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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00% 증거 없으면 안보리 논의 반대"…한러 정상 통화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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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00% 증거 없으면 안보리 논의 반대"…한러 정상 통화 '뒤통수'

청와대, 러시아 대통령 발언 '마사지' 의혹도

러시아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100%의 증거를 얻기 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같은 입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6일 통화를 한 후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천안함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험로가 예상된다.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이다. 이 대통령이 러시아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천안함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지 않을 것이며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 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이고르 리아킨-프롤로프 러시아 외무부 부대변인이 말했다.

리아킨-프롤로프 부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과 연결됐다는 100%의 증거를 받아야 한다"며 "러시아 전문가들이 조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 자체의 결론을 가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청와대

이같은 발언은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가 아직까지 러시아를 설득시키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에 공을 들여 온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천안함 조사 결과와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통화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한국이 준) 조사 자료를 검토하고 있고 다른 소스를 통해 온 정보도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는 전했다. 북한 쪽 설명도 듣겠다는 뜻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관련국들이 절제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호 주러 한국 대사는 24일 6자회담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키 외무 차관을 만나 재차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 대사도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러시아가 한국의 손을 선뜻 들어주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이 나섰다. 26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통화를 한 것이다.

청와대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면서 북한에 제대로 된 신호를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메드베데프가 "이 대통령의 담화를 통해 밝힌 안보리 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의 브리핑에는 '북한에 제대로 된 신호를 주겠다'는 내용이 없다. 대통령궁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보다 절제된 태도로 더 이상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을 뿐이다.

양국의 발표가 전혀 다른 뉘앙스를 주자 청와대가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을 '마사지'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러시아 대통령궁이 공개한 메드베데프의 말은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1일 했던 발언과 같은 태도다.

다만 크렘린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천안함 조사 결과를 검토할 전문가 그룹을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라고 크렘린은 설명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천안함 조사 민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하지 않았다.

성명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의 정확한 이유를 규명하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국들의 자제심을 거듭 강조했다. 남북한 모두를 두고 하는 말로 읽힌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문가 파견 결정이 곧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기 위한 수순 밟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천안함 연루설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군사 과학·정보 분야에 자긍심이 강한 러시아가 어뢰 추진체와 정황 증거만으로 북한 연루설에 고개를 끄덕일 가능성도 낮다.

미국이 천안함 사건의 안보리 회부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피하는 것은 결국 이같은 러시아 등의 태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우리는 한국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안보리 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 및 당사국들과 협의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 조치가 언제 어떻게 취해질 것인지는 예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당국자는 "유엔 대북 제재 수위와 방안, 시기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해 보여줬던 태도와 동일하다. 한국 정부가 결정해 안보리에 회부하면 미국은 지지하겠지만 미국 스스로 나서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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