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이번 정상회의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줬다.
▲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서밋 개막총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라우스 슈왑 세계경제포럼(WEF) 총재, 빅터 펑 리&펑 회장, 조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신시아 캐럴 앵들로 아메칸 CEO.ⓒ연합뉴스 |
이 대통령은 "원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면서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 언제까지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 것인가 하는 그 원칙에 대해 아마 오늘 합의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로 환율 문제 등에 합의가 나오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하는 등 실효성이 있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말 G20 재무장관이 합의했다는 환율 가이드라인 역시 미국이 대규모로 달러를 찍어내는 양적완화를 단행함으로써 이미 무력화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많은 나라들이 국제적인 환율 갈등을 무릅쓰고 기축통화국답지 않은 행태를 벌이는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서, '미국의 몰락 조짐'을 읽어내고 있다.
일본 최고의 환율 전문가로 저명한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의 경제는 1990년대 일본의 불황과 비슷하다면서, 가계와 은행이 빚과 부실이 많은 상태에서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에서 보듯 이런 불황은 오래간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그는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주정부 재정이 열악한 상태인데다, 연방 정부의 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선 상태라는 점을 들어,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아이켄그린 "요즘 미국에서 쇠톼의 분위기 느껴진다"
이와 관련, 미국의 환율전문가로 저명한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요즘 미국에서는 쇠퇴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면서 "과도한 제국주의적 확장, 정치적 분열, 그리고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금융위기 등이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진단한 뒤 그는 "일부 논객들은 미국이 '영국병'에 걸린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대영제국이 이른바 '영국병'에 걸려 서서히 몰락한 것처럼 미국도 같은 길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아이켄그린 교수의 지적처럼 미국이 '영국병'에 걸렸다면, 우선 '영국병'이 무엇인지부터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영국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다.
이에 대해 아이켄그린 교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으로 '금융위기와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분열양상'에서 영국병의 원인을 찾았다. 그는 "영국은 1930년대 금융위기에 통합된 정책 대응을 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정책들을 결정해 대영제국이 쇠퇴했다는 이론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실패였던 영국병, 미국의 운명에 꼭 들어맞아"
그는 "당시 영국은 중요한 경제문제들에 대해 합심하기보다는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는 정쟁에 몰두했었다"면서 "영국병은 단순히 경제적 실패가 아니라 정치적 실패였으며, 불행하게도 미국의 운명에 꼭 들어맞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 안건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완전히 분열된 모습을 보여준지 오래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득세하면서 미국 경제정책의 흐름은 보수적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대공황 때 높은 관세장벽을 쌓아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나아갔다. 세계 2차 대전 이후에는 노동당과 보수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그때마다 정책이 바뀌면서 불확실성을 키웠고, 부실한 금융체제가 고착되었다.
현재 미국의 정치판은 경제정책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정반대로 갈리면서 "효과도 없이 부작용만 낳는' 어정쩡한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다. 최근에 미국 중앙은행 Fed가 결정한 '대규모 양적완화'도 이런 평가를 받으면서 국제적 갈등과 미국의 앞날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