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비소트스키 러시아 해군 사령관은 24일 러시아 라디오방송 <에코 모스키비>에 "우리는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여전히 의문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뉴스통신 <리아 노보스티>가 전했다.
비소트스키 사령관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합조단의 조사 자료와 관련 증거를 살펴본 뒤 귀국한 러시아 전문가들이 아직 어떠한 결정적인 답변들도 제시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소트스키 사령관은 그러한 의문들에 대한 답변들이 나올지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의문은 있으나 정보가 부족해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힘든 상태여서 한국의 재조사가 있어야만 해결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해군의 잠수함·어뢰 전문가 등 4명으로 구성된 러시아 전문가팀은 지난 5월 31일 한국에 도착해 합조단의 자료와 관련 증거를 살펴본 뒤 6월 7일 귀국했다.
이처럼 러시아가 합조단의 결론을 납득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한겨레>는 지난 8일 "러시아 정부는 북한 소행의 결정적 증거로 한국 정부가 제시한 '1번 어뢰'를 천안함 침몰의 '범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1번 어뢰'의 출처와 부식 정도, 천안함의 스크루 손상 등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신들의 공식 결론을 밝히지 않은 채 합조단 결론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만을 계속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천안함 조사 결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이명박 정부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서부지역의 유력 언론 <LA타임스>는 23일자 기사에서 합조단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국 내 다양한 시각들을 소개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A타임스>는 '천안함 침몰에서 북한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 과학 논쟁을 주도하는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 교수, '좌초 후 충돌' 주장을 하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견해를 소개했다.
신문은 또 정부가 관련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고 말을 바꾸는 한편 감사원조차 해군 고위층의 거짓말과 정보 은폐를 지적했다면서 "천안함에 관해 제기되는 의문점들이 미국을 당황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국방연구위원의 김철우 연구위원(예비역 공군 대령)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합조단이 왜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합조단은 (자신들의 조사 결과에 있는) 작은 불일치 문제를 덮으려고 하고 있는데, 그런 태도는 신뢰도를 손상시킨다"고 말했다. 국방 관련 국책연구소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합조단에 참여했던 토마스 에클레스 미 해군 준장은 이 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천안함에는 버블제트 어뢰가 폭발하면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선체의 손상 형태(pattern of damage)로 볼 때 버블제트 어뢰 같은 것들에 의해 나타나는 손상과 정확히 일치하므로 합조단의 결론은 반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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