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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무기밀매상 신병 두고 미국-러시아 등살에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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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무기밀매상 신병 두고 미국-러시아 등살에 '갈팡질팡'

미국 추방 결정 후 연기…'우린 주권 국가' 강변

태국에서 붙잡힌 러시아 무기밀매상의 신병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가 다투고 있는 가운데, 태국 정부가 그의 미국 추방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외압'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43세의 빅토르 바우트. 90년대 앙골라에서 무기밀매를 시작한 그는 그동안 유엔의 무기금수 제재를 받고 있는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은 물론 중동의 무장테러조직까지 자신의 고객으로 두면서 '죽음의 상인'으로 악명을 떨쳤다.

과거 국제 수사망을 가볍게 따돌리던 그는 2008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과 무기 판매 계약을 맺으려다가 체포됐다. 바우트가 FARC의 대리인이라고 믿고 만난 상대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요원이었다.

이후 미국은 테러리스트에 무기를 공급하고 미국인들을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하고 태국 측에 그를 미국으로 추방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태국 법원은 지난해 8월에는 미국의 요구를 기각했으나, 지난 20일 1심 판결을 뒤집고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미국은 곧바로 태국 수도 방콕의 돈 므앙 공군기지에 그의 신병을 인도받을 특별기를 보냈다. 태국 범죄진압국(CSD)도 "50여명의 경찰 특공대가 25일 바우트를 교도소에서 공항으로 이송해 신병을 미국 측에 인도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 <방콕 포스트>는 25일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가 "법적인 절차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며 바우트의 신병 인도가 연기됐다고 전했다.

법적인 절차란 돈세탁과 사기 행위 등 추가로 제기된 혐의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법무부는 바우트가 추가된 혐의와 관련해 오는 10월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그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해서는 안 된다는 공문을 관련 기관들에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태국 정부 내에서 혼선이 빚어진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태국에서 신병 인도와 같은 절차는 통상적으로 외교부를 통해 진행되지만 이번 사건은 외교부측도 관련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 바우트의 운명은 태국 법정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수텝 타웅수반 태국 부총리는 바우트에게 새로이 부과된 혐의가 해결되기 전에는 어디로도 그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추방하려면 법의 승인이 필요한데, 법정이 아직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고 <BBC>에 말했다.

▲ 태국에서 체포된 '죽음의 상인' 빅토르 바우트 ⓒEPA=연합뉴스

"태국, 미-러 게임에 휘말리지 않을 것"

타웅수반 부총리는 또 바우트의 신병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다툼을 언급하며 태국은 어느 쪽의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우트 단 한 사람의 신병을 건 모험으로 태국이 얻을 이익은 없다면서, 자국을 국제 정치판의 게임에 밀어 넣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구에게도 우리한테 신병 인도를 빨리 하라 마라 할 권리는 없으며 그건 특별기 5대나 10대를 보내와도 변함없다"라면서 "태국은 다른 나라의 통치를 받는 나라가 아니다. 주권국가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바우트 문제가 미·러 간 암투처럼 묘사되어 온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러시아 시민인 바우트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는 모두 미국이 날조한 것이라고 극구 부정해 왔으며 러시아 정부는 자국민을 미국으로 추방키로 한 결정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바우트는 옛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KGB)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20년 가까이 무기밀매를 해온 배경에는 러시아 정부의 비호가 있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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