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오바마,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오바마,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인디펜던트> "항모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 재앙 초래할 수도"

다음은 25일 영국의 <인디펜던트>의 에디터 아드리안 해밀턴이 쓴 칼럼 '오바마는 한반도 위기를 악화시키려 한다(Obama risks making the Korean crisis worse)'의 전문 번역(원문보기)이다.

해밀턴은 이 칼럼에서 연평도 사건에 대응해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미군사연합훈련과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파견 결정은 북한의 행위를 바꾸기는커녕 재앙을 초래할 '전시적 정치'에 불과하다 비판했다.

그는 북한처럼 내부 사정을 알 수 없는 군사독재정권은 중국도 섣불리 개입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이 많기 때문에 중국에게 북한을 통제해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며, 결국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는 수밖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 28일부터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위해 서해에 투입될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연합뉴스
"군사적 과시 행위, 재앙 초래할 뿐"

어제(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에 대한 최악의 대응을 결정했다. 이번 주말에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하기로 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번 훈련은 이전부터 준비한 것이며 공격이 아니라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번 훈련에 일본에 주둔해 있던 항공모함을 남한 수역으로 이동 배치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결코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한다고 북한의 행동을 바꾸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면서 몸값을 올린 이번 사건이 일어난 데에는 천안함 사건에 대응해 이달 실시한 남한의 군사훈련도 작용했다.

불과 몇 개월전에도 미국이 이번에 파견하려는 항공모함이 힘을 과시할 목적으로 남한 수역에 파견됐다. 당시에도 북한의 입장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고, 이번에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물론 이번 사건은 이전에 벌어진 사건들보다 심각하다. 연평도 마을 전체가 불타고 여러 명의 민간인 사상자의 모습들이 TV 보도로 전해지자 남한 국민들이 분노하고 정부가 보복을 위해 뭔가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군사적 과시 같은 전시용 행위는 재앙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서구의 대응은 결의라기보다는 효과없는 전시용 정치에 해당한다. 예고된 한미합동훈련과 남한 수역에 파견되는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는 미국과 한국이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번 사태에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동정할 수도 있고, 서방에서 흥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우라늄 농축 능력도 상당히 키워온 사실을 과시하기도 했다.

미국은 더 이상 이 지역에 군사적 힘으로 변화를 강요할 힘이 없다. 게다가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을 무릅쓸 형편도 안된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이 거부권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쓸모가 없다.

또한 김정일이 자신의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확립하려고 하면서 북한에 대한 통치 권력이 확고하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평화적인 해결책이 전혀 없다고 일축하는 것은, 북한이 사악한 군사집단이라거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실상 파산한 국가로 치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판단일 것이다.

"북한의 소행들, 전적으로 비이성적인 것 없어"

현실적으로 볼 때 북한은 어느 쪽도 아니거나 이런 면들을 어느 정도 다 가지고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 저지른 소행들이 전적으로 비이성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핵무기 개발과 우라늄 농축은 북한에게 경제적으로는 무모한 짓일 수 있지만, 그들이 두려워하는 외부의 공격에 대해 자신들을 지켜는 능력을 크게 늘려주었다.

또한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의 행위는, 모두 한국전쟁 말기에 남한에 귀속됐지만 그들이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고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해역에서 벌어진 것이다. 지도를 보면 일리가 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외부의 개입이라면 공격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또한 북한이 안고 있는 주된 문제가 종종 드러나듯 내부의 권력투쟁이라면, 외부에 대한 공포심을 조성하는 것은 내부 통합를 보장하는 전형적인 전술이다.

문제는 북한의 정치적 상황이 어떤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김정일이 남한을 공격함으로써 아들에게 군부의 지지를 이끌어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북한의 군부가 자신들의 이빨을 극적으로 드러내보임으로써 김정은에게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도 모르지만, 중국도 모를 수 있다. 중국이 동맹이라는 북한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그토록 무기력하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 철없는 아이를 훈육하는 부모처럼 행동할 것을 촉구하기는 매우 쉽다. 하지만, 남아공과 짐바브웨의 사례에서 보듯 중국도 상황을 바꾸려 나서기에 제약 요인이 많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섣부른 개입보다는 내부 변화 기다려야"

이웃나라에 지원을 끊어버리는 조치는,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비틀거리면서도 스스로 걷도록 내버려두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냉전시대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의 행동은 전례없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서남아시아, 소련의 공산정권, 라틴아메리카의 군사독재정권들에게서 겪은 것들이다. 이런 정권들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개입하거나 대립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인지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런 경험으로 알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들의 원칙을 지키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억압적인 정권들(버마,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무가베의 짐바브웨)은 우리의 예상보다 권력을 유지하는 능력이 훨씬 강하다. 하지만 경제, 교류, 세대에 걸친 진보가 결국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세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그들이 어떤 합의 지점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협상 기회를 계속 제시하고, 개입을 하지 않아도 내부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방안은 멋있어 보이지 않지만,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군사적 행동을 할 것처럼 위협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다. (번역=이승선)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