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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MB외교, 21세기 '삼전도의 굴욕'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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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MB외교, 21세기 '삼전도의 굴욕' 부른다

[한반도 브리핑] 李대통령 천안함 대국민 담화가 '대못' 박아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이 9일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의장성명은 7항에서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히고 있어 한국의 입장을 반영했다.

그러나 북한을 천안함 공격의 주체로 명시하지 않고 있고,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6항)라고 명시한 점, 그리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의가 아니라 정치적 문서인 의장성명이라는 점을 볼 때 북한에 대한 제재가 담긴 문건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장성명은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10항)고 밝혔다. 평화적인 틀에서 남북 간의 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 중국, 미국의 반응이 흥미롭다.

북한은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조속히 6자회담이 재개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자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을 규탄하면서도 한편으론 '정전협정' 준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9.19 공동성명) 이행, 즉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이는 북한, 중국, 그리고 미국이 6자회담을 재개를 천안함 침몰 사건의 해결책으로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들 3국이 무조적적인 6자회담의 재개에 동의한다고 볼 수는 없다.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형식의 조율과 물밑접촉 그리고 외교적인 주고받음의 지난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외교적인 힘을 쏟았다. 민간과 미국 및 제3국의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천안함 합동조사단을 만들었고, 양자외교와 다자외교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외교전을 활발히,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렇게 볼 때 한국의 외교전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오히려 한국의 외교전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동북아시아에도 매우 부정적이고 위험한 요동을 초래했다.

▲ 6월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두 정상. 출구전략 없는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대책은 중국과의 지속적인 갈등을 잉태하고 있다. ⓒ청와대

천안함 해결 우선 전략은 중국 압박 지속 전략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국은 북한을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시키고 나아가서는 한국과 세계에 무릎을 끊고 고개를 숙이는 북한의 모습을 기대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 이것을 위해서는 현재 북한의 생존을 경제적·외교적으로 가능케 하는 중국을 북한으로부터 분리시켜야 하는데, 한국의 전략은 천안함 사건의 국제화였다. 즉, 북한의 사악함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인식시킴으로써 테러집단과 같은 (아니 그보다도 더 사악하고 위험한) 북한 정권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북한 제재에 동참시키는 것이었다고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선택한 전략은 한·미·일동맹의 강화를 통한 북한의 고립이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기본적으로 중국으로 하여금 매우 방어적인(defensive) 입장을 취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6월 2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3년 7개월여 연기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한미는 또한 천안함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서해안에서 미국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유엔 안보리 발표 후 실시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며 이례적이었다. 중국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반대 입장을 천명했으며 동중국해에서 진행된 대규모 군사훈련 모습을 공개하였다. 더 나아가 중국인민해방군 장성은 미군의 항공모함이 서해로 들어오면 중국의 대응능력 및 미국의 작전능력을 점검하게 될 것이며 미군의 항공모함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용 과녁이 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서해에서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거나 고립시키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한국의 전략은 이제 중국과 미국 간의 군사적 충돌까지 야기할 수 상황까지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안보리 의장성명 후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천안함 사건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 이것은 북한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기본적 책무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한국의 입장 선(先) 천안함 해결, 후(後) 대화 전략에는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의 입장과 전략이 고수되기 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압박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미국을 통해 중국을 간접 압박했다. 이에 대한 성과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폐막한 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과 계속되는 문제들을 의도적으로 눈감는 것은 다르다" 며 천안함 사태에 북한이 관여했다는 조사 결과를 수용할 것을 중국에 촉구했다. 그러나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미국의 협조가 한국의 바람대로 지속되리라는 것은 미지수이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통해 오키나와 해군기지 존속을 통한 동아시아 패권 강화, 한국 해군 전력 강화에 필요한 군수산업의 대 한반도 수출 확대, 북한 압박을 통한 당사자 회담 주도권 우선적 지위 확보 그리고 부수적으로 한미 FTA의 의회 타결을 위한 보다 유리한 입장 확보 등 이미 많은 실리를 챙기고 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서해 한미 연합훈련은 과거에도 실시하던 통상적인 훈련으로 중국이 반대하더라도 실시할 방침임을 시사하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적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북한을 극도로 자극해서 군사적 충돌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출구전략이 처음부터 있었으며 그것을 지금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출구전략 닫아 버린 대통령 대국민 담화

한미동맹만을 유일하고 전지전능한 해답으로 보고 달려온 한국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현재와 미래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통상국(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는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다)이며 한국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과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한국 외교에서 관건적인 문제이며 어쩌면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수도 있다.

46명의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 사건은 국가적으로 매우 비극적인 일이며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해결함에 있어서 한국의 외교는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모험을 감행하였다. 즉 출구전략 또는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신속히 세워 대처한다 해도 전화위복으로까지 상황을 만들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출구전략 없이 나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한국은 이제 수세적인 입장에서 사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또 다른 형태의 많은 외교적인 양보를 해야 할 실정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과 같이 보인다.

여기에는 분명한 교훈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 방향으로 굴절된 외교는 결코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대가를 치룰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교훈은 우리의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인조반정(仁祖反正)은 광해군이 친형 임해군과 이모제 영창대군을 죽였으며, 또 계모인 인목대비를 유폐하는 패륜을 자행했다고 해서 이것을 바로 잡는다(反政)는 명분으로 광해군의 지지 세력인 대북파와 라이벌 관계였던 서인들에 의해 계획된 쿠데타였다. 이 쿠데타가 성공하여 광해군은 강화도로 유배됐고, 이어 왕대비인 인목대비의 허가를 얻어 능양군(인조)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광해군을 폐하고 능양군(인조)을 옹립한 인조반정의 가장 큰 이유는 광해군이 전통적인 대국이며 조선 정권의 보증인(guarantor)인 명나라의 편을 들지 않고 오랑캐가 세운 후금과 명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중립적인 외교정책에 있었다. 그러나 인조반정의 결과는 조선의 왕인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이마에 피가 맺히도록 절을 해서 청과 군신(君臣)의 의를 맺는 국가적 민족적 치욕이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실수를 되풀이하는 과오에 빠진다"고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일갈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한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에서 외교는 국가의 흥망을 좌우지 할 정도로 중요하다. 남북관계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를 위험으로 몰고 가는 현재 한국의 외교정책의 기조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고 남과북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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