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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누구에게 이득이었나'를 따져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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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누구에게 이득이었나'를 따져보라"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레바논 총리 암살과 천안함 사건

지난 3월 26일 서해안 백령도 가까이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은 많은 국민들을 슬픔과 분노 속으로 몰아넣었다. 침몰된 천암함에 타고 있던 부사관 30명, 병 16명, 그들을 구조하려던 UDT 원사 1명과 어부 9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건이 터진지 3개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 비극이 일어나야 했는가 하는 안타까움 속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진상 규명인가? 진상 덮기인가?

국방 의무를 다하던 젊은이들의 생목숨이 희생된 사실을 안타깝게 여기는 거리의 보통사람들을 이명박 정부와 군 당국은 속 타게 만들어왔다. 이른바 '군사보안'임을 내세워 천안함의 교신기록, 정비일지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궁금증을 더해왔다. 10일 나온 감사원 감사 결과발표로 침몰사건이 일어난 시각을 30분 뒤로 늦춰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국민들은 "우리나라 정부와 군이 뭔가 또 다른 것도 숨기고 있지 않겠는가"하는 의구심마저 품기 마련이다.

11일 참여연대가 내놓은 '천안함 감사, 진상 규명인가? 진상 덮기인가?'란 제목의 성명서는 우리 국민들의 담담한 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과연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보고 지휘체계에 과연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천안함이 어떤 목적으로 어떤 항로로 이동 중이었고, 관련 지휘계선에서 과연 어떤 요지의 교신을 주고받았는지...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천암함 침몰의 진실은 덮인 채 지난 3개월 동안 우리 국민들은 천안함 침몰 원인규명을 둘러싸고 너무나 많은 '단정적인' 말들을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과 극우단체들은 사건 초기부터 한결같이 북한의 공격으로 단정하면서 정부가 미적거린다고 비난해왔다. 그들의 강성발언이 나올 때마다 분위기는 냄비처럼 달구어진다. 북진통일을 위한 진군나팔을 부는 출정식을 떠올리는 풍경이다.

▲ 2005년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가 의문의 폭탄테러로 숨진 뒤 그의 기일을 맞아 베이루트 중심가 비상경비에 나선 레바논 병사들. ⓒ김재명

누가 레바논 전 총리를 죽였나

국제정치학에서는 한 국가의 정책결정은 '국가이익의 극대화'라는 데 초점을 맞춰 이뤄진다고 본다. 어떤 정책이 궁극적으로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로 입안 검토되고 실행에 옮겨지거나 폐기된다. 국가정책 결정과정의 요체는 들인 비용과 이익(투입-산출, input-output)을 따지는 기업경영과 마찬가지로 이익의 극대화인 셈이다. 그런데 한 국가의 행위가 오히려 국가에 손해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최선의 합리적 결정이 아니었거나, 다른 외적 요인이 작용한 때문이다.

지난 2005년 2월 레바논에서는 친서방(친미)-반시리아 정책을 펴오던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당시 60세)가 폭탄테러 공격으로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사건은 중동뿐 아니라 전세계에 커다란 관심을 모았었다. 5월 레바논 총선을 3개월 앞두고 벌어진 폭탄테러로 하리리를 죽였을까? 그 배후세력은 어디일까?

미국과 이스라엘은 즉각 레바논의 이웃나라인 시리아의 1인 권력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손가락질 했다. 하리리 암살의 배후는 시리아 정보기관이라는 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장이었다. 하리리는 죽기 전에 반시리아 정책을 펴면서, 레바논에 1976년 이래 30년 가까이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면서 레바논 정치에 개입해온 시리아군의 철수를 추진했었다. 그 때문에 시리아는 하리리를 눈엣가시로 여겨왔고, 그를 죽일 충분 이유가 있다는 얘기였다.

이스라엘이 하리리 암살로 득을 보았다면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으로 시리아는 국제사회로부터 고립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아사드 대통령은 하리리 암살사건을 '끔찍한 범죄행위'라고 규탄하며 시리아의관련성을 애써 부인했지만 분위기는 시리아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갔다. 결국 시리아아사드 대통령은 레바논 주둔 시리아 병력을 철수시켰고, 레바논에 대한 장악력은 크게 떨어졌다.

2007년 시리아 현지 취재 때 그곳 <시리아 투데이> 논설위원 오바이다 하마드를 만났더니, 그는 다음과 같이 음모론을 주장했다.

"구체적인 증거를 놓고 말하자. 증거가 없다면, 하리리 암살로 누가 득을 보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시리아는 하리리 암살 뒤 레바논 주둔병력을 철수시키라는 압력에 부딪쳤고, 결국 그렇게 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국방력이 약해진 레바논을 만만하게 봤고, 실제로 시리아군의 레바논 철수 다음해인 2006년 7월 레바논을 침공하지 않았느냐? 이스라엘이 하리리 암살로 득을 보았다면, 누가 하리리를 죽였는지 분명해진다"

북한은 천암함 침몰로 어떤 이득?

하리리 암살사건을 하나의 거울로 치면, 천암함 사건의 진실도 이 침몰로 누가 이득을 보았느냐를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 쓴 대로 한 국가의 정책이 국가이익의 극대화란 잣대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천안함을 침몰시키기로 결정한 주체가 그 침몰로 이득을 얻어야 한다.

정부 조사단의 발표대로 북한 잠수함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면, 그래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암함 침몰에 책임이 있다면, 그것으로 얻은 북한의 이익이란 게 도대체 무엇일까. 돌아온 것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한반도 상황의 긴장고조이다. 그리고 유엔안보리에서 제재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들을 충분히 예상했는데도 천안함 공격을 결정해야 할 절실한 동기가 북한에 과연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천암함 희생자는 한반도 대결구도의 희생양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은 천암함 침몰로 젊은이들의 생목숨을 앗아간 비극이 일어난 뒤 현실적으로 이익을 보려고 움직인 쪽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이라는 점이다. 가까운 보기로, 천암함 북풍으로 6.2 지방선거에서 득을 보려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은 한나라당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났다. 그래서 더욱 헷갈린다. 천안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도대체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천안함 희생자들은 한반도 대결구도의 희생양들이라는 점이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됐다면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멀리 워싱턴의 미국 지도자들이 천암함 사건 뒤 어떤 발언을 했든 간에, 한반도 평화유지의 일차적 책임은 남과 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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