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0일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대북 강경 조치와 북한의 예상된 반발로 인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제 천안함 사건은 남북한 간 민족내부의 문제가 아닌 국제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23개 국가 및유럽연합(EU),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성명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중 전략·경제대화(5.24-25)에서 양국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공동 책임'이라는 발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란 원론적 수사 이외에 신중하고 모호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천안함 사건(3.26) 이후 '애도'의 뜻을 표명하고 '객관적·과학적 조사결과를 주시'하는 중립적 자세를 견지해왔다. 게다가 '천안함과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별개'라며 북한과 전통 우호협력관계의 강화를 시도했다. 더욱이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소행이란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냉정과 절제', '분쟁과 갈등을 야기하는 행위 반대', '대화를 통한 외교적 타결' 등을 주장하며, 조사결과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남북한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추진해온 한반도정책에서 기인한다. 경제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긴요하며, 책임 대국으로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도 교두보인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과는 전통 우호협력관계를, 한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와 영향력 증대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이상적이고 기초적인 환경은 남북관계의 안정 및 증진이다. 반대로 남북관계의 긴장 및 위기는 중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자국 정책의 모순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천안함 사건이 여기에 해당되며 중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천안함 사건이 보복 및 맞대응을 초래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었다. 상하이 엑스포(5-10월)와 광저우(11월)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그렇다. 또한 천안함 사건이 한미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중국 영향력의 상대적인 약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었다. 따라서 중국은 천안함 사건을 남북한 문제로 국한시키고 6자회담과 연계되지 않기를 희망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함으로써 교착상태인 북미대화의 중재를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국면전환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라는 조사결과는 중국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즉, 국제사회의 대북 비판 여론 속에서 국제전문가가 참여한 조사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관함을 주장하는 북한을 무시하고 조사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딜레마는 분명한 태도 표명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북한에 대한 암묵적 동조로 비춰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더 깊은 전략적 고민이 숨어 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발표가 국제사회의 북한 비난여론 형성에 기여하고 이것이 유엔의 대북 추가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유엔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변화나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중국 내에서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은 추가제재가 북한의 극단적 조치를 자극하거나 북한정권의 붕괴를 야기하게 되어 한반도의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불안정성·불확실성의 증대)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점은 중국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조치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강경조치에 대한 견제로도 나타난다. 북한의 무력도발이나 모험적 돌발행위는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정책 형성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북 강경조치에 대응한 북한의 강경조치가 발표된 직후 북한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환치우(環球)시보>의 사설(5.26)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향후 중국의 행보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일단 중국은 천안함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기를 기대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천안함 사건이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이다. 이 경우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수용 여부가 중요한데, 중국은 북한 소행의 진위 여부를 떠나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우선 검토할 것이다. 내심 북한 소행이라는 확신이 있더라도 조사결과의 취약성이나 국제사회의 수용 가능성을 평가할 것이다.
부득이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러시아 등과 협의해 구속력이 약한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유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유엔결의가 추진될 경우 제재수위를 최대한 완화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특히, 이 경우에 중국은 천안함 사건을 종결하고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화국면 조성에 치중할 것이다. 이 전체의 과정에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미국과 천안함 사건의 협조와 6자회담 재개 논의를 교환하는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천안함 외교도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태도와 입장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며, 이에 따른 대미외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 천안함 사건이 중국의 한반도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남북한 균형외교를 포함한 중국의 한반도전략도 남북한 양측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는 딜레마를 반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중국도 북한 포용과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 사이에서 어느 것이 국익에 유리한가를 검토할 시점을 진지하게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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