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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공개, 미 외교정책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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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공개, 미 외교정책이 무너지고 있다"

<슈피겔> "이처럼 민감한 정보를 이처럼 방대하게 유출 당한 적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 외교의 적나라한 활동을 보여주는 최근 3년간(2006년부터 올 2월까지)의 외교전문 25여만 건을 전격 공개해 북핵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곤경에 처해 있는 오바마 행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특히 위키리크스는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 프랑스의 <르몽드> 독일의 <슈피겔>, 스페인의 <엘파이스> 등 세계 5대 매체에 관련 전문을 사전에 넘겨 충격적인 내용들이 28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되도록 했다.

이들 5대 언론들은 자체 검증팀을 가동해 앞으로 수개월간 폭로된 문건들을 분석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첫 날인 28일 이들 언론들은 미국이 자국의 외교관을 스파이로 활용했다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유엔 고위 간부테 대한 미국의 첩보활동에 관한 문서들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가 "무분별하고 위험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하는 한편, 이 문건들을 입수한 매체들에게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가디언> 등 이들 매체들은 한결같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일축했다. 내용으로 볼 때 세계 시민의 알권리 입장에서 볼 때 '보호해야 할 비밀'에 속하는 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이 미국의 적나라한 속내를 보여주거나 미국을 비롯해 각국의 권력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내용이어서 오히려 각국 국민들이 알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을 대량으로 폭로한 위키리크스 홈페이지. ⓒ로이터=뉴시스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국제문제에 영향 미칠 것"

세계 시민들의 '알권리'의 입장에서 이번 문건들의 의미는 중차대하다는 것도 이들 매체들의 공통된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문건은 미국과 일부 국가들의 관계를 긴장시키는 등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국제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미국 외교정책의 정치적 붕괴를 몰고올 사태"라고 더욱 심각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잡지는 '25만 여건의 미 국무부 문서 중 전세계 미국 대사관의 기밀전문들이 많이 포핟돼 있으며, 이 문서들은 미국이 전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왔는가를 보여준다"면서 "역사상 초강대국이 이처럼 민감한 정보를 통제하지 못해 방대한 규모로 유출당한 경우는 없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슈피겔>과 <가디언>은 이처럼 중대한 파장을 몰고올 문건들이지만, 미국 정부가 보도를 엄격히 금지할 권리는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해 주목된다.

"실제 비밀 등급 문건은 극소수"

<슈피겔>에 따르면, 이번 문건 중 불과 4330건 만이 'NOFORN(외국 전파 금지)" 등급으로 분류된 비밀이고, 6%(1만6652건)가 '비밀'로 분류됐을 뿐, 40.5%는 '기밀' 그리고 나머지 절반 가량은 등급외다.

<가디언>은 아예 '전산화된 문건'이 무슨 비밀 문건이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들이 위키리크스에 의해 잇따라 대량 유출된 원인 자체가 미국 정부의 허술한 기밀 관리에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미 국방부는 9.11테러 이후 정보공유를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세계 각국에서도 안전하고 손쉽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내부전산망(Siprnet)을 구축했는데, 문제는 300만 명이 넘는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이 이 전산망에 접근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1993년 당시 미 회계감사원 조사 결과 '기밀' 수준의 정보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은 인원이 306만 7000 명 이상이었으며, 그때보다 지금은 더 많은 정보와 취급 인가자들이 생겨 사실상 SIPR의 문서들의 유출을 원천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가디언>은 "전자화된 비밀문서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면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말하거나 행해진 어떤 것도 대중의 관심사"라고 못박았다.

다만 이 신문은 "위키리크스가 제공한 비밀문서에서 문건과 관련된 특정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진행중인 군사작전이나 병력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정보도 있으며, 이런 경우는 제공할 수는 없다"고 제한을 두었으며, 이런 위험 요소가 많은 경우 미국 정부와 협의해서 공개하지 않거나, 일부 위험 요소가 있는 문건들은 편집해서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보도를 통해 공개되는 문건 내용들에 대해 미국 정부가 시비를 걸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가디언>의 편집자 사이먼 젱킨스는 "이번에 폭로된 문건들은 센세이셔널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현황 분석과 고위급 가십이며,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패와 위선을 드러내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는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꼬집으면서 '보도 통제 요구'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도둑정치(클렙토그러시)를 자행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길 원했다던가, 파키스탄의 ISI(정보부)가 악랄한 탈레반과 내통하고 있다는 얘기를 알고 놀랄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미국이 알고 있는 것을 우리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예멘를 다루는 방식이 전부 알려지면 예멘 정부가 불쾌해하겠지만, 놀라운 것은 아니다.

만일 미 국방부가 난민수용소를 폭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 사실이라면 큰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미국 의원이라면 군사장비 구입의 대가로 외국의 장성들에게 제공되는 리베이트 규모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역할은 권력자들을 당혹스러움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아니다. 미국 스파이들이 유엔의 규정을 어기고 유엔 사무총장의 생체정보를 획득하려고 했다면 유엔사무총장은 그 내용에 대해 알 자격이 있다.

영국의 유권자들은 아프간 지도자들이 영국군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한다. 미국(그리고 영국)의 납세자들은 아프간 지원 명목으로 투입된 수백억 달러의 자금 대부분이 카불 공항에서 도로 이 나라밖으로 유출되는 사실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상스러움과 가정교육 결핍, 영국 왕실에 관한 고위층의 잡담 같은 것이 알려진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나는가.

미국의 외교정책은 우파 노선에 노예처럼 종속돼 있고, 해외의 폭발 사건과 미국내의 친 이스라엘 의원들에게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만일 비밀 전문들이 이란, 파키스탄, 가자, 예멘 등에 대한 전쟁 준비에 관련된 내용이 있다면, 이런 내용의 폭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정책들의 어리석음에 대해 논쟁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폭로 문건 파문으로 우리는 피할 시간이 있는데도 재앙이 전개되는 과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 대중의 알권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면 어떤 것이 해당되는가."


남북한 관련 폭로 내용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지난해(2009년) 12월 윌리엄 번스 미 국무차관과 만나 "북한의 행동은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번스 미 국무차관과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간 회담은 스티븐 보즈워스 미 한반도 담당 특별대표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하기 위해 방북했던 지난해 12월9일 중국에서 열렸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으로 내부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2월 한국 관료들은 정확한 사업 거래가 통일한반도와 이웃해 살아야 하는 중국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워싱턴에 보고했다. 통일한국과 관련해 한국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중국에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계획도 검토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무기력한 늙은이(flabby old chap)'로 묘사했고, 뇌졸중을 앓는 김정일이 '육체적, 정신적인 후유증(trauma)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슈피겔>은 "이번 비밀문건들은 미국의 외교정책의 토대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아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미국의 파트너들이 미국에 가졌던 신뢰가 전례없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면서 "이제 미국이 그들의 파트너들을 진정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본심들이 공개됐기 때문"이라면서 외국의 지도자들을 적과 아군의 이분법으로 분류하는 미국 외교관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 2006년 당시 주독 미 대사 윌리엄 팀켄은 '메르켈 총리는 미국과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위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국무부에 보고했다.

현재 주독대사 필립 머피는 독일 외무장관 구이도 베스터벨레에 대해서 '복잡한 외교안보정책 현안에 대해 깊이가 요구된다'고 적었다.


이런 평가는 우호적인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미국 외교 정책관계자들의 눈에는 모든 대상들이 친구와 적으로 신속하게 분류된다.

이런 분류에 따를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와 아랍에미레이트의 최고통치자 셰이크 빈 자예드는 미국의 친구로 분류된다. 압둘라 국왕은 이란 정권을 유지되는 것을 참지 못하면서 경멸감을 서슴없이 표현했고, 자예드는 '조속히 이란을 상대로 재래식 전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핵무장한 이란을 마주하게 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외교관들은 터키의 레셉 타이이프 에르도간 총리에 대해서 '무능한 측근들의 도움으로 통치하고 있다'면서 '이슬람 국가의 길로 가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슬람 국가로 간다는 것은 유럽연합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평가와 주요 공개 내용

이번 정보 공개는 외교가를 전율하게 했고, 몇몇 나라와의 긴장관계를 가져오게 하거나 국제 문제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전 세계의 미국 대사들은 외국 당국자들과 접촉해 이 예고된 정보공개를 경고했다. 백악관은 "우리는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해) 비밀로 분류된 문서들과 민감한 국정 관련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성명에서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책임있고 열린 정부를 지지하지만 이번의 분별없는 위험한 행동은 오히려 그 목적에 반대되는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비밀로 분류된 정보를 훔쳐서 공개하는 것은 (공개 대상이 된 사람들의) 인권 뿐 아니라 개인의 성과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전쟁과 테러의 시대에 미국이 세계와 맺은 관계에 대한 비밀 연대기다. 정보의 출처는 미 국무부와 세계 각지의 270개 대사관 및 영사관이다.

△ 파키스탄과의 핵연료 협상 고착 위험 : 2007년부터 미국은 파키스탄의 연구용 원자로에서 불법적인(핵무기 개발의) 용도로 쓰일 수 있는 HEU를 제거하려고 극비리에 노력해 왔다. 현재로서는 이 노력은 실패했다. 2009년 5월 앤 패터슨 주 파키스탄 미국대사는 파키스탄이 미국 기술자의 방문을 거부했다고 말하며 이 나라 당국자가 "핵연료 제거에 대해 언론에서 알게 되면 '미국이 우리의 핵무기를 뺏아갔다'고 보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해킹 작전 :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구글 사의 시스템에 대한 침입 해킹을 지시했다고 중국측 한 관계자가 주중 미대사에게 지난 1월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에 대한 해킹은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작전의 결과이며 이 작전은 개인보안 전문가와 중국 정부에 의해 고용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터넷 전문가 등 정부 측 요원들에 의해 수행됐다. 이들은 2002년부터 미국 및 서방 동맹국들의 전산망과 달라이 라마, 미국 기업들의 컴퓨터에도 침투해 왔다고 이 문서는 밝히고 있다.

△ 대테러 작전에 대한 엇갈린 기록 : 사우디아라비아는 알 카에다와 같은 수니파 무장세력의 가장 큰 후원자이며 페르시아만의 작은 국가인 카타르는 미국의 군사작전을 전폭적으로 후원해 왔으나 대테러 노력에서는 '이 지역에서 최악'이라고 지난해 12월의 외교문서는 전한다. 카타르의 안보 당국은 "알려진 테러리스트들에 대응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으며 미국과 테러 세력들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 외교문서는 전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음모 : 로마에 주재 중인 미국 외교관계자들은 이탈리아와 러시아의 '에너지 조약'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거물 사업가의 '이례적일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한 이탈리아 측 관계자의 말을 2009년 전했다. 이 '관계'에는 "풍성한(lavish) 선물"과 "그림자에 싸인(shadowy)" 러시아어에 능통한 이탈리아인이 동반됐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미국 외교관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유럽에서 "점점 푸틴의 대변인이 돼 간다"고 말하고 또한 푸틴 총리가 러시아에서 다른 어떤 정부기관보다 우위에 있지만 기관들은 종종 푸틴 총리의 지시를 무시함으로써 그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정부는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이 항의하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에게 "헤즈볼라에 '새로운' 무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인권 문제를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충돌 : 미 정부 관계자는 무장세력 관계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무고한 독일 시민을 오인 납치해 한 달간 아프가니스탄에 감금한 미 중앙정보국(CIA)를 기소하지 말라고 독일 정부에 경고했다. 오랜 경력을 가진 한 미국 외교관계자는 독일 측 당국자에게 "우리의 의도는 독일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며 다만 독일 정부가 용의자와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 좀더 신중히 판단하기를 부탁하는 것"이라 말했다.

25만 1287건에 달하는 이 문서는 익명을 조건으로 <뉴욕타임스>에 전달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중 많은 수는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것이었고 '1급 비밀'인 문서는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1만 1000건은 '비밀'로 분류돼 있었고 9000건은 '외국에 비공개'로 표시돼 있었다. 4000건은 둘 모두에 해당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정보를 공개할 때 미 국무부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의 이름 등은 모두 가렸으며 내용에 따라서는 미국 정보기관의 노력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문서의 일부분이나 문서 전체를 기사에서 뺐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9.11 테러 이후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미국의 국제관계에 테러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문서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파키스탄이 알 카에다와의 싸움에서 믿을만한 동맹군인지 판단했다는 것과, 중동에서 실종된 호주인들을 테러리스트 의심 명단에 올렸다는 것, 파키스탄 길거리의 인력거꾼들이 손님을 기다리는지 미국 영사관을 감시하고 있는지 조사했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문서들은 심지어 이미 알려진 사실들에 대해서도 놀랄 만한 세부사항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예멘 정부가 알 카에다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서 미국의 역할을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지난 1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과 데이비드 페트레이우스 당시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의 대화 내용은 깜짝 놀랄만한 것이다.

살레 대통령이 "폭탄은 우리 것이지 미국 것이 아니라고 우리(예멘)는 계속 말해 왔다"라고 했다는 것. 살레 대통령은 예멘 부총리에게 "농담 삼아 예멘 군이 (미사일) 공격을 수행했다고 의회에 가서 거짓말을 해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이 문서는 전했다.

이슬람 보수주의 국가의 권위주의적 지도자이지만 유쾌한 인물이기도 한 살레 대통령은 페트레이우스 장군에게 지부티 지방으로부터의 밀수 문제에 대해 불평했지만 그가 우려하는 것은 마약이나 무기 밀매이지 위스키는 아니라고 말하며 "만약 좋은 위스키라면"이라고 덧붙였다.

외교 문서가 공개되어도 좋은지를 놓고 정부와 언론 영역에서는 5월부터 많은 토론이 있었다. 당시 브래들리 매닝 미군 이병은 "전 세계의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26만 건의 외교문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컴퓨터 해커인 에이드리언 라모와 벌인 인터넷 토론에서 매닝 이병은 이 문서들과 이라크전 기밀문서 등을 위키리크스에 건네줬다고 말했다.

라모는 매닝 이병이 문서를 공개했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매닝 이병은 체포되었다. 매닝 이병은 비밀로 분류된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가 인정된다면 그는 긴 감옥살이를 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외교문서는 몇십 년이 지나 관계자들이 죽거나 은퇴한 다음에야 공개됐다. 국무부가 펴내는 간행물인 <미국의 외교관계>는 1972년까지의 자료들까지만 수록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 중 9.11 테러 이후의 일을 다룬 것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며 수백 건 정도가 1966년부터 1990년대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어떤 문서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수많은 문서들은 미국 외교관들이 결과가 확실치 않은 일을 위해 노력해 왔음을 보여준다. 문서를 읽으면 미국이 세계를 마음대로 휘두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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