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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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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끔

[한윤수의 '오랑캐꽃']<287>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고 각지의 노동부에 출석한다.
하지만 대전 노동부까지가 한계다.
더 멀리 가면 비용과 시간이 너무 들기 때문이다. 대전도 기름값과 직원 출장비 등으로 10만 원 이상이 깨진다.

캄보디아 두 사람의 체불금 때문에 대전에 가게 생겼다.
사장님이 나올지 안 나올지, 사전 조율을 해봐야 한다.
사장님이 안 나오면 또 한 번 가야 하니까.
그러면 깨지는 비용이 얼만데!

사장님에게 미리 전화를 해보았다.
"오늘 꼭 나오실 거죠?"
"예. 꼭 나갑니다."

출석시간은 저녁 7시. 사장님이 "낮에는 바빠서 죽어도 못 나간다!"고 해서 저녁 시간을 잡아 놓은 거다.

저녁 7시 대전 노동부.
사장님이 안 나타난다.
우리 직원 L간사가 전화를 해보았다.
"사장님, 지금 어딥니까?"
"아, 지금 내가 서울에서 내려가고 있는데요."
환장!

저녁 8시.
다시 전화를 해보았다.
"지금 어딥니까?"
"아, 지금 수원 지났는데."
더 환장!

우리도 그렇지만, 감독관도 못할 노릇이다.
감독관이 수화기를 들었다.
"사장님, 계속 안 나오실 겁니까?"
"쪼끔 늦어질 것 같은데요."
"언제 도착할 겁니까?"
"대전 도착하면 9시 반 정도? 감독관님, 그러지 말고 내일 아침에 얘기하면 안 될까요?"
감독관이 언성을 높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근로자들이 경기도 광주하고 충남 아산에서 내려왔는데 또 오라고 할 수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하죠?"
"그래봤자 사장님 주장하고 한 사람은 7일치, 또 한 사람은 4일치 차이밖에 안 납니다. 어떡하실래요? 근로자들 주장 인정하시겠습니까?"
사장님이 미적거리다가 마지못해 답했다.
"예, 인...정하고 주...겠습니다."
감독관이 수화기를 놓았다.
"사업주가 인정했으니까 사인만 하고 가세요."

시계를 보니 8시 40분.
밖으로 나오니 완전히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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