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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정권이 착공한 이란 원전, 36년만에 첫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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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미 정권이 착공한 이란 원전, 36년만에 첫 가동

美 '지켜보자'·vs 러 'IAEA 검증 거칠 것' vs ·이스라엘 '용납 못해'

핵 프로그램을 강행한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21일(현지시간) 자국 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부셰르 원전에 연료 주입을 시작했다.

이날 부셰르 원전에서 열린 연료 주입식에는 이란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과 원전의 건설사인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스아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알리 아크라브 살레히 이란 원자력기구(IAEO) 대표는 "서방의 제재와 압박에도 우리는 평화적인 이란 핵 활동을 상징하는 원전의 서막을 맞이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원자력청장 겸 로스아톰 사장도 원전에 연료 주입이 시작된 이 날이 "이란과 러시아의 전문가들에게 특별한 날"이라고 치켜세웠다.

연료 주입 작업은 163개의 연료봉(82t)을 원자로 안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열흘 가량 걸릴 예정이며 전력 생산까지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알리 시르자디안 IAEO 대변인은 "실질적인 전력 생산은 전기가 전국 송전선망에 연결되기 시작하는 10월이나 11월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미 '국왕(Shah) 시대'의 프로젝트

이날 부셰르 원전이 가동을 시작한 것은 1974년 8월 건설 프로젝트가 발표된 지 36년 만이다. 착공은 1975년 1월에 시작됐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1980년~88년 이라크와의 전쟁을 겪는 탓에 공사가 중단됐다.

원전 착공 당시 건설 계약을 맺었던 독일의 지멘스사가 1979년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고, 1995년 러시아가 이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이후 기술적인 문제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둘러싼 끊임없는 의혹으로 인해 가동까지는 다시 15년이 걸렸다.

부셰르 원전에 대해 이란은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우려를 표명해 왔다.

흥미롭게도 부셰르 원전 건설의 시작 단계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을 도왔다. 미국은 이란이 친미 성향의 국왕(Shah) 레쟈 샤 팔레비 시절이던 1967년 테헤란 핵연구 센터 설립을 지원했고, 1975년 이란과 핵 협정을 체결하고 원자력 에너지 장비 60억 달러어치를 판매한 바 있다.

그러나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듬해 두 나라간 국교가 끊어졌으며,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와 반미 성향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의 집권을 거치면서 핵은 미국과 이란 간 대립의 상징이 됐다.

36년 동안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꾼 미국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듯 범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1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부셰르 원전을 '국왕(Shah) 시대의 프로젝트'였다고 표현했다.

미국은 막상 부셰르 원전이 가동을 시작하자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비 할러데이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부셰르 원자로가 민간에 원자력 발전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핵 확산의 위험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자체가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다가 이란이 핵무기 비확산조약(NPT)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민수용 목적의 원전까지 막을 근거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6월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 주도로 발의된 이란 제재안에서 부셰르 원전은 제외됐다.

▲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1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이란의 첫 원자력 발전소 부셰르 원전이 21일(현지시간) 가동을 시작했다. ⓒ로이터=뉴시스

끊임없는 의혹

그러나 할러데이 부대변인은 "부셰르 원전을 핵확산 위험으로 보지 않는 점이 이란의 광범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의무들과 혼동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여전히 이란에 대한 의혹을 거두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핵연료로 사용되는 농도 3.5%의 농축 우라늄을 농도 90%로 고농축하거나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고농축할 경우엔 원전이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현재 농도 3.5%의 농축 우라늄 2400kg을 비축하고 있으며 농도 20%까지 농축한 우라늄도 20kg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의 양은 핵폭탄 1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농도 90%의 고농축 우라늄 1000kg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러나 이란이 원전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장기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계속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겠다는 방침인데다가 우라늄 농축 시설 10개를 증설하겠다고 선언해 서방 세계와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동의 없이 핵연료 전용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에서는 서방 세계가 이란 원전에 '딴지'를 걸기 어렵지만, 이란이 핵연료 자체 조달을 강조하며 농축 우라늄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부셰르 원전에 핵연료를 공급하고 사용 후 핵연료를 러시아로 반환받는 과정이 IAEA의 엄격한 통제 아래 이뤄질 것이라며 원전 자체에 대한 의혹은 거둬도 좋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국제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셰르 원전 가동에 대해서도 (악용에 대한) 추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추정은 항상 있는 것"이라면서 서방의 우려를 일축하고 나섰다.

그는 "부셰르 원전은 이란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보장하는 중요한 닻"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의 잇속

그러나 이란의 핵개발과 관련한 러시아의 계산속도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알자지라>는 이번 원전 가동이 오랜 시간 이란 핵개발의 우방이었던 러시아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입장을 강화해 온 가운데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안보리에서 이란 핵개발 관련 추가 제재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이후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 능력 확보에 거의 임박했다"고 말해 이란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알리 아스가르 솔타니에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원전 완성이) '기술적인 문제'로 15년이나 지연됐다는 (러시아 측의) 얘기는 믿기 어렵다"며 러시아의 입장에 대한 의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과거에 이란의 지도자들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원전 건설 사업 진행을 미뤄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러시아가 부셰르 원전을 완공시킨 이유 중 하나는 '광고' 때문일지 모른다면서 이란 내의 원전이 러시아에 가져다 줄 이점은 없지만 다른 곳에서는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건설사 로스아톰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러시아가 이 계약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에 흥미를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셰르 원전에 대한 군사적 공격설까지 대두시켰던 이스라엘은 거듭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다. 요시 레비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와 IAEA의 결정을 위반하고 NPT 헌장을 준수해야 할 책임을 무시하는 국가가 핵 에너지의 수혜를 누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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