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놓고 "예의상 준 상"이라고 평가절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내일신문>은 25일 "유인촌 장관이 24일 문화부 기자실을 찾아 '각본상은 작품상이나 연기상에 비해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라며 '(칸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창동 감독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준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칸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를 문화부 장관이 비하한 것.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은 이창동 감독의 수상에 "세계 최고 무대에서 우리 영화의 높은 예술성, 창조성, 우수성을 알린 쾌거"라는 축전을 보냈었다.
문화부 "유인촌 장관 이창동 감독 비하한 적 없다"
이런 보도를 놓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문화부는 상황과 대화 내용 등을 별도로 정리한 이례적인 형식의 해명 자료를 내 "<내일신문>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문화부는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문화부의 배석자는 물론, 타사 기자 중 3명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2명은 그와 유사한 말을 들은 것 같긴 하나 <시>의 각본상 수상의 공적을 깎아내리려는 차원의 발언으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문화부는 "유인촌 장관은 <시>의 각본상 수상을 '평가절하'한 바 없다"면서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시>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여러 차례 아쉬움을 표명하였고 '아니면 윤정희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면 좋았는데… '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오히려 유장관은 평소 이창동 감독을 높이 평가하여 왔으며,<시>의 각본상 수상 즉시 축하 전문을 발송했고, 동 기자 간담회에서도 '아직 <시>를 보지 못했다'면서 '얼른 극장에 가서 보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영진위도 <시> "시나리오 수준 낮다"며 탈락시켜
유인촌 장관의 영화 <시> 비하 발언 논란이 주목을 끄는 것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시>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 사업에서는 "시나리오 수준이 떨어진다"며 심사에서 탈락됐음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지난해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국제적 가치 창출과 해외 진출을 도모한다'며 '마스터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벌였다. <시>는 1차와 2차에 모두 출품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6월 1차 공모에서 <시>는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시나리오가 각본이 아니라 소설 같은 형식"이라며 0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심사평은 "지원 작품의 시나리오 개발 수준이 영진위가 실시하는 다른 시나리오 공모 사업에 비해 떨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며 <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영진위는 세계적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에 '시나리오 수준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셈. 영화계 일각에서는 지원 사업 응모 당시부터 '각본의 완성도가 높다'고 알려진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 떨어진 것을 두고 "참여정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 감독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