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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부자감세'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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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부자감세' 논란 가열

공화당의 '재정적자 감축' 비결은 '상위2% 감세'?

최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친서민 노선'을 외치고 있지만, 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부자감세'를 옹호하는 '위선적인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부자감세' 논란은 '사실상 똑같은 보수정권'이라고 진보진영으로부터 비난받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가 밀어부쳤던 대대적인 감세 프로그램이 올해말로 기한이 만료되자 공화당은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1, 2년이라도 연장해야 한다면서 현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정부는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감세의 혜택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중산층 이하에 대한 감세 프로그램은 연장할 필요가 있지만, 소득 상위 5%의 부자들에 대한 감세는 연장해서는 안된다며 맞서고 있다.

▲ 빌 게이츠와 함께 부자들의 재산 기부를 주도하고 있는 워런 버핏. 이들을 포함한 억만장자 40명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속해 '부자 감세'를 외치는 공화당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EPA=연합뉴스
가이트너 "상위 2% 감세, 연간 수십억 달러 손실"

5일 <AP> 통신에 따르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전날 미국진보센터(CAP)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부시의 부자감세를 연장하는 것은 7000억 달러(약 820조원)짜리의 실책이 될 것"이라면서 공화당이 제시한 '1~2년 연장 타협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가이트너 장관은 "95%를 차지하는 연간 소득 25만 달러 이하의 가계에 대해서는 감세 프로그램이 연장되어야 하지만, 소득이 25만 달러가 넘는 가계에 대한 감세는 올해말 예정대로 종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감세 정책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양당이 대립하는 주요 경제정책"이라면서 "공화당은 모든 감세 프로그램이 그대로 연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주장은 5%도 안되는 부자들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진보의 양심'의 자부하는 폴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캍럼에서 "재정적자를 당장 감축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공화당이 부자에 대한 감세만은 아무리 재정적자를 많이 초래한다고 해도 예외이며, 반드시 시행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물론 공화당은 감세를 통해 소비수요를 늘리면 경제가 성장해 세수가 늘어나 재정적자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가이트너 장관은 "상위 2%에 대한 감세는 1년에 300억 달러(약 35조원), 10년이면 7000억 달러(820조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이런 부자 가계는 감세로 얻은 돈을 단기간에 써서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부자 감세해줄 돈 있으면 중소기업 지원 등에 써야"

가이트너 장관은 "상위 2% 감세로 부족한 돈을 빌리는 것은 7000억 달러짜리의 재정적 실책이 될 것"이라면서 "이런 정책은 올바른 처방도 아니고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자들에게 연간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아껴 지방정부와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경제살리기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1~2년이라도 연장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타협안도 일축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상위 2%를 위한 감세를 일시적으로 연장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세계가 미국이 항구적인 감세 연장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미국이 향후 재정적자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가 훼손돼 경제회복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이 '부자감세'를 외치는 동안 정작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자신의 재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살아 있는 동안 혹은 죽은 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해 대조를 보였다.

4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기부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6월 출범시킨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게이츠와 버핏 외에 38명의 억만장자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키로 약속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재산 기부에 동참키로 한 인사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오라클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CNN 창업자인 테드 터너, 영화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 투자자 로널드 페렐먼, 연예산업의 거물인 배리 딜러 등이다.

또 부동산 재벌인 엘리 브로드, 벤처자본가인 존 도어, 미디어 재벌 게리 렌페스트, 시스코시스템스의 전 회장 존 모리지 등'더 기빙 플레지' 출범 당시 재산 기부를 약속한 인사들도 이번 명단에 포함됐다.

억만장자 40명, 재산절반 기부 약속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재산 기부를 약속한 40명의 재산 50%는 최소 1500억 달러(약 175조원)에 달한다.

이들의 재산기부 약속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더 기빙 플레지'의 홈페이지(www.thegivingpledge.org)에 본인의 재산기부 의사를 밝히는 서한을 공개함으로써 후손들도 이러한 약속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도덕적 책무를 지우는 형식을 취했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버핏은 "재산기부를 약속한 사람들이 다시 다른 억만장자들에게 이 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면서 재산기부 운동이 계속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버핏과 게이츠는 9월 중 중국의 갑부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내년 3월에는 인도의 억만장자들과도 만나 재산 기부를 권유할 예정이다.

이미 총재산 530억 달러로 <포브스> 선정 세계 2위 부자인 게이츠는 자신과 부인 멜린다의 명의로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28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총재산이 470억달러로 세계 3번째 부자인 버핏은 2006년 자신의 재산 99%를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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