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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 '1번' 글씨 남는 게 맞아" vs "대잠훈련 때 실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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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 '1번' 글씨 남는 게 맞아" vs "대잠훈련 때 실험하라"

천안함 과학 논란 재점화…프로펠러에 알루미늄은 어떻게 흡착됐나?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어뢰 추진체의 '1번' 글씨가 어뢰 폭발 후에도 남아 있는 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주장이 열전달 전문가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1번' 글씨가 고열로 타버렸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에도 20℃밖에 안 올라가"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송태호 교수는 2일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천안함 어뢰 1번 글씨 부위 온도 계산'이란 논문을 공개하며 "어뢰 추진부에서 20℃ 이상의 온도 상승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고 특히 '1번' 글씨 부분은 0.1℃의 온도 상승도 없었기 때문에 이곳의 페인트, 코팅, 글씨 등이 절대 열 손상을 입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어뢰가 폭발 때 발생하는 버블 내 화염의 고온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며 "버블이 단열 팽창하면서 급격히 온도가 낮아지고 폭발 후 0.05초 후에는 도장면에 열손상을 일으킬 수도 없는 약 130℃의 낮은 온도로 급속히 냉각되고 0.1초가 지나면 28℃까지 내려간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 때문에 화염의 충격파에 직접 노출되는 디스크 전면의 온도라고 해도 기껏 5.5℃를 넘지 않게 된다"며 "1번 글씨가 쓰인 디스크 후면의 온도는 바닷물 온도인 3℃보다 0.1℃도 상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극단적인 경우라 해도 어뢰 추진부의 온도는 기껏 20℃ 이내로 상승해 페인트 혹은 그 위의 글씨가 열손상을 입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 어뢰의 온도 상승치를 '화약 발열량의 13% / 어뢰의 열용량 = 섭씨 약 150℃'로 계산하는 것과 관련,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송태호 교수 논문 전문보기)

▲ 송태호 교수는 논문에서 물속에서 어뢰가 폭발해도 1번 글씨가 써진 디스크(붉은 색) 후면의 온도는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송태호

"프로펠러 흡착은 액체 상태에서만 가능"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 교수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그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어뢰 폭발이 있었다면 '1번' 글씨가 타버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어뢰 추진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두 교수는 어뢰 표면에 칠해진 페인트가 녹아 추진체가 부식된 것으로 볼 때 유성 페인트의 비등점인 325℃ 이상의 열이 추진체에도 가해졌고, 따라서 잉크 성분 중 비등점이 가장 높은 크실렌(비등점 138.5℃) 등 모든 성분이 녹아 글씨가 남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 (☞관련 기사 : "어뢰 '1번' 잉크와 외부 부식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이날 카이스트 송태호 교수의 논문은 이승헌·서재정 교수의 이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송 교수의 온도 해석은 어뢰 추진체와 관련된 다른 사실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송 교수의 계산대로 '1번'이 써 있는 디스크 후면에 0.1℃의 온도 상승도 없었다면 폭약이 들어 있는 탄두에서 디스크보다 더 멀리 떨어진 프로펠러에 어떻게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이 흡착되어 있었는지 설명이 안 된다.

이승헌·서재정 교수는 이날 발행된 서적 <천안함을 묻는다>(창비 펴냄)에서 "알루미늄이 고체 상태에서 프로펠러와 같은 금속 표면에 흡착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알루미늄 파우더가 프로펠러에 접촉하는 순간 액체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알루미늄의 용융점은 660℃이므로 폭발 당시 프로펠러 인근에는 그 이상의 고온이 가해지고 있었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더욱이 알루미늄이 이미 산화물 상태로 있다가 흡착이 되었다면 알루미늄 산화물의 용융점이 2000℃이므로 그 이상의 고온이 프로펠러 인근에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승헌 교수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1번' 글씨는 이미 증거로서의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송 교수의 논문에 대해 재반박할 필요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합조단은 6월 29일 언론단체 설명회에서 '1번' 글씨의 잉크 색소 '솔벤트 블루 5'가 세계적인 범용 색소라고 밝힘으로써 북한 사람들이 써 넣었다는 증거가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특히 솔벤트 블루 5는 모나미가 특허를 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1번' 글씨는 한글을 쓰는 누구라도 써 넣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추진체가 북한산 어뢰의 잔해라는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며 "남쪽 사람 누군가가 모나미 매직을 이용해 써 넣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1번' 표기는 북한산 어뢰의 표기 방법과 일치할 뿐 아니라 한국의 무수한 다른 표기 방법과도 일치한다"며 "합조단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자면 어뢰에서 발견된 '1번'과 대한민국 국방부 문건에서 발견된 '1번' 표기 방법이 일치하므로 어뢰 추진체는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5일부터 서해에서 대잠수함 훈련을 한다는데 그때 어뢰를 실제 발사 해서 터뜨린 뒤 잔해를 수거해 보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그는 "어뢰 발사 전에 '솔벤트 블루 5' 잉크로 된 모나미 매직으로 '1번'을 써 놓고 추진체가 폭발에도 남아 있는지, 글씨는 변색되지 않는지를 보면 합조단과 송태호 교수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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