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이같은 결론 역시 '추정'이지만,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피격됐다는 합조단의 조사 결과는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크게 손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 사고 발생 시간, 손상된 스크루, '결정적 증거'인 1번 어뢰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한국 해군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러시아 해군 전문가 그룹의 검토 결과 자료'라는 문건을 입수해 27일 공개했다.
▲ 천안함 침몰 관련 조사를 위해 러시아에서 파견한 전문가팀이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 이들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직접 조사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
이 문건에서 러시아 조사단은 "한국 쪽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폭발 시간(21시21분58초)은 사건 당일에 함선 안의 전류가 끊어져 마지막으로 찍힌 동영상의 촬영 시간(21시17분3초)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조단이 발표한 사고 시각보다 4~5분가량 앞서 불가항력적인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 조사단은 또 "천안함 승조원이 해안 통신병에게 핸드폰으로 승조원의 부상에 대해 처음으로 알린 시각이 21시12분03초"라며 "한국 쪽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동영상 촬영 시각이 실제보다 차이가 있고 승조원의 해드폰 통화 기록은 없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의 스크루 손상과 관련해서도 "해당 참사가 일어나기 전부터 해저면에 접촉돼 오른쪽 스크루 날개 모두(5개)와 왼쪽 스크루 날개 두 개가 손상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는 천안함이 바닥에 닿아 스크루가 깨지거나 휘었다는 얘기로, 합조단의 공식 발표와 크게 차이가 난다. 아울러 "훼손된 스크루를 광택이 나도록 심하게 깎았다는 점이 감지됐다"고 해 증거 훼손 의혹도 제기했다.
또한 러시아 조사단은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1번 어뢰'에 대해 "제시된 어뢰의 파편이 북한에서 제작된 것일 수는 있으나, 잉크로 쓰인 표시는 일반적인 표준(위치, 표기 방법)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의혹을 드러냈다.
러시아 조사단은 이어 "어뢰의 파편을 육안으로 볼 때 6개월 이상 수중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파편이 1~2개월가량 바닷속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합조단의 육안 감식 결과와 차이가 난다.
이러한 몇 가지 의혹을 바탕으로 러시아 조사단은 사고 원인에 대해 "접촉에 의하지 않은 외부의 수중 폭발이라는 주장이 확인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부의 비접촉 수중 폭발'이라는 점에선 합조단의 결론과 같지만, 러시아 조사단은 어뢰보다 기뢰에 의한 수중 폭발의 가능성을 높이 두고 있다.
러시아 조사단은 "함선이 해안과 인접한 수심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수심 깊은 해역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에 함선 아랫부분이 수뢰(기뢰)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함선에서 프로펠러 축의 오른쪽 라인에 엉커져 있는 어선 그물의 잔해가 발견된 것은 '기동지역 내에 어로구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이 수심이 낮은 지역을 항해하다가 1차로 문제가 생겼고, 2차로 기뢰에 의해 수중 폭발했을 수 있다는 등 침몰 원인을 '복합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이 네비게이션의 오작동이나 기동성에 제약을 받는 상태에서 항해하다가 자국의 어뢰에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한국 쪽 기뢰나 어뢰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1970년대 백령도 부근에 대규모 폭뢰를 뿌렸고, 미국도 상당수의 기뢰를 뿌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조사단은 끝으로 "한국에서 제시한 어뢰 파편은 구경 533mm 전기 어뢰로 추측되지만 이 어뢰가 천안함에 적용됐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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