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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V자형 경제회복은 낙관론자들의 헛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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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V자형 경제회복은 낙관론자들의 헛된 희망"

"미국은 잘해야 완만한 U자형, 유럽과 일본은 L자형 불황"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을 향하고 있다는 저명한 학자들의 진단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확신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위기 전문가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주말 'Double-Dip Days'라는 칼럼을 통해 글로벌 경제가 '사실상 더블딥'으로 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원래 기술적인 더블딥의 정의는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에 빠지는 경기침체가 일시적인 경기회복기를 사이에 두고 반복되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W 곡선을 그리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현재의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일시적인 경기회복기에 해당하며 이미 제3의 공황 초기단계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크루그먼 교수에 비해 좀 더 신중한 편이지만 사실상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W자 모양의 더블딥까지는 아니더라도 체감경기는 경기침체에 느껴지는 기간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완만한 U자형의 경기사이클을 그려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글로벌 경제가 사실상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연합뉴스

글로벌 경제는 지난 2008~2009년 경기침체에 대응한 대규모 통화완화 및 재정지출을 동원한 경기부양책, 금융권 구제금융 등으로 인위적으로 떠받쳐졌지만, 이런 인위적 수단들의 효과가 시들해지면서 급격한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위기를 촉발한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제대로 처리되지도 못한 상태다. 가계, 금융권, 기업 등 민간 부문에 쌓인 과도한 부채는 여전히 그대로다. 오히려 선진국에서는 위기 해결 과정에서 공공부문의 부채가 대대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선진국은 잘해야 상당기간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가계, 금융권, 정부 모두 소비와 투자에 이르기까지 긴축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전체를 놓고 이런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그동안 흥청망청 소비해온 나라들- 미국, 영국, 스페인, 그리스 등의 나라에서는 긴축에 들어가 지출이나 소비, 수입 등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저축을 많이 해온 나라들-중국, 신흥 아시아국가, 독일, 일본 등은 긴축을 할 수밖에 없는 나라들의 수요 공백을 충당할 정도로 소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총수요는 회복세가 미약해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훨씬 낮아지게 될 것이다.

세계 경제의 둔화는 2010년 2분기 들어 이미 분명해졌으며 하반기에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긴축 기조로 돌아섰기 때문에 재정적인 경기부양책은 사라질 것이다. 몇 분기 동안 성장세를 뒷받침했던 '재고 조정' 효과는 사라질 것이다.

신차와 신규주택 구매에 주어진 세제혜택처럼 미래의 수요를 갉아먹는 세금 정책 효과도 이런 프로그램의 시한이 만료되면서 사라질 것이다. 고용시장 여건도 일자리 창출도 거의 되지 못하고 소비심리도 위축되기에 좀처럼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 하반기 이후 연율 1.5% 성장으로 냉각"

그 결과 선진국들의 유력한 시나리오는 W자 모양의 더블딥은 피하더라도 완만한 U자형의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상반기에 이미 둔화조짐을 보였다. 연율로 계산한 경제성장률은 1분기 2.7%에서 2분기는 기대에 못미치는 2.2%로 추정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1.5%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사이클이 W자가 되건 U자형이 되건 미국의 경제는 경기침체처럼 느껴지는 수준을 피할 수 없다. 미진한 일자리 창출과 실업률 상승, 재정적자 확대, 주택가격 추가 하락, 금융권의 모기지와 신용대출에서의 손실 확대,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적 조치 가능성이 대두될 것이다.

유로존의 전망은 더 나쁘다. 재정긴축이 본격화되고 증시가 하락하면서 올해말이면 경제성장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국채와 회사채, 은행간 대출금리 등이 급등하면서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위험회피와 변동성, 소버린 리스크 등이 증가하면서 기업과 투자자, 소비자의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유로화 약세가 유럽의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지만 미국과 중국, 그리고 신흥 아시아 시장이 수출과 경제성장에 타격을 받아 생기는 손실이 더 클 것이다.

"중국, 올해말 연율 7% 수준으로 급랭"

중국조차 정부가 경기과열 억제책을 시도하면서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기둔화와 유로 약세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연율 11%가 넘는 수준에서 올해말에는 7% 수준으로 냉각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중국의 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아시아 시장의 수출 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될 것이다.

중요한 희생자 중에는 일본도 포함될 것이다. 일본은 실질임금 성장이 정체돼 내수가 약하고 그나마 중국 수출로 조금이나마 성장을 유지해 왔다. 또한 일본은 부진한 구조개혁과 4년 동안 총리가 4번이나 바뀔 정도로 취약한 정부, 막대한 공공부채와 인구 노령화, 세계적인 위험 회피 기류에 따른 엔화 강세 등으로 인해 잠재성장략이 약화된 상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5%로 둔화되고, 유로존과 일본의 성장이 제로수준으로 정체되고, 중국의 성장도 8% 아래로 떨어진다는 시나리오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수준에서도 경기침체로 느껴질 것이다.

또한 또다시 어떤 충격이 가해진다면 이처럼 불안한 글로벌 경제는 다시 전면적인 경기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 어떤 충격을 가져올 잠재요인들은 풍부하다.

유로존의 소버린 리스크가 악화돼 자산가격 조정, 세계적인 위험 회피 기조, 변동성, 금융위기 확산 등이 또다시 악순환을 일으키며 반복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를 경기침체에 빠뜨렸던 악순환의 과정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흥시장도 안심할 처지 못돼

향후 12개월내에 이스라엘이 이란에게 군사적 공습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국제유가는 2008년 여름 때처럼 급등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시킬 수 있다.

정부의 수단도 고갈되고 있다. 추가적인 통화완화정책은 별다른 차이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고, 선진국이 추가적인 재정적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여유도 별로 없다. 또한 망하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려주기에는 너무 큰 금융기관들에 대해 구제금융을 제공할 능력도 급격히 소진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V자 형의 빠른 경기회복이라는 낙관론자들의 헛된 희망은 사라지고 선진경제권은 잘해야 기나긴 U자형의 회복세를 그릴 것이다. 또한 유로존과 일본 등 일부 경제권은 L자 형의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더블딥 경기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희망으로 떠오른 신흥시장의 회복세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어떤 나라도 경제적으로 단절돼 있지 않다. 중국을 위시해 신흥시장의 여러 나라들의 성장은, 위축되고 있는 선진경제권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우 험난한 주행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바짝 조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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