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짜작 짝 짝짝, 그리고 피스 코리아
이 글을 쓰고 난 후 얼마 뒤가 되면 한국과 아르헨티나 월드 컵 경기가 펼쳐진다. 지난 번 북한과 브라질 전의 감동은 아직도 남아 놀라움을 주고 있다. 그리스 전에서 우리도 잘했지만, 북한 역시 우리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데 충분한 실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런 식이라면, 남과 북이 하나로 뭉쳐 단일팀으로 월드컵에 나가면 최강 정예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을 누구나 하게 된다. 지성이랑 대세, 청용이랑 윤남이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형제처럼 뛰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벌써 벅차다.
월드컵 응원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짜작 짝 짝짝"을 외치지만 이 출중한 실력을 가진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하나의 몸이 되어 축구장을 누빈다면, 그때 구호는 "통일 한반도, 피스 코리아(Peace, Korea)"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전 세계를 향해 우리의 평화의지와 통일의 갈망을 표현하면서 동북아시아의 현실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힘을 내뿜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방해하고 모략하고 전쟁으로 가는 길을 주도하려는 세력은 이런 과정에서 세계적 규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붉은 물결이 휩쓸고 있는 한반도 남쪽," 평소에 이렇게 표현하면 국가보안법 위반감이 된다. 그러나 이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 우리는 더 이상 논란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월드컵 중계를 하는 방송매체의 공식 멘트다. 붉은 물결이 넘칠수록 월드컵의 힘은 자라난다. 그렇지 않아도 남과 북의 유니폼 색깔은 모두 붉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유독 분단과 국가 권력에 대한 진보적 발상과 운동에 대해서는, 뜻이 달라진 붉은 색을 칠하고 난도질 하면서 공격해댄다. 참여연대의 유엔 안보리 서한 발송이 바로 그 보기이다.
이명박 정권과 보수 언론, 우익세력들은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를 반국가, 이적행위, 국제공조 파괴라는 용어를 동원해서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국무총리라는 인물은 참여연대를 향해 "어느 나라 국민인가?"를 따져 묻는다. 이 말들이 옳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 말은 고스란히 그 세력에게 돌려줘야 할 말이다. 왜 그런가? 그건 간단히 원칙적인 사안만 봐도 답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자신이 민주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다면 적어도 이러한 논리를 수긍해야 할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반국가 단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부는 정부의 공식주장이나 발표를 국민이 그대로 받아들일 의무를 요구할 수 없다. 국민은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권리를 가진다. 이를 묵살하거나 억압하는 정부는 민주정부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게는 이러한 의문제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대답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러한 정부는 민주국가의 근본원칙을 위반하는 반국가 단체로 전락한다. 따라서 그런 정부는 이적행위 운운할 자격도 없고 국제공조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킬 근거도 잃게 된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파괴하는 이런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과학적 전문성을 가진 질문이 아니라도 좋다. 상식 수준에서 생각해봐도 정부는 각종 의문제기에 대해 답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새는 하늘을 날고 잠수함은 바닷 속을 다니는데, 새떼를 향해 쏜 것이라면 우리 해군은 상대가 하늘에 있는지 바다 속에 있는지도 모른단 말인가?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증언자이자 현장 지휘책임자인 천암함 함장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이 없다. 단지 사건 이후 휴대전화로 보고했다는 내용 외에는 말이다. 보고 체계가 엉망이었던 점은 이미 감사원 조사로 드러났으니 초기단계의 대응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일어난 것에 대해는 입이 열 개대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뿐인가? 남북기본합의서에 바탕을 두고 분쟁해결의 평화적 공동해결을 위한 당사자 원칙의 절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당사자도 아닌 외국을 향해 이 문제를 거론했던가? 남북기본합의서가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주장한 대통령 이명박은 자신의 발언도 이런 식으로 파기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더군다나 이렇게 여러모로 국내적 검증절차를 의회에서도 거치지 않은 것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들고 나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까? 유엔이야 외교적 고려를 통해 사안을 판단하는 집단이니 미국의 불법적 이라크 침략도 막아내지 못했다. 그런 현장에 이런 증거 불충분의 자료를 들고 나가 외교 활동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뒤에서는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판단 자료 투입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4대강 사업이라는 것이 그 절차나 진행과정이 엉터리고 졸속에다가 무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일 드러나고 있는 판에, 이런 중대한 민족적 사안조차 심층적 검증 절차 없이 북에 대한 국제적 포위, 압박 정책을 전개하는데 써먹겠다는 것은 사고 능력 불충분이다. 이야말로 국가의 체모를 깎아먹는 행위다.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는 그러한 국가 위신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대한 제동장치를 만들어 낸 셈이다. 물론 그러한 문제제기의 영향력과는 별도로, 우리 내부에 정부의 발표와는 다른 생각, 이견, 문제제기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한반도 문제나 동북아 정세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낮고 의지도 별반 없으며 기존의 네오콘 관성에 업혀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의 국면조성을 위해서는 매우 위험하다.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서 새로운 정보와 판단자료가 투입(input)되는 것으로, 이는 오바마 정부의 동북아시아 정세 판단과 정책 조율에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참여연대의 기여는 가치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집권세력은 민심 읽기에 실패했다. 반대의견이나 문제제기를 봉쇄해버린 결과다. 자기 무덤 자기가 판 것이다. 남의 눈 가리려다가 자기 눈까지 가렸다. 남의 귀 막으려다가 자기 귀까지 멀게 했고, 자기 말만 하려다가 엉뚱한 말만 만 셈이 되었다. 이번 일도 다르지 않다. 참여연대의 문제제기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할 책임과 의무가 있을 따름이다. 이를 억압하고 묵살하려드는 정부는 이미 민주정부가 아니며 우리 모두의 국제적 위신에 먹칠하고 평화를 좌초시키려는 권력에 불과하다. 지성이랑 대세는 저렇게 열심힌 뛰어서 모두를 감격시키고 있는데, 그래서 우리의 평화와 통일의 갈망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는데 대체 지금 뭐하고 있는 정부인가? 부디 더는 국가의 품격을 이런 식으로 더는 떨어뜨리지 말기를 바란다.
비정부 기구 NGO를 자신의 견해에 도전한다고 해서 반국가 단체처럼 몰아가는 정부는 이미 합리적, 민주 정부가 아니다. 우린 그런 정부의 국민이 되고 싶지 않다. 이런 정부의 잘못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참여연대가 있는 우리인 게 자랑스럽다. 그건 우리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지성이와 대세가 우리의 자존심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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