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문은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스티븐슨 주한 미국 대사에게 말한 것처럼 '심리전' 상태에 가까웠다"고 보았다. 청와대와 자주 접촉을 갖는 미국 측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북한의 압박에 대해 양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남북관계를 얼어붙은 채로 내버려둘 준비가 돼 있고 현재의 대북정책을 적절한 것으로(comfortable)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보다 더 보수적인 참모들과 지지자들은 현재의 대치 국면이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불러올지라도 북한을 압박하고 약화시킬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미국 측은 평가했다. 또한 미국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남한 국민들에게 상당한(considerable)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았다.
이 외교전문은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한국 외교정책의 '창조적 재구축'을 촉구했다"며 "2008년 2월 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은 그의 두 전임자를 비판하며 '지난 10년, 더러는 멈칫거리고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고 이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
정부 관계자 "10.4 선언은 노무현의 대선전략…MB가 이행할 필요 없다"
2007년 2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부터 이른바 'MB독트린'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널리 알려졌다.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는 전임 대통령들의 "원칙 없고 일방적인 포용정책"을 폐기(abolish)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북한이 완전한 북핵 폐기와 이산가족 재결합에 대한 남한 정부의 입장 수용,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을 해결하면 '관대한 원조'를 한다는 이른바 '상호주의적' 방침으로 이전의 정책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하자마자 이 대통령은 2000년과 2007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재검토할(review)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정부의 한 고위(senior) 관료는 2007년의 10.4정상회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 달 후의 대선에서 진보적인 후보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계획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10.4 선언의 약속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공공연히 불평했다.
이 전문은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신속하고 격렬했다"며 "김영삼 정권 이래로 들을 수 없었던 위협적인 수사를 동원하며 북한은 남북관계 단절을 향해 나아갔다"고 보았다. 가장 먼저 북한은 남한으로부터의 식량 지원은 원하지도 않고 필요치도 않다며 모든 남북대화를 취소했다. 다음으로 남북 간의 통행로를 엄격히 차단했고 개성 관광을 중단시켰으며 개성공단으로의 통행도 제한됐다.
전문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고 박왕자 씨 사건)으로 남한 정부가 금강산 관광까지 중단하자 "햇볕정책의 가장 자랑스러운 두 결과물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고 보았다.
중국, 러시아 정책은 성공…북한, 일본 정책은 '글쎄'
한편 이명박 정부의 전반적인 외교정책에 대해 미국 측은 "이 대통령은 무역 이념과 실용주의를 한국이 동맹국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천명했고 중국과 러시아와는 정치적 경제적 유대를 확장하는 등 실제로도 일부(some)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과 북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노력은 엇갈렸다"며 "한국 국민들은 과거사 문제를 (현안과) 분리하려는 이 대통령의 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대북정책에서 경제 이슈, 안보까지 아우르는 한일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이 전문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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