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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후계자 김정은' 승인? 북중관계 모르고 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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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후계자 김정은' 승인? 북중관계 모르고 하는 소리"

[전문가 분석] "김정일 방중은 '정상적인' 정상 외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중 양국 관영통신의 보도로 확인된 내용만 보면 지난 5월 5일 베이징(北京) 정상회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으며 중국의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과 북한의 라선(나진·선봉) 지역 간 경제 무역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 밖에도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에서 고(故)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전 족적을 따라간 점을 들어, 여정의 목적이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를 앞두고 내부적 정통성을 다지는 '성지순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동선이 권력 승계와 관련이 있을지언정 중국에게 후계자를 '인정받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북한이 개혁·개방을 약속하고 중국으로부터 후계구도에 대한 지지를 받는 '빅딜'을 했다는 분석은 북중관계를 '종속관계'로 파악한 오류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측 보도에서 강조한 6자회담 문제가 북한 보도에서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논의에 대해서는 그리 적극적인 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정창현 <민족21> 대표,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에게 각각 이번 김정일 방중·북중 정상회담의 의미를 물었다.

▲ <신화통신>이 공개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8월 27일 정상회담 당시의 사진 ⓒ신화통신

■ 정창현 <민족21> 대표

이번 창춘(長春) 정상회담은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입장을 다시 한 번 대외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5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중국의 개혁·개방 건설의 경험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번에 그 말을 따라 이동한 것 같다. 중국 '창지투(창춘-지린-투먼)'와 북한 라선(라진·선봉)지역의 연계 개발에 대해 북·중 모두가 관심을 두고 있음이 5월 정상회담의 연장선에서 드러났다.

6자회담에 대해 북한은 전향적으로 나설 의사가 있지만 한·미·일의 준비가 아직 덜 됐다는 판단으로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만약 중국이 (북한이 주장해 온) 4자회담을 통한 평화협정 프로세스를 담보한다면 북한은 적극적으로 6자회담에 나서고 10.4 남북정상선언을 이행하는 등 진전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북한)는 이 정도까지 보여줄 생각이 있는데, 너희(중국)가 동북아 안보 중심 역할을 확실히 해야 미국을 설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 너희가 미국을 설득하면 우리는 거기에서 의미 있는 행동을 보여줄 의향이 있다' 정도의 뜻을 피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5월 정상회담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것들을 소화하기 위한 일정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8월 초순쯤 정상회담을 결정한 것 같은데 미국이 쉽게 움직일 기미를 보여주지 않으니까 결국 '미국, 한국이 안 움직이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식으로 중국행을 결심한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조·중 친선의 바통을 후대에 잘 넘겨주자"고 말한 것 등, 권력 승계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도 있지만 단순히 후계자 문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말하는 개혁·개방에 응하겠지만 북한의 체제, 북한만의 노선은 그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중국이 그것을 확고히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6자회담 재개 전망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6자회담 재개는 미국의 입장이 제일 중요하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양국의 기본 입장은 확인했지만 미국이 지금처럼 소극적이면 북·중이 먼저 무언가를 제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까 양국이 논의했다는 국제 문제는 (6자회담 관련 구체적 논의라기보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에서 한미동맹 위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북·중 양국의 정치적·군사적·경제적 공동 대응 방안이 아닐까 한다. 정치적으로는 북·중 친선관계의 재확인, 경제적으로는 창지투-라선 개발 등이고 군사적으로는 어떤 것일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듯하다.

김일성의 유적을 '성지순례'하듯 돌아봤다는 얘긴 과도한 해석이라고 본다. 물론 그와 비슷한 의도로 돌아봤을 수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중국 방문이 후계자를 승인받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은 무척이나 과장돼 있다. 후계 문제는 양국 간에 논의할 대상은 아니다. 북한의 내정 문제기 때문에 중국이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일성 발자취 방문은) 과거의 북·중 친선관계를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그 관계를 강화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또 무엇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중 경제협력에 관한 진전된 논의다. 동선이 창지투 개발에 맞춰져 있다.

■ 북한 전문가

이번 정상회담의 메인 이슈는 6자회담 논의도 북·중 경제협력도 아니었다고 본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5월 정상회담보다 그 내용이 더 후퇴했다. 연회 연설문이 상당히 재밌다. 6자회담 언급이 아예 없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창지투를 둘러보긴 했지만 (보도나 연설에서) 그 일은 짤막하게만 언급된다.

수해 피해 때문에 중국에 '구걸'하러 갔다는 해석도 왜곡됐다. 그냥 북·중간 정상(正常)적인 정상(頂上) 외교다. 다만, 김정일의 과거 방중 때처럼 확실한 형식과 내용을 갖춘 정상외교는 아니었던 듯하다. 치밀한 준비가 안 되어있는 상태로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일성의 발자취를 따라 갔던 게 주요한 목적이었다고 보는데, 그러나 항간의 해석처럼 중국에 후계 구도를 인정받기 위해 갔다는 얘긴 말도 안 된다. 그건 북중관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김 위원장이 오는 9월 44년만의 당 대표자 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고 3남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중대한 변화에 앞서서 자기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가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생모 김정숙의 고향인 회령을 방문했던 것과 비슷하게 (이번 방중 일정에도) 그리움 따위의 인간적인 감정들이 묻어나는 부분이 있다.

북한에서의 권력 이양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승계다. 그걸 앞두고 (김 위원장이) 뿌리를 찾아보려는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경제 협력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방문지는 중국 지도부의 영향으로 일정에 '끼워진' 것 같다. 중국 지도부는 북한을 끊임없이 교육시키려 하니까.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관련국들을 방문하고 있으니까 '6자회담 재개 물꼬가 트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본다. 이번에 북한이 중국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우리(북한)로서는 강력하게 나갈 수밖에 없지 않냐'는 의지를 보였을 수도 있다.

북한은 중국 상대로도 '벼랑 끝 전술'을 쓴다. 자신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진다고 경고하며 대중 압박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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