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단을 받자니 북한에 해명 무대를 제공해 주는 셈이 되고, 안 받자니 결과 발표에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개시 30분 뒤인 10시 30분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전격 발표해 "우리와 연계되어 있다는 물증을 내놓아야 한다"며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뉴시스 |
과거 사례와 다르게 북한이 이날 '준비된 행보'를 취한 것은 일반적인 국면 전환용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남측이 '반론권'을 주면 자신들이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보이겠다는 뜻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검열단이 내려오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히 주장할 것"이라며 "제3자를 설득하기 힘들지는 몰라도 북한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전파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그러나 반대로 검열단을 거부한다면 북한은 남쪽이 자신이 없어서 그런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는 나라들도 우리 정부의 태도를 이상하게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검열단 파견 제안에 깔린 이러한 의도는 정부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검열단을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박정이 합조단 공동단장이 '유엔사령부의 군사정전위원회 조사가 시작될 것이고 거기에 따르겠다'고 말했는데, 그 답변으로 갈음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박사는 <연합뉴스>에 "지금 상황에서 검열단이 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북한은 유엔 제재로 가면 거기에다 대고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이후 '북한이 할 말이 있다면 유엔에서 하라'고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정세현 전 장관은 "남측이 검열단을 받지 않는다면 북한은 남북간 군사 라인을 통해 정식으로 전화통지문을 보내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와도 남측이 거부한다면 북한은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받는다'고 국제사회에 강하게 어필할 것이다. 만약 전통문을 보냈는데 남측이 묵살하면 대외 매체를 통해 공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검열단 파견까지 제안하며 강하게 나오면 유럽 같은 데에서도 남측의 말만 옳다고 하기 어렵다"며 "유럽 국가들은 프랑스만 제외하고 모두 남북과 공동으로 수교하고 있기 때문에 한쪽의 손을 확실히 들어주지 않고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검열단은 일종의 공동 조사 제안"이라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 국면으로 가는 걸 막고 진실을 규명하는 국면이 끝나지 않았음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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