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구상한 천안함 국제공조의 원군이 되어줄 줄 알았던 러시아가 칼끝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다.
천안함 조사 결과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전문가팀이 각종 언론을 통해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강한 의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전문가팀의 이같은 태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합의문 도출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조사 결과에 대한 국제적 공신력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해군 수뇌부의 말을 빌려 러시아 전문가팀이 '천안함 사고에 대한 한국의 조사 결과로는 북한의 범행임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인테르팍스>의 이 보도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의해 8일 전해졌다.
<인테르팍스>는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물과 선체의 손상 정도를 검증했지만 북한의 관여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약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이에 따라 향후 유엔 안보리에서 천안함 문제가 다뤄질 경우 러시아는 소극적인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지지통신>도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한국 합조단의 조사 결과로는 북한의 범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한국에 전달하고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결정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사실이 7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알렉세이 보로다브키 러시아 외무 차관은 지난 3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한국의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한국의 조사 결과가 북한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완벽한 증거는 못 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러시아 팀의 이같은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일 홍콩 <봉황위성TV>는 러시아 전문가팀이 한국에 와서 어뢰 부품이 온전한 이유, '1번' 글씨가 선명한 이유 등을 물어보며 미국의 핵잠수정까지 있던 상황에서 북한 잠수정이 초계함을 공격 목표로 삼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 측 전문가들이 각종 외신을 통해 내놓는 의견도 러시아의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3일 "천안함이 만약 어뢰에 의해 침몰됐다면 한국 해군은 '밥통'"이라는 러시아 전문가의 발언을 소개했다. 잠수정 전문가인 러시아 해군 예비역 대령 미하일 보른스키도 이미 언론을 통해 한국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 강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러시아는 향후 2~3일 내에 전문가팀의 방한 보고를 마무리하고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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