 개인 정보를 훔칠 것을 지시했다. 주미 호주 외교관들도 이런 정보 수집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요르단과 바레인에 있는 미국 관료들에게,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중단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이라크 조사위원회는 '미국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조작됐다. 스웨덴은 의회에 알리지 않고 나토와 미국의 정보를 은밀히 공유하는 관계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게 관타나모 수용자들을 이관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슬로베니아가 관타나모 수용자를 받아들일 경우에만 슬로베니아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

태평양 중서부의 공화국 키리바시는 관타나모 수용자를 인수하는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미국 대법원은 '펜타곤 페이퍼' 사건에 대한 기념비적인 판결에서 "오직 자유롭고 억제되지 않은 언론만이 정부의 기만을 효과적으로 폭로할 수 있다"고 적었다.

오늘날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소용돌이는 모든 언론이 진실을 폭로할 수 있는 권리를 방어할 필요성을 더욱 일깨우고 있다.

(번역=이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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