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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위키리크스, 美 정부의 '민주주의 증오'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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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위키리크스, 美 정부의 '민주주의 증오' 보여줘"

"이란이 아랍국가들의 公敵? 천만에 아랍 민중들은 그렇게 생각 안해"

미국의 비판적 지성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공개가 주는 의미를 분석했다. 촘스키 교수는 독립 뉴스 프로그램 <데모크라시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외교전문 공개가 보여주는 것은 미국 정치 지도자들 일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라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가 이렇게 단언하는 근거는 뭘까?

이번 폭로에서 드러난 '사실' 중 하나는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국가의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이 아닌 중동의 비아랍국가) 이란을 중동지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미국 등에 대해 이란 공격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외교전문이 공개되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힐라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란에 대한 미 강경정책의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촘스키 교수는 '이란이 중동지역의 최대 안보 위협'이라는 주장은 아랍 독재자들과 미국 외교관들의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이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불과 수 개월전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아랍의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랍인의 80%가 이스라엘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꼽았고 미국이 최대 위협이라고 지목한 비율도 77%나 됐다. 반면 이란이 최대 안보위협이라고 꼽은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나아가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경우 지역안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57%나 됐다. 뒤집어 얘기하면 이스라엘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에 대한 아랍인들의 우려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란이 중동지역의 최대 안보 위협'이라는 미 외교전문의 지적은 아랍국가의 독재자들과 미국, 이스라엘의 희망사항일 뿐, 아랍인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촘스키 교수는 "외교전문에서 그들이 말하는 '아랍'이란 아랍 민중이 아니라 아랍의 독재자들을 뜻한다. 압도적 다수의 아랍 민중들은 클린턴 장관이나 서구 언론들이 내놓은 분석에 반대한다"면서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외교 전문에 나타난 것만을 보고는 아랍 지도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말했는지 알기 어렵다. 전문에는 그들이 말한 것 중 일부만이 취사선택되어 기록된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필터링'의 문제가 있다. 외교관들이 이미 한번 걸러낸 것이라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즉 외교전문에는 이를 작성한 외교관의 의도가 적극 반영돼 있다는 얘기다.

이번 발표된 위키리크스 문서 중에는 한반도 관련 문서들도 꽤 있다. 예컨대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 또는 '중국이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외교관 발언들도 들어있다. 위와 같은 촘스키 교수의 지적에 귀 기울인다면 과연이 이것이 온전한 진실인지, 외교관들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지난 1971년 국방부 관료였던 대니얼 엘스버그가 미군의 베트남전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했을 때 이 문서의 출간을 도왔다. '펜타곤 페이퍼'(미 국방부 보고서)로 알려진 이 7000쪽 가량의 기밀문서는 미국이 전쟁 준비 후 베트남을 선제공격한 사실을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촘스키 교수는 '변형생성문법'이론으로 유명한 언어학자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평가로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는 1960년대부터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을 활발히 벌여 왔으며 이로 인해 투옥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금융 세계화를 비판하며 많은 저서를 펴내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기도 한다. 관련 저서로 <숙명의 트라이앵글-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1983),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1996),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2000), <불량 국가>(2001) 등이 있다.

촘스키와 대담을 진행한 에이미 굿맨은 미국의 독립 뉴스 프로그램 <데모크라시 나우>의 진행자이자 책임 프로듀서이며, 대표적인 미국의 진보 언론인으로 꼽힌다. 그는 방송 기자·뉴스 진행자일뿐 아니라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며 2008년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을 수상했다.

다음은 촘스키 교수와 굿맨이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각) <데모크라시 나우>에서 진행한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펜타곤 페이퍼'와 노암 촘스키

굿맨 :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들은 영국의 <가디언>, 독일의 <슈피겔>, 스페인의 <엘파이스>, 프랑스의 <르몽드>와 미국의 <뉴욕타임스>등 많은 언론에서 공개되고 있다. 40년 전 촘스키 교수는 진보적 역사학자 고(故) 하워드 진 보스턴대 명예교수와 함께 대니얼 엘스버그를 도와 '펜타곤 페이퍼'가 공개되는 것을 도운 적이 있다. 위키리크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그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다.

촘스키 : 엘스버그와 나는 친구였다. 앤서니 루소(토니 루소) 역시 이 정보 공개를 도왔다. 나는 펜타곤 페이퍼를 엘스버그와 루소에게 넘겨받았고 하워드 진 교수와 함께 관련된 칼럼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굿맨 : 어떤 방식으로 일이 진행됐나? 나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국방부 관료였던 엘스버그가 자신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이 자료를 빼내어 루소와 함께 복사한 것은 알고 있다. 촘스키 교수는 그 자료를 어떻게 전달받았나? 엘스버그가 직접 갖다준 것인가?

촘스키 : 그렇다. 엘스버그와 루소가 자료를 복사해서 가져다 주었다.

굿맨 : 책으로 펴낼 때 원본 자료를 얼마나 수정했나?

촘스키 : 진 교수와 나는 아무것도 수정하지 않았다. 국방부 자료는 전혀 편집되지 않았고 원본 그대로 출간됐다. 펜타곤 페이퍼는 국방부 자료만으로도 책 4권의 분량이다. 진 교수와 내가 했던 일은 많은 학자들로부터 이 사안의 중요성이나 의미 등을 다룬 칼럼과 비평을 받아 5권을 만든 것이다.

굿맨 : 그렇다면 촘스키 교수는 펜타곤 페이퍼를 최초로 본 사람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촘스키 : 엘스버그와 루소를 통해 나온 자료에 대해서라면 그렇다. 무슨 말이냐면, 누군가 다른 언론인들이 (엘스버그의 공개 전에) 그 자료를 보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 미국-이스라엘의 '민주주의 혐오' 밝혔다

▲ 노암 촘스키 MIT 명예교수 ⓒEPA=연합

굿맨 :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공화당의 피터 킹 하원의원은 '위키리크스는 외국 테러단체로 선포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촘스키 : 그건 웃기는 소리다. 펜타곤 페이퍼의 경우도 그렇고 이번 경우도 그런데, 정부가 비밀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를 자국 국민들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펜타곤 페이퍼를 공개할 때 엘스버그는 현재 진행 중인 사태와 관련이 있는 '협상'들에 대해서는 발간을 늦췄다. 그래서 그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나중에야 출간됐다. 그 보고서에는 미국인들이 반드시 알았어야 하지만 누군가는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많은 정보들이 있다.

이번 외교 전문 공개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까지 본 바에 따르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보 공개는 상당히 흥미롭다. 이 문서들은 '외교'라는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굿맨 : 이번 문서 공개는 다음 달부터 이란과 미국이 새로운 핵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와중에 이뤄졌다. 공개된 문서 중에는 이란과 관련된 내용도(사우디 등 아랍국가 지도자들이 이란을 중동지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지목했다는) 있다. (지난 11월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에 공개된 문서로 인해 이란 핵 위협에 대한 이스라엘의 태도가 정당함을 입증받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0년 동안 행해진 선동의 결과 이스라엘이 (다른 나라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야기가 이 지역에서 떠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시각은 유지되기 어려우며 역사상 처음으로 이란이 주요한 위협이라는 데 이 지역 지도자들의 의견이 일치됐다"며 "지도자들이 닫혀진 문 뒤에서만 하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게 된다면 평화를 위한 길에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도 29일 "이란이 큰 우려의 대상이라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은 이란의 의도와 행동에 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국무부 전문이라고 주장된 이 문서들에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란이 이웃 나라들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이 지역에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것이 국제 사회가 이란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승인한 이유"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이 '이란이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미국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이란 제재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클린턴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평한다면? 또 외교 전문 중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이란 공격을 미국에 요청했다는 내용도 있다. 마침 압둘라 국왕은 수술차 뉴욕에 와 있는데 그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없나? (편집자 : <데모크라시 나우>의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미국 뉴욕이었다.)

촘스키 : 그들의 말은 근본적으로 내가 아까 말했던 이번 사태의 의미(정치가들 일부는 민주주의를 혐오하고 있다는 것)를 지지하는 사례다. 즉 이번에 공개된 외교전문들은 '서방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과 네타냐후 총리는 아랍에서 (미국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몇 달 전 브루킹스연구소는 아랍인들이 이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광범위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왔다. 아랍인들의 80%는 이스라엘을 가장 주요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고, 77%는 미국을 두 번째로 큰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이란의 핵무기에 대해서도 과반수인 57%가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가진다면 지역 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80%, 77%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협 요인으로 꼽은 반면 이란은 겨우 10%였다. 이런 얘기는 여기서나 영국에서나 신문에는 보도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미국·이스라엘 정부와 대사관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외교전문에서) 한 마디도 없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일부가 가지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를 보여준다. (여론조사와 같은) 어떤 부분은 언급되지조차 않았다. 이런 경향은 외교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외교 전문에서 그들이 말하는 '아랍'이란 아랍 민중이 아니라 아랍의 독재자들을 뜻한다. 압도적 다수의 아랍 민중들은 클린턴 장관이나 서구 언론들이 내놓은 분석에 반대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또다른 문제는 외교 전문에 나타난 것만을 보고는 아랍 지도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말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에는 그들이 말한 것 중 일부만이 취사선택되어 기록된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필터링'의 문제가 있다. 외교관들이 이미 한번 걸러낸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외교관들이 정보를 얼마나 왜곡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가장 심각한 왜곡은-심지어 왜곡이 아니라 단지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독재자에게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전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압도적 다수의 민중이 미국의 중동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해도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이 지역을 다룬 다른 전문에서도 발견된다. 가장 흥미로운 전문 중 하나는 2008년 12월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에서 국무부에 보고한 것이다. 사실 이 공격은 가자 지구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이 전문은 정전 협정이 있었다는 것은 정확히 기록하고 있지만 정전 기간 중에 팔레스타인의 반 이스라엘 세력인 하마스가 이 협정을 정확히 준수했다는 내용은 기록하지 않고 있다. 사실 이스라엘이야말로 이 정전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정전 기간 중 하마스는 단 한 번의 로켓 공격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전문에서는 누락됐다. 오히려 이 전문은 2008년 12월 하마스가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자위권 차원에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제 미국 대사관에 이스라엘의 압력에 민감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명백해졌다. 대사관은 실제로 일어난 것과는 정확히 정반대로 알고 있다. 하마스는 정전협정의 갱신을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은 고려 끝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스라엘은 안보보다는 폭탄을 선호한 것이다. 전문에서 또 누락된 것은 이스라엘은 정전협정을 준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나라는 정전기간 중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를 풀지 않았고, 미국 대선이 있었던 날인 2008년 11월 4일에도 가자를 침공해 하마스 군인들을 살해했다. 이로 인해 교전이 발생했고 사상자의 대부분은 팔레스타인인이었다.

정전협정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같은해 12월 하마스는 협정 갱신을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은 거절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을 선택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정당화한 대사관의 보고는 광범위한 왜곡이었다. 이는 대사관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거나 또는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키리크스는 반미주의자"라는 페일린 반응, 예상대로다

굿맨 : '티파티' 운동의 핵심 인물인 사라 페일린 알래스카 전 주지사가 이번 위키리크스 파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읽어 드리겠다. 페일린은 이렇게 썼다.

위키리크스의 운영자 줄리언 어산지를 막기 위해 (정부는) 뭘 했나? 어산지는 아주 민감하고 비밀로 분류된 정보를 뿌리고 있고, 게다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정보 공개를 했다. (아프간전 및 이라크전 문서 공개를 뜻한다. <편집자>)어산지가 언론인이라고? 그렇다면 알 카에다의 영문판 잡지 <인스파이어>도 언론이겠네. 어산지는 손에 피를 묻힌 반미주의자다. 그가 지난번 아프간전 문서를 공개함으로써 (미국을 위해 일해온) 100명 이상 아프간 정보원의 신원이 탈레반에 드러났다. 우리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 지도자들을 잡으려고 끈질기게 노력하는데, 어산지는 왜 그렇지 않은가?

촘스키 교수는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촘스키 : 페일린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예상했던 대로다. 페일린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이 있다. 나는 우리가 거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훈이란 예를 들어 좀전에 내가 말한 것과 같다. 가장 극적인 폭로 내용은 클린턴 장관 등 미 행정부 관료들과 외교 부처 모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쓰디쓴 증오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들은 브루킹스 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알면서도 아랍권 국가들이 이란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미국에 이란을 폭격하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아랍 민중들의 여론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아랍 독재자들이 미 국무부의 주장과 일치하는 말을 한 것만 반영된 것이다.

얼마나 '필터링'이 있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 아랍 독재자들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도 사실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민중들은 이 외교전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외교전문에서 다뤄진 것은 미국 정부가 지지하는 독재자들의 의견일 뿐이다. 독재자들이 우리를 지지하는 한, 국무부에게는 그들이 '아랍 세계'다. 이는 미국의 정치적 리더십과 신문에 나타나는 주도적 여론의 감수성을 보여준다.

지금 미국인들은 '모두 다 미워' 상태…티파티 승리의 기반은 증오

▲ 인터뷰를 진행한 <데모크라시 나우>의 에이미 굿맨 ⓒEPA=연합
굿맨
: 미국 중간 선거 얘기를 좀 하겠다. 선거 후 촘스키 교수는 '길 잃은 분노'(Outrage Disguided)라는 칼럼을 쓰신 것으로 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할까? 티파티 운동에 대해 평한다면?

촘스키 : 티파티 운동은 자체적으로 15~20%의 유권자들을 갖고 있다. 그들은 대개 풍요롭고, 백인이고, 미국 본토 태생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분노다. 반수 이상의 미국인들은 티파티 운동을 조금이나마 지지한다고 말했으며 이들이 낸 후보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그 메시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의 생각은 흥미롭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미국인들이 매우 분노해 있고, 적대적이며, 모든 것에 반대하는 상태임을 보여준다.

기본적인 이유는 의심의 여지없이 경제 불황이다. 단지 재정적자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모든 경제 부문이 문제다. 제조업을 예로 들면, 현재의 실업률은 대공황 시기의 수준이다. 그리고 그때와는 달리 사라진 일자리는 미국인들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미국 기업의 경영자와 소유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제조업보다 금융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197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클린턴 행정부 때까지 정부는 이를 부추겼고 경제는 '금융화' 되었다.

이윤을 창출하며 금융기관들은 급속히 성장했다. 이와 동시에 제조업 부문은 다른 나라들로 이전됐다. 지금 미국에서 어떤 전자제품을 사든 그것은 중국산이다. 중국은 동북아시아 전체의 조립공장이다. 좀더 복잡한 부분은 중국보다 발전된 국가에서 나오고, 미국에서는 기술이 나온다. 비용이 저렴한 멕시코나 베트남 등지에서 이 모든 부품과 기술들을 결합하고 조립해 미국에 되가져와 판매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미국사회를 파괴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업 소유주나 경영자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들의 관심은 이윤이며 경제는 이렇게 굴러간다. 사람들은 여기에 매우 힘들어하지만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월스트리트 증권·금융가가 현재의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공화당에 표를 던진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월스트리트와 연관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정도는 공화당이 훨씬 심한데도 말이다.

이는 모든 이슈에서 다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모두를 미워하고 적대한다. 민주당은 싫지만 공화당은 더 싫고, 대기업도 싫고, 정부도 싫고, 의회도 싫고, 과학도 싫다.

굿맨 : 만약 촘스키 교수가 오바마 대통령의 보좌관이라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겠나?

촘스키 :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한 대로 하라고 하겠다. 대기업들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을 적대했을 때처럼 노동조합을 도와주고 (대기업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자극해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대중주의적인 정책(populist program)을 펴라고 말이다. 모든 것을 금융자본의 손에 넘겨주지 말라고 충고할 것이며 건강보험 개혁을 밀어붙이라고도 할 것이다. 현재의 건강보험 개혁은 아주 미미한 개선에 지나지 않으며 중요한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있다. 재정 상태가 걱정돼서 못 하겠다면 재정 적자는 거의 전적으로 군사비 지출 때문이라는 사실을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군사비 지출은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불구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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