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은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상과 존 루스 주일 미 대사가 22일 오키나와 나하(那覇)시에 있는 미군 해병대 기지를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의 미군 슈워브 기지 연안부로 옮기는데 합의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양국은 2006년 미일 합의와 같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이날 오키나와를 방문해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지사에게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주변으로 옮기자고 부탁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선거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데 대해 사과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특히 천안함 사건 등 한반도 정세를 거론하며 "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에는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있다"며 "이런 와중에 해병대 등 주일미군의 억지력을 저하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키나와 주민들과 사회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카이마 지사는 "매우 유감"이라며 헤노코 이전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주민들은 이날 하토야마 총리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시위를 벌였다.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사민당도 오키나와 현내 이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연립 붕괴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당수는 "연립여당의 일원으로서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연정 이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이 지난 21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작년 9월 출범한 하토야마 내각은 2006년 자민당 정권과 미국의 기지 이전 합의를 부정하며 "적어도 오키나와현 밖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첨예한 대립 끝에 결국 기존안에 대한 미세 조정만 이뤄낸 채 핵심 선거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미일관계만 손상시키고 공약은 지키지 못한 이같은 결과가 7월 참의원 선거의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미일 양국은 후텐마 기지를 슈워브 기지 연안으로 옮길 경우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들지, 말뚝을 박은 뒤 상판을 올리는 잔교방식을 택할지는 9월에 결정하기로 했다. 매립 방식은 기존안에 있는 것으로 하토야마 총리는 '자연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해 왔지만,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양국은 해병대 훈련의 일부를 오키나와현 밖으로 이전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도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이전지로 검토중인 가고시마(鹿兒島)현 도쿠노시마(德之島)에 대해서는 미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고 주민들의 반대도 거세 향후 논의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또 헤노코의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내용의 환경 특별협정을 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다른 미군 주둔국과의 형평을 고려해 이를 공동성명에 명시하는데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