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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지켜야 할 '김일성-김정일 노선'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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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지켜야 할 '김일성-김정일 노선'의 핵심

[정욱식의 북핵이야기]<8>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핵 억제력'을 가질 수 있을까?

북한은 왜 핵무기를 만들었을까? 가장 중요한 질문이자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국내 보수파 일각에서는 북한이 적화통일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고,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필자의 해석에 앞서 미국 정보기관의 평가를 먼저 살펴보자. 비교적 균형적이고 정확한 해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12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북한 지도부는 재래식 군사력의 결핍 때문에 억제와 방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핵 능력은 억제, 국제적 위엄, 그리고 강압 외교를 위한 것이라고 우리의 정보기관들은 오랫동안 평가해왔다. 우리는 북한의 핵 독트린이나 교전 개념을 잘 모른다. 우리는 북한이 오로지 김정은 체제의 보존을 위해 미국 군사력이나 동맹국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을 시도할 것이라고 낮은 수준으로 확신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사용 기준으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북한 핵보유의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한미동맹에 비해 약한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를 핵보유를 통해 만회하려는 데 있다. 이는 "북한은 대규모의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더욱 강력한 한미동맹에 의해 견제당하고 있다"는 클래퍼의 평가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둘째, 핵보유의 의도는 억제(deterrence), 국제적 위엄(international prestige), 그리고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에 있다. 셋째, 북한은 오로지 체제 생존이 위협받을 때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2013년에는 "낮은 수준의 확신"이라고 사족을 붙였지만, 2008년 2월에는 보다 명시적인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존 맥코넬 국장은 "북한이 정권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군사적 패배에 직면하거나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북한은 체제 존망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TV'는 18일 '전쟁의 아성에 불벼락치리'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미국의 항공모함이 불에 타는 모습을 합성해 내보냈다. 영상에서 북한은 "우리는 빈말을 모른다. 숨기지도 않는다"며 위협했다. ⓒ연합뉴스

북핵 문제의 해결 전망도 이러한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은 한미동맹에 대한 군사적 열세를 '핵 억제력'을 통해 만회하려고 하는 만큼, 북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권과 미국 주도로 북한에 부과해온 국제 규범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을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북한이 핵을 외교적 카드로 이용해 달성하려는 목표를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접근도 요구된다. 한미 양국이 평화협정에 대해 능동적 태도를 보여 비핵화와 화학적인 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핵 억제력'을 가질 수 있을까?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 가운데 미국을 상대로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했거나 그 문턱에 도달한 유일한 나라이다. NPT 비회원국들 중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도 핵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나라의 핵무기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사실상 미국의 동맹국들에 해당된다. 반면 미국과 60년 넘게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은 자신의 핵보유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과시하고 있다. 이 점이야말로 북핵 문제의 가장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마다, 특히 3차 핵실험 이후에는 "미국의 가증되는 핵위협에 핵억제력으로 대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정당방위조치"라며 미국이 자신을 건들면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핵 억제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일단 북미 사이의 핵전력 등 군사력을 비교해보면,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공포의 균형'이나 '상호확증파괴' 수준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핵무기 보유수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현재 5~10개를 갖고 있지만 미국은 8000개 가량을 갖고 있고, 북한이 핵 보유고를 늘려 2020년에 50개를 갖고 핵감축에 돌입한 미국이 그 수를 5000개 수준으로 줄이더라도 근본적인 격차는 해소되지 않는다. 또한 핵폭발 위력도 천양지차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의 폭발력을 최대 20킬로톤으로 가정하더라도 미국은 이미 메가톤급 핵폭탄을 갖고 있다.

또한 나의 영토에서 상대방의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ICBM 능력도 북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지상 발사 ICBM 이외에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등 '핵 삼중점(nuclear triad)'을 갖춘 지 오래다. 아울러 미국의 정보력은 북한의 움직임을 상당 수준 감시할 수 있지만 북한은 거의 장님 수준이다. 핵전쟁시 국가의 존망 여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영토와 인구의 차이까지 고려하면 북미간의 격차는 더더욱 벌어진다. 이러한 핵 전력의 극단적인 불균형을 고려할 때,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핵 억제력을 보유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핵 억제력은 반드시 '공포의 균형'이나 '상호확증파괴' 수준에 도달해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사력의 차이에 의한 공포가 불균형적이더라도, 또한 내가 입을 피해가 상대가 입을 피해보다 훨씬 크더라도 억제는 통할 수 있는 것이다.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맥조지 번디McGeorge Bundy)의 말이다. "단 하나의 수소폭탄이라도 내 나라의 도시에 떨어질 수 있는 결정을 하는 것은 재앙적인 실책으로 간주될 것이다. 10개의 도시에 10개의 핵폭탄은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다. 100개의 도시에 100개의 폭탄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 발언의 취지는 전면적인 핵전쟁은 물론이고 한 두 발의 핵폭탄이 자국 영토에 떨어질 수 있는 제한 핵전쟁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 억제 이론 중에 '최소 억제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최소한의 핵무기로 상대방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중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으로부터 동시적 위협에 직면했던 중국은 1960년대에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그리고 장거리 로켓 능력을 확보했다. 그런데 중국은 핵전력 증강을 자제했을 뿐만 아니라 핵보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정책을 공식화한 나라이다.

일례로 2009년에 미국과 러시아는 실전배치 핵탄두(operational warhead)를 각각 4천개와 5천개를 갖고 있었지만, 중국은 180개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이 488기였으나 중국은 28기에 불과했다. 쉽게 말해 미국은 중국이라는 나라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핵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에게 제한적인 피해를 줄 정도의 핵전력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주의 관점에서는 설명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최소 억제력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제한적인 능력만으로도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 소멸 對 LA?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신뢰할 만한 대미 핵 억제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북한은 미국과의 전면전에 돌입하면 국가의 소멸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도 상당한 수준의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로스앤젤레스(LA)와 같은 대도시의 파괴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핵무기는 실전용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의 공포감을 극대화해 선제공격을 못하도록 '하는 심리적 무기'라는 데 있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결심한다면 이러한 같은 가정을 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해 북한이 단거리 8기, 중거리 8기, ICBM 4기 등 20기의 탄도미사일 발사 태세를 갖춘다. 이 가운데 10기는 핵탄두를, 10기는 재래식 탄두를 장착했지만 외부에서는 이를 모른다. 20기 가운데 10기는 한국과 미국의 정밀타격에 의해 파괴되고 단거리 4기는 평택과 오산 주한미군기지를, 4기의 중거리는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를, 2기의 ICBM은 LA를 향해 발사되고 이들 가운데 50%는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한-미-일의 미사일방어체제(MD)가 총가동돼 단거리 1기, 중거리 1기, ICBM 1기 요격에 성공한다. 그래도 주한미군, 주일미군, LA에 각각 3기, 3기, 1기의 미사일이 떨어진다.

실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위의 예시는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결심하는 순간, 미국도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이 예방적 선제공격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초토화하는 가정도 해볼 수 있다. 군사적으로 볼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이 눈치채지 못하게 미국 본토와 잠수함에서 다량의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는 한반도 전쟁에 대한 미국의 득실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북한은 안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북한은 스스로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핵보유를 통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일까? 대미 억제력은 강해질 수 있지만, 이것이 곧 안보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아무리 '자위용 억제력'이라고 주장해도 그 대상이 되는 한-미-일은 북핵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북핵은 가장 우선적인 억제와 파괴, 그리고 방어의 대상이 된다.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는 격화되고 북한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북한은 전형적인 안보딜레마의 늪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나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는데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오히려 나의 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핵보유국들의 사례는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우선 일단 핵무기를 갖게 되면, 몇 개를 보유한 것으로 만족한 사례가 없다. 5대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뿐만 아니라 NPT 비회원국들인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도 수백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핵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2차, 3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구나 북한의 상대는 미국이다. 핵보유를 통해 미국에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미국의 반작용은 북한의 심리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이는 핵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은 내심 핵보유를 통해 재래식 군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른 핵보유국들도 초기에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핵보유국들은 하나같이 재래식 군사력에 있어서도 강대국들이 되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약한 파키스탄도 최근 몇 년간 군사비 투자를 크게 늘려 2012년에는 세계 3대 무기 수입국이 되었다. 이는 핵무기의 이중성 때문이다. 엄청난 파괴력은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실전에서 사용하는데 엄청난 부담감도 동반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핵보유가 초래하는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는 재래식 군사 분야로도 확산되는 속성이 있다. 북한이 이 함정에 빠져들면 안보 문제의 해결은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결국 북한은 과도한 피해의식과 과대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핵위협이 존재하고 대북정책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침 전쟁"을 운운할 만큼 군사적 위협이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부'의 위협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계속 졸라맬 것을 강요할수록 '내부'의 모순도 커지게 된다.

오히려 북한은 "핵 억제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다른 수단을 통한 안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비핵화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북미간의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겠다는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노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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