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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딥' 경고에도 주요국들 허리띠 졸라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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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딥' 경고에도 주요국들 허리띠 졸라매는 이유

[분석] <블룸버그> "G20 , 긴축 기조로 선회 합의"

글로벌 위기 이후 주요 경제국들의 경기회복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가운데 남유럽발 '부채 위기'에 놀란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의 경제대국들과 이미 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 등 '빚더미 국가'들이 일제히 긴축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유럽의 경제대국들조차 긴축 정책을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 정부는 "그동안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부양을 하느라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긴축으로 돌아서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막대한 국가 부채, 시장의 응징 부를 것"

만일 긴축할 시기를 놓치면 '시장의 응징'이 시작돼 채무 상환을 위한 재대출이나 신규대출이 이뤄지지 않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조달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그동안 방만한 통화팽창 정책으로 인해 풀려나간 돈들이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경고도 하고 있어 이제는 긴축으로 선회할 때라는 것이다.

반면에 세계 주요 나라들이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허리띠를 일제히 졸라맬 경우 또다른 글로벌 위기가 잉태된다는 정반대의 경고도 만만치 않다. 케인스가 말한 '절약의 역설'이 글로벌 차원에서 발생해 '더블딥'에 빠지고 결국 디플레이션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이나 각종 강연 등에서 "지속가능한 경기회복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긴축 정책을 쓰면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이미 독일과 영국을 비롯해 유럽의 주요 경제국들은 긴축 기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부채 위기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정교한 긴축 정책을 쓰면 더블딥에 빠지지 않고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최근 국제정치 무대에서 '40대 기수론'의 모델로 주목받는 영국의 캐머론 신임 총리. 그가 영국이 안고 있는 막대한 부채 문제 해결사로 나섰다. ⓒ로이터=뉴시스
"정교한 긴축정책 쓰면 경제성장도 가능"

이런 논란 속에서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G20 국가들이 재정확대 정책에서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조명하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통신은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론과 일본의 간 나오토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지도자들은 경제성장력을 잃지 않고 재정 긴축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알베르토 알레시나와 골드만삭스의 케비 달리와 벤 브로드벤트 등 이코노미스트들도 재정긴축 속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면서 이론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세금 인상보다는 지출 삭감에 치중한 긴축 정책을 사용하면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풍부한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신뢰할 만한 긴축 정책을 쓰면 금융시장에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히 조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나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부채 감축의 속도를 조절하고, 경기부양책을 너무 빨리 거둬 또다시 경기침체에 빠진 과거의 실책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알레시나 교수와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역사적으로 세금 인상보다 재정지출 삭감에 치중한 정책을 채택하면 과거의 실패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 지출을 줄이면 소비자와 기업들이 세금 인상을 우려하지 않아 수요가 촉진되고, 공공 노동자들에게 들어가는 임금 비용이 줄어들어 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6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악사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전략가 프란즈 벤젤은 "각국 정부들이 긴축기조로 가면, 투자자들에게 정책의 진정성에 대해 훨씬 많은 믿음을 준다"면서 "그렇게 되면 한계에 달한 자산들이 특히 지원을 받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저금리 통화완화정책은 상당기간 유지될 것"

또한 재정긴축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최대한 낮춘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하면 증시도 부양할 수 있다는 것이 '지출 삭감에 치중한 긴축 정책' 옹호론자들의 시각이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이코노미스트 사이먼 헤이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정책 결정자들이 정책금리 인상을 언제 단행할 것이지 결정할 때 이런 문제를 고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미국의 연준은 올해 9월 대신 내년 4월에 기준금리를 현재의 제로 수준에서 인상할 것이며,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 3월보다는 내년 6월에 정책금리를 현행 1%에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헤이즈는 영국도 0.5%인 현행 기준금리 인상을 당초 예상한 오는 8월이 아니라 내년 2월에 인상할 것으로 예상 시기를 늦췄다.

통화완화정책을 이처럼 유지하고 세금 인상도 하지 않고 재정지출 삭감만 하겠다는데도 케인스학파를 중심으로 '더블딥'과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영국 중앙은행 머빈 킹 총재는 "재정긴축을 성급하게 하면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이 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아지게 되고,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유럽중앙은행 이사 로렌조 비니 스마기도 "건전한 재정을 회복하는 과제를 너무 늦추면 시장의 위기가 촉발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시기적절한 재정관리로 부채 문제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보다 강한 성장 기반이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미 지난 5일 한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5조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방안에 공조하는 체제를 철회했다. 이 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은 언제 긴축 기조로 선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으나 '성장 친화적'인 재정관리를 추구한다는 데 합의했다.

G20의 정책공조 방향이 이처럼 선회한 배경에는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에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있다. 아일랜드와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와 유럽의 국채 이율의 기준인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지난 6개월 사이에 크게 벌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G20 국가들의 평균 국가채무가 2015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0%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국가들의 평균재정적자도 지난 2007년 GDP 대비 0.9%에서 지난해 7.5%로 급증했다.

이때문에 무디스는 "정부가 더 많은 부채를 발행하면 민간투자활동이 위축되고 신용등급과 장기성장 기반이 위협받을 것"이라면서 "특히 선진경제국들은 긴축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은 '더블딥' 우려에 기울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반응은 주요 경제국들이 동시에 허리띠를 졸라매면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쪽에 기울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글로벌 리서치 부문 수석 투자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글로벌 성장 전망은 '더블딥'에 두고 있으며, 투자포지션은 훨씬 방어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은 '더블딥'과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우려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폴 크루그먼 교수는 "실업률도 매우 높은 상황에서 G20이 긴축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완전히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미국과 영국, 일본은 시장으로부터 즉각 지출 삭감을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UBS의 선임경제고문 조지 매그너스도 "많은 정부들이 일제히 재정긴축을 하면 글로벌 성장이 충격을 받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실업률이 9.7%로 발표된 미국에서는 이런 주장을 감안한 오바마 대통령이 대출 확대와 고용 촉진을 위한 중소기업 세제 햬택 등의 조치를 의회가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재정긴축 조치를 둘러싼 이런 논란과 관련해 영국을 주목하라고 제안했다. 캐머론 총리가 이끄는 영국의 새 정부는 GDP 대비 11%(2009 회계연도)에 달하는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1970년대 이후 최대폭의 비상 예산 편성안을 꺼내들었다. 예산 규모 축소의 80%는 지출 삭감, 나머지는 세금 인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영국 재무부 부장관을 지내고 투자자문사 린제이 그룹의 이사로 활동하는 팀 애덤스는 "영국의 예산안이 투자자와 유권자에게 좋은 반응을 받는다면 다른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논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국의 긴축 예산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나오든 부채 문제로 '제코가 석자'인 주요 경제국들이 '글로벌 더블딥' 우려보다 '국가 부도 위기' 해결에 앞다퉈 매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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