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24일 대국민 담화에 대한 북한의 극렬한 반발로 남북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상시적으로 우발적 군사 충돌이 우려되는 대결 상태로 접어들게 됐다.
남측 선박·항공기 북측 영해 통과 불허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아래와 같은 8개항의 "1단계 조치"를 발표했다.
1) 괴뢰당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 2) 리명박 패당의 임기 기간 일체 당국사이의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는다. 3) 판문점 적십자 연락대표들의 사업을 완전 중지한다. 4) 북남사이의 모든 통신 연계를 단절한다. 5)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북남경제협력협의사무소를 동결, 철폐하고 남측 관계자들을 즉시 전원 추방한다. 6) 괴뢰패당의 《대북심리전》에 대한 우리의 전면적인 반격을 개시한다. 7) 남조선 선박, 항공기들의 우리측 영해, 영공 통과를 전면 금지한다. 8)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 |
이로써 1971년 적십자회담 때 시작된 판문점 적십자대표부는 39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대북 심리전에 대한 전면적인 반격'은 남측의 확성기를 조준 격파하겠다는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의 엄포대로 군사적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으로의 삐라 살포 및 대남 심리전 재개도 예상되고 있다.
남측 선박·항공기의 통과 불허로 남측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선박과 미주지역을 오갈 때 북한 영공을 통과해 온 남측 항공기는 우회로를 통해 다니게 됐다. 이는 제주해협 등을 통과하는 북측 선박보다 많은 수의 남측 선박·항공기과 북한의 영해·영공을 통과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만큼 '누가 더 손해인지 보라'는 식의 대응으로 평가된다.
▲ 조평통이 25일 남한 당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 당국간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대변인 담화를 북한의 아나운서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개성공단도 사실상 폐쇄 수순
다만 조평통 대변인은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의 '철폐'만 언급했을 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대해서는 별 말을 하지 않아 스스로 공단의 문을 닫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남북한을 연결하는 모든 통신을 차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개성공단 통행에 이용되어 온 군사당국간 통신선도 차단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3월 개성으로의 육로 통행이 세 차례 중단됐던 것도 북측이 군사당국간 통신선을 끊으면서 비롯됐기 때문에 개성공단으로의 통행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정부가 기업 관계자들의 방북을 26일부터 허용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은 자연 폐쇄 수순을 밟게 된다.
작년 3월에는 개성 경협협의사무소 통신선과 해사 당국간 라인, 항공관제 라인 등이 가동됐으나 이번에는 그 모든 것이 끊길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문제들을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은 구체적인 내용을 예상하기 어렵다. 북한의 전시법이 알려진 게 없기 때문이다. 개성이나 금강산 등에 체류하고 있는 남측 인원들이 남북간 합의상 허용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전시에 준하는 엄격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번 조치를 '1단계'라고 언급함으로써 앞으로 남북관계 차단의 수위를 더 높이는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끝까지 대결하여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정하고 "이제부터 북남관계 전면 폐쇄, 북남 불가침합의 전면 파기, 북남 협력사업 전면 철폐의 단호한 행동 조치에 들어간다는 것을 정식 선포한다"며 8개 항을 발표했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을 '역도' '극안학 호전광' 등으로 비난하고 "(천안)함선 침몰 사건과 관련한 괴뢰패당의 반공화국 대결 모략소동을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경우 무자비하고 강력한 징벌을 가할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천명했다"고 말했다.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이날 밤 10시 47분 경 발표됐다. 이는 26일 열릴 예정인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서울에 오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 한미 양국이 대북 제재를 공조하면 한반도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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