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이 어디냐?
대천 해수욕장이 있는 바로 거기다.
그곳에 노동부도 있다.
보령 노동부.
띠우는 베트남에서 대학을 나온 기술자로 한국에 와서는 용접 일을 했다.
그는 처음 경기도 시흥에서 일했다. 중장비 덮개를 만드는 회사다.
얼마 후 회사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공장이 충남 서산으로 옮겨 갔다. 그는 서산으로 따라가서 3년 일하다가 퇴직했다.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후 회사가 사라졌다. 경기도 안산으로 기계를 실어갔다는 얘기도 들리고 중국으로 옮겼다는 소문도 있다. 어쨌든 띠우는 2개월치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해 보령 노동부에 진정했다. 아직도 회사 소재지가 보령 노동부의 관할구역인 서산으로 되어 있으니까.
아침 7시 발안.
K간사가 띠우를 데리고 출발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아서 1시간 반 만에 보령까지 주파했다.
약속시간은 아침 9시.
왜 이렇게 이른 시간을 잡았을까?
감독관 하는 말이,
"아침 출근시간 대가 아니면 도저히 시간이 안 나거든요."
가보니 시간이 안 난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냥 해본 말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왜냐하면 행동이 너무 여유 만만하니까. 감독관은 9시가 다 되어 서류를 꺼내놓더니 여기다 4분 전화하고 서류를 보다가 또 저기다 1분 전화해서 확인하고 또 서류를 천천히 뒤적거리곤 한다.
"너무 만만디네."
그제서야 여기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말이 느린, 그 유명한 스천(舒川) 보령(保寧)이라는 게 생각난다. 하지만 감독관은 충청도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을뿐더러 말도 늦지 않다. 오로지 행동만 유장(悠長)하다.
시간이 흘러도 사장님이 나오지 않아서 조사는 김이 샜다. 그 사장님 너무 했다. 서로 시간을 맞추느라 3번이나 출석을 연기했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다니. 결국 사장의 형이라는 W과장과 대신 통화하는 걸로 조사를 시작했다.
감독관이 전화에 대고 물었다.
"사업주 지금 어디 있죠?"
W과장이 대답했다.
"중국에 계십니다."
"체불임금과 퇴직금 734만원 인정하죠?"
"예. 인정해야겠죠. 자료가 있다면."
"언제까지 지급할 겁니까?"
"10월 말까지요. 그때가 되어야 기계매각대금을 받거든요."
"좋아요. 그때까지 지급 안 하면 출국금지 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
그 감독관,
행동은 유장하지만 태도는 똑 부러졌다.
▲ 보령 감나무. ⓒ충청타임즈(오종진) |
노동부 근처는 아침 먹을 데도 마땅치 않다.
그냥 발안 가서 점심 먹기로 하고 차에 올랐다.
얼마 못 가 신호대기에 걸렸다.
띠우가
"저기 감 있어요."
하는데 보니 가로수가 *감나무다. 올 때는 통 몰랐는데.
빨간 감이 햇살에 빛났다.
*감나무 : 감나무는 좋은데, 핸드폰으로 찍어온 사진이 안 좋다. 충청타임즈 보령 서천 담당인 오종진 기자가 찍은 사진이 좋아 여기 싣는다. 전재를 허락해준 오 기자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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