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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날개 꺾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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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날개 꺾이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동결 거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역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10개월 간 동결하는 조치가 끝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정착촌 건설의 동결 조치를 연장하라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거부의 뜻을 밝혔다고 범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설득에 의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있어 최대 걸림돌이었던 서안지역 정착촌 건설을 10개월 간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사이, 지난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이후 중단됐던 평화협상이 지난 2일 20개월 만에 재개됐고, 양국은 미국의 중재에 의해 어렵게 대화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협상이 재개된 지 한 달도 못 돼 정착촌 건설 유예기간이 만료되면서 뇌관이 터진 것. 미국과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유예기간을 연장하길 촉구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그는 다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만남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착촌 건설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평화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착촌 동결이 계속되지 않는 한, 지난 10개월의 노력 역시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텔아비브 소재 페레스 평화재단의 론 푼닥 교수는 "팔레스타인은 올해 말까지 동결 기간을 연장시켜주길 요구하고 있는데, 그 3개월 동안이라면 일을 매듭짓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동결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더 쉽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동결 끝났다"

그러나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민들은 이미 정착촌 건설 유예기간의 만료 기점인 26일 자정이 오기 몇 시간 전부터 건설 장비를 들여오고 대규모 축하 행사를 여는 등, '이스라엘의 땅'을 되찾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나는 이스라엘 땅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것이라고 (버락) '후세인' 오바마 대통령 앞에 가 말할 것이다"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랍식 미들네임을 강조, 유대인들이 미국을 향해 갖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역에서 26일(현지시간) 자정을 기해 열린 이스라엘 정착촌 동결 유예기간 종료를 기념하는 유대인 정착민들의 행사가 열렸다. 한 유대인 참가자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對) 유대인 정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자보를 들고 있다. ⓒ로아터=뉴시스

중동 평화협상에 열의를 보여 온 미국의 입장은 난처해지게 됐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26일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정착촌 건설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없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과 긴밀한 연락을 취할 것이며, 조만간 그들과의 회담을 재개할 것이다"라고 강조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우방국이자 워싱턴 정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동결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반대편에서, '정착촌 건설이 계속되면 평화협상에서 탈퇴하겠다'고 주장해 온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미국의 외교적 노력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을 시험대에 올려 놓고 있다.

압바스 태도 '어정쩡'…팔' 내부 반발도 우려

한편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도 어려운 입장에 처해졌다. <알자지라>는 26일 기사에서 최근 유엔 총회 연설에서만 해도 "(이스라엘은) 정착촌 건설과 평화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경하게 나왔던 압바스 수반의 태도가 이제는 '어정쩡하다'고 표현했다. 압바스 수반은 범아랍권 신문 <알-하야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동결이 계속되지 않더라도 바로 평화협상에서 이탈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아랍연맹 위원회, 아랍 외무장관들과의 의논을 통해 평화협상 탈퇴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압바스 수반은 27일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아랍연맹 위원회와 얘기를 나누고 있으며 내달 4일에는 아랍 외무장관들과 만나 같은 문제를 상의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 외 아랍 지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는 압바스 수반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는 물론이고 대다수 팔레스타인 시민들마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과 평화협상은 병존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알자지라>는 유대인 정착촌이 팔레스타인인들이 사적으로 소유한 땅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이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수천 명의 개인들이 갖는 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의 입장은 압바스 수반이 이끄는 파타정파와 대립해 '평화협상 탈퇴'를 주장해 온 하마스에 가까울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 때 무력으로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지역, 동예루살렘,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조성하고 자국민들을 꾸준히 이주시켜 왔다. 현재 이들 지역에 산재한 정착촌은 120여 개에 이르며 주민은 50만 명 정도 된다.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정착촌 증설을 중단해야 함은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던 자리에 세워진 기존 정착촌도 없애 1967년 전쟁 이전의 영토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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