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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존슨 "환율전쟁, 그 배후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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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존슨 "환율전쟁, 그 배후는 월가"

[해외시각] "세계금융시스템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사이먼 존슨 MIT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미국 상원도 그의 견해를 경청하는 진보적 성향의 세계적인 금융학자다. 그는 지난해말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을 월가의 '대마불사급 대형금융업체'들로 지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존슨 교수에 따르면, 월가의 대형금융업체들은 1980년대 이후 정치권 규제를 무력화하고 최대한 몸집을 키운 다음, 탐욕스러운 투기적 자산운용으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의 정치권은 이들을 망하게 내버려둘 경우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협박에 못이겨 공적자금을 투입해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겼다.

그런데도 이후 버락 오바마 정부가 금융개혁을 위한 법안까지 마련했지만 대마불사급 은행들이 시스템 리스크를 다시는 초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개혁에 실패해 또다시 월가발 금융위기가 재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존슨 교수는 "대마불사급 은행들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정도의 규모로 자산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고, 이들이 탐욕스러운 투기 행태를 보이도록 유도하는 과도한 인센티브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금융위기는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국제환율전쟁이 통제불가능할 정도의 양상을 보이는 배경에는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로이터=뉴시스
환율 급락, 정부도 두 손 들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런데 존슨 교수는 최근 가열되고 있는 국제환율전쟁이 '통제 불가능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배경에도 대형금융업체들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사실 현재 달러 대비 가파르게 하락하는 환율은 정부의 시장개입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정도다. 일본 정부가 수십조원의 자금을 동원해 엔고 저지에 나섰는데도, 14일 엔화는 장중 한 때 1달러 당 80.88엔까지 떨어지며, 1995년 4월19일에 기록한 1달러 당 79엔75전이라는 사상 최저치마저 경신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존슨 교수는 'Who Caused the Currency Wars?'라는 글을 통해, "환율전쟁을 누가 환율을 실제보다 저평가하고 있느냐는 전통적인 구도로 본다면, 중국이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환율시장을 감시할 임무를 지닌 IMF도 책임으로 따지면 두번째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IMF는 자금 지원을 미끼로 수많은 자산을 서구에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도록 만든 가혹한 긴축정책을 강요했다. IMF는 지금에 와서는 "아시아의 실정을 잘 몰라 좀 지나친 면이 있었다"는 식으로 고의는 아니었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존슨 교수는 "IMF 이사회는 지금도 서구의 발언권이 과도하게 반영되도록 구성되어 있고, 신흥국들에게 더 많은 발언권을 주도록 재편하자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구 자본 이익에 충실한 IMF는 신뢰 상실

존슨 교수는 "IMF 사태를 지켜본 신흥국들은 다시는 IMF의 지원을 받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중국처럼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들어 외환보유고를 쌓아두는 모델을 택하게 됐다"면서 "수출 지원을 위해 자국의 통화가 평가절상되는 것을 그처럼 치열하게 막으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율전쟁을 촉발시킨 경상수지 문제까지 고려하면, 오늘날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린 주범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흥청망청 소비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자초했다. 미국은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는 다른 나라에게는 '선물'이 되고 있다고 자위한다.

하지만 중국 혼자 2조 달러를 초과해 이제는 3조 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게 됐다는 것은 미국의 분수에 넘치는 소비를 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면서 채권투자 수익률이 떨어지자, 자금 흐름이 바뀌었다.

현재 국제 자본의 순유입 흐름만 보면 여전히 신흥시장에서 미국으로 흘러들어간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경상수지는 흑자이고, 미국은 적자라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 다시 신흥시장으로 몰려오는 구조

하지만 자본의 순환 과정 전체를 놓고 보면 신흥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의 대형은행들을 거쳐서 다시 신흥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제적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대마불사급 대형은행'들은 자신들의 자금을 묻어두기에 가장 최적의 장소다. 이들 은행들이 있는 국가 자체가 무너지지 않는 한 말이다.

문제는 대형은행들이 이 자금을 가지고 신흥시장에 들어가 이곳의 자산 거품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존슨 교수는 현재의 상황은 1970년대 산유국들의 풍부한 '오일 머니'가 서구의 은행들로 몰리고, 이 은행들이 이 자금을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공산주의 국가들(폴란드, 루마니아 등)에까지 대출해줘 이들 지역에 자산 거품을 유발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런 자산의 투기적 운용은 결국 1982년 대규모 부채 위기를 초래했다.

존슨 교수는 "현재도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규모가 더 크다"고 말한다. 문제는 은행들은 이런 위험을 기꺼이 타고 올라설 인센티브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존슨 교수는 "그들은 이익이 생기면 자기들이 가져가고, 만일 손실을 보면 납세자들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면서 "올해 월스트리트는 또다시 사상 최대의 보너스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나아가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환율전쟁' 자체는 소규모 접전에 불과하다"면서 "정말 큰 문제는 세계 금융시스템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며, 과도한 리스크-테이킹이 또다시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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