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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선거 결과에 미국도 당황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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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6.2 선거 결과에 미국도 당황했다, 왜?

천안함 침몰과 6.2 지방선거,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별 관련이 없어야할 이 세 가지 사안이 서로 얽혀서 천안함 사건의 후폭풍은 한국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앞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6.2 지방선거 결과는 뜻밖이었다. 정부·여당은 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풍'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만약 천안함 침몰에 대해 정부가 정확하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연후, TOD 영상이나 교신기록 등 객관적인 정황 자료를 공개하고, 조사결과 발표는 선거 후로 미뤘다면 북풍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예측이나 여론조사 결과는 천안함 사건이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선거를 앞두고 북풍의 유혹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전혀 달랐다. 북풍에 대한 역풍이 불 것으로 예측했던 전문가들조차도 야권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는 예측하지 못했다. 지방선거 전에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선거 직전인 5월 26일 서울을 방문해 천안함 사건 발표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선언하였다.

이는 결국 천안함을 선거용으로 활용하려는 정부·여당의 의도를 미국 정부가 지원해준 꼴이 됐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미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에 참패를 안겨주었다. 미국 언론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가 보수표를 결집해서 한나라당이 크게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의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도 놀라움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국 정부였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천안함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크게 패하자 그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한국 정부가 천안함을 북풍으로 활용하려 했던 의도를 미국 정부가 확고하게 지지했던 것이 선거 결과 한국에서 반미감정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내심 불안해 하고 있는 모습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더라도 천안함 침몰 시간, 새떼를 향한 발포 등 군의 초기 대응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가 충분한 것은 아니만, 정부의 발표는 증거불충분과 증거은폐라는 게 드러났고, 따라서 전면적인 재조사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방선거 일주일알 앞두고 한국을 방문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응을 전면 거부했고, 미국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천안함 침몰에 대한 오바마의 프레임은 '중국 견제'

그렇다면 미국은 왜 증거도 충분하지 않고, 초기 군의 대응에 대해 은폐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국무장관까지 나서서 다른 나라의 선거 직전, 민감한 시기에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를 지지하고 나선 것일까?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대중국 압박용으로 활용할 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침몰은 한국 정부에는 북풍, 미국 정부에는 대중국 압박이라는 이해관계가 맞물려진 사건이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미국의 여론을 압축해서 말하면 "북한이 한국의 함정을 공격해 침몰시켰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을 감싸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공격이라는 증거를 분명히 찾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여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바마 정부가 증거불충분, 증거은폐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를 지지한 것은 북한에 대한 무관심이 그 배경이다. 미국 정부에게 북한 문제는 중국 문제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국내 현안 문제들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있는 사안이다. 게다가 지금 북핵 문제를 어설프게 건드리기보다는 시간이 더 지나면 북한이 손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북한의 행태는 비합리적이라는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 조사보다는 동맹국인 한국의 발언에 기초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미국의 대북 불신에는 북한의 협상 태도가 원인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충분한 사실 조사에 입각한 신중한 언행이 필요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못했고, '한나라당 참패'라는 한국의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내심 골치를 썩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함께 서해에서 벌이기로 했던 한미 합동 대규모 군사훈련을 6.2선거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야말로 이러한 속사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1월 미국이 대만에 64억 달러 규모의 무기수출 계획을 밝힌 이후 미국과 중국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중국에 대한 외교적 도덕적 압박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힐리러 국무장관이 국제사회의 대응을 강조한 것도 중국에 대한 압박용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이 안보리에서 주요 회원국들과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발언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이다.

아울러 북한이 당황스러운 나라일 뿐만 아니라 위험한 나라라는 사실을 중국이 인정하게 압력을 넣어서 북중 협력관계를 약화시킬 필요성도 있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6월초 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그릇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서 이런 의도가 분명해졌다.

이는 천안함 사건을 통해 중국이 의장국인, 북핵 폐기를 위한 다자회의체인 6자회담을 사실상 무력화시려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중국 힘빼기 작전인 셈이다. 천안함 이후 한국정부가 북핵 문제를 제쳐두고 천안함 해결을 최우선으로 삼는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외교적·도덕적인 것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차원에서도 준비되었다. 미국이 서해에서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하기로 한 것은 북한에 대한 대잠수함 훈련 차원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경고가 주요 목적이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워싱턴호를 이 훈련에 배치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 핵잠수함의 서해 추진은 베이징, 텐진, 상하이를 서해와 접하고 있는 중국에는 군사적 긴장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훈련은 6.2 지방선거가 끝난 뒤 시기가 유동적으로 되고 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적인 시위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경고와 중국의 반응을 점검하려고 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6.2 선거로 미국이 구상에 차질이 생겼지만 선거 이후에도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여전히 천안함 사태에 대해 중국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아울러 천안함 이후 한국에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되는 것 역시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용도다. 최소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것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중국에 경고하는 효과는 거둘 것이다.

▲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북풍'을 지원하는 오바마 미 행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창수

6.2 선거 민심, 미국의 구상에 대한 거부인 셈

6.2 지방선거 결과를 본 미국은 과연 천안함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 전략을 사용할 것인가?

미국의 예상과 달리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분석하듯 천안함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좌절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국 전략 차원에서 천안함 침몰을 활용하려했던 미국의 구상을 결과적으로 한국 국민들이 거부한 셈이다. 6.2 선거와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함수관계에서 한국인들의 선택이 미국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감사원 감사 결과 미흡하지만 일부가 밝혀진 것이 계기가 되어 봇물 터지듯이 천안함의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질 것이다. 천안함의 진실은 이를 은폐한 한국 정부에도 타격을 주겠지만, 대중국 전략을 위해 진실 은폐를 지원한 오바마 정부의 도덕성과 대외 전략도 큰 흠집을 만들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파워게임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자신들이 지원으로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발전한 것을 모범적인 사례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와 함께 한국인들의 민주의식도 발전했다는 사실은 항상 간과한다. 한국인들의 높은 민주의식은 성숙한 한미관계를 희망한다. 하지만 미국이 일방적인 잘못에 대해서도 눈 감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오바마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

▲ 한인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촛불을 켜고 백악관 주변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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