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電文)을 통해 현재 한반도 위기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각) "한반도에 관한 미 국무부의 외교전문들에서는 위기에 대한 예언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며 "최근의 한반도 위기는 예측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3대 세습'과 이번 일련의 위기 사태는 연결돼 있다며 이같이 말하고 "다만 전문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어떻게 위기를 막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외교 전문에 따르면 중국과 남한의 전문가들은 미국에게 '북한 내에서 김정은의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해 군사적 업적을 쌓아 주려 할 수 있다'고 경고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또한 장성택 북한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섭정과 같은 위치로 떠오를 것이며, 장 부장 역시 북한의 '선군정치'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더욱 불길한 '축포'을 예견했다. 현 장관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에게 '북한이 3대 세습을 위해 3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 장관은 북한 정권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핵 관련 기술과 심지어 플루토늄까지 내다 팔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고수해 왔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상'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며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한다면 모든 문은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에는 중국과의 교역이라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은 효과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미국의 과학 국제안보 연구소(ISIS)가 펴낸 보고서는 북한이 어떻게 미국과 유엔의 무역 제재를 뚫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확보할 수 있었던 주요 경로는 중국에 세워진 위장 회사를 통한 것이었다.
또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 설비를 공개한 것은 11월 들어서지만 외교전문은 2008년 3월 이미 그 조짐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미 상원 대표단이 청징예 중국 외교부 군축 대사에게 북한의 원심분리기 기술 구매와 관련 질문을 하자 청 대사는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에 초점을 맞추라"고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 자료로 드러난 '북-중' 부패 커넥션
중국이 북한으로 자금과 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막지 않는 이유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을 못마땅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교전문은 이는 중국의 경제적 이득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전한다. 중국과 북한 고위층들과 연관된 '사업'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 놀랍도록 솔직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이 신문은 한 중국 관계자가 북한이 자국에서의 광물 채광권을 중국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기며 중국 내부의 친북한 정책을 유도하는 한편 평양에 10만 채의 아파트를 지을 만큼의 현금을 받았다고 전한 것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중국과 북한 고위층의 자녀들은 가장 수익성이 높은 투자와 원조 사업을 가로채 거래함으로써 자신들의 재산을 늘린다"며 "만약 중국 고위층의 자녀가 중국의 대북 원조사업 계획을 듣게 되면, 그는 북한으로 달려가 북한 당국자에게 원조 사업에서 자신을 따르도록 설득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 브로커가 원조사업에서 자신이 추천한 회사를 북한이 선택해 사업을 낙찰받도록 하고 대가를 챙기는 것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이 모든 단계에서 돈을 주고받으며 결과적으로 권력층과 밀착된 중국 브로커가 배를 불린다"고 말했다. 또한 굶주리고 절망한 북한 국민들의 중국으로의 불법 밀입국 역시 "잘 유착된 브로커 네트워크"에 의해 이뤄진다고 한 전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분명한 것은 '지금 이대로의 상태'(status quo)는 중국과 북한의 몇몇 권력자들에겐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비록 현 상황은 비참하고 위험하지만 이 '사업'에서 나오는 이득 때문에 변화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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