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의 반응 살피기(Testing North Korean Waters)'라는 제목의 글에서 '믿을 수 있는 정보원인 러시아 친구(well-placed Russian friend)'를 인용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 정보원은 러시아의 조사 결과가 공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기고문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인해 침몰했다는 주장에 대해 (국제사회 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지난 6월 천안함 증거들을 살펴 본 러시아 조사단의 결과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를 '러시아 친구'에게 물은 결과 위와 같은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공개되지 않은 러시아의 조사 내용은 한국의 신문을 통해 알려졌다면서 "러시아 측은 천안함 침몰이 어뢰보다는 기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가 폭발에 앞서 배가 좌초한 흔적이 있고, 스크루에 엉킨 어망에 걸려 올라온 기뢰가 폭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 점도 덧붙였다. 이 내용은 지난 7월 말 <한겨레>가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 요약본을 보도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 천안함 침몰 관련 조사를 위해 러시아에서 파견한 전문가팀이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이들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직접 조사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
이밖에도 그레그 전 대사는 최근 남북관계가 대결로 치닫는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천안함 이후 이어진 대북 강경책에 대해 한국의 고위 외교관이 "이명박 정부는 북한으로 가는 다리를 모조리 태워버렸으며, 출구전략 없는 강경책을 밀어붙였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전통적인 치킨 게임과 닮아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한·미가 김정일 체제의 붕괴를 바라고 군사훈련이나 경제적 제재를 밀어붙인다고 해도 그 기대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중국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한·미의 압력이 북한의 대(對) 중국 의존성을 높인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증을 증거로 들었다. 북·중 의존성 강화에 대해 그는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이 즐겁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불안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레그 전 대사는 기고문의 처음과 끝부분에서 각각 최근 북한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그의 방북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서 천안함 문제를 논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김일성 주석과 우호적이고 유용한 대화를 한 전직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 지도부로부터 천안함과 관련한 그들의 주장을 들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카터 전 대통령이 곰즈 이상의 것을 북한에서 가져올 수 있다"면서 적대적이기만 했던 북미 관계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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