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송이 장미'라는 노래가 있다. 아낌없이 사랑을 줄 때 피는 장미가 있는데, 이 장미를 백만 송이 피우라는 내용이다. 참 멋지고 낭만적인 가사(歌辭)다. 사람이 요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꼬!
그러나 노래와는 딴판으로, 실제 삶은 멋지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다. 삭막하지! 장미가 아니라 돈으로 따지니까.
돈을 못 받아 찾아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돈 벌러 왔는데 돈을 안 주니 얼마나 환장하겠나? 눈이 뒤집히지!
그래서 원망스럽게도, 내가 주로 하는 일이 남의 돈 받아주는 일이 된 것이다. 오, 삭막한 나의 일거리여, 이게 깡패영화에 나오는 해결사지 뭔가!
나한테까지 찾아와서 받아달라는 돈은 다 받기 어려운 질긴 돈들이다. 회사 형편이 어려워 안 주는 돈은 받을 희망이나 있다. 형편이 좋아지면 줄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안 주려고 작심한 경우는 고래 심줄 같이 질겨서 받기 어렵다. 이럴 경우는 단계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1단계 : 권유 회사 사장님에게 전화나 면담으로 접촉하여 체불임금을 지불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관청(노동부)까지 왔다 갔다 하실 필요가 뭐 있습니까?" 돈 줄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장님은 이 정도만 말해도 준다. 이 단계에서 체불금을 받을 확률은 *작년의 경우 22 프로, 금액으로는 8천 2백만 원.
2단계 : 노동부 출석 노동부 근로감독관 앞에 나가서 사장님과 대질 조사를 받고 체불 사실을 확정한 후 일정 기한 내에 갚을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형사 기소될 필요가 뭐 있습니까?"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사장님들은 이 정도로 말하면 대개 준다. 이 단계에서 체불금을 받을 확률은 작년의 경우 67 프로, 금액으로는 2억 5천만 원.
3단계 : 소송 말이 필요 없다. 법정 싸움이다. 근로감독관이 형사 기소하는 동안 나는 법률구조공단에 의뢰하여 민사 소송을 진행시킨다. 대개는 판사가 벌금형을 때려 형사 처벌하기 직전에 사장님들이 찾아와 돈을 주고 간다. 호적에 빨간 줄 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안 주면 민사소송에 걸어가지고 압류, 경매까지 가서 받아낸다. 이 단계에서 받을 확률은 작년의 경우 11 프로, 금액으로는 4천만 원.
결말 : 이런 식으로 작년에 받아준 체불임금이 총 3억 7천 2백만 원이다. 일년은 365일이니까, 하루에 백만 원씩 받아주었다는 얘기다. 팍팍하지!
매일 매일 백만은 백만인데 장미가 아니라 돈이다.
*작년의 경우 :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의 1년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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