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뉴욕증시 폭락 사건과 그리스 시위는 빙산의 일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뉴욕증시 폭락 사건과 그리스 시위는 빙산의 일각"

[월러스틴의 '논평'] 두려움이 세계를 지배한다

두려움을 해부한다

두려움(fear)은 오늘날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가장 전염성이 높은 대중적 감정이다. 두려움은 비이성적인 게 아니지만, 위험을 처리하는 현명한 길을 터주는 것도 아니다. 최근 있었던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사건은 두려움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잘 보여준다.

하나는 지난 6일 뉴욕 증권거래소 주가 폭락 사건이었다. 단지 몇 분 동안 벌어진 일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다른 하나는 그리스 아테네의 시위 사태(riot)로, 이미 3명이 사망했고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그날 아침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300포인트 정도 곤두박질쳤던 모양이다. 상당한 하락(약 3%)이었지만, 미국에서 나온 여러 가지 안 좋은 소식들과 그리스 정부의 파산 가능성에 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그 정도의 하락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날 오후, 다우 지수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700포인트 더 떨어졌다. 하루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트레이더[증권 거래인]들은 놀라서 말도 못하는 지경이 됐다. 일부 대형주는 90% 폭락해 주당 1센트가 됐다. 그러나 트레이더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지수는 폭락 때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회복됐다. 결국 전일 기준으로 '겨우' 371.80 포인트만 떨어진 상태로 장을 마감했고, 트레이더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어떤 트레이더가 '손가락이 너무 굵어서' 단말기 자판에서 '100만' 키를 누른다는 게 '10억' 키를 누르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런 사람이 있긴 했는지, 그 사람의 손가락이 정말 굵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자 또 다른 얘기가 돌았다. 뉴욕 거래소에는 거래가 과열될 때 거래를 일시 지연(slowdown)시키는 메커니즘이 있는데, 다른 거래소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뉴욕 거래소에서 거래 지연 조치가 취해지자 다른 거래소로 옮겨 가면서 폭락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거래소로 옮겨가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자동 거래 메커니즘을 가진 이른바 알고리즘 거래 전략의 문제였다고 설명하는 이들도 있었다.

규제 수단을 가지고 다른 여러 거래소들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없는 게 문제였기 때문에 모든 거래소가 공동의 거래 지연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또, 폭락 현상은 자동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을 탓하기보다 기계를 탓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날 사태에 대한 이 모든 설명은 근거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설명에는 하나의 사실이 빠져 있다. 폭락이 시작됐을 때, 거래가 지연될 때, 다시 매수를 시작하고 다우 지수를 끌어 올릴 때 등 길목 길목에서 인간의 결정이 개입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곳은 두려움이라는 요소가 개입되는 곳이다.

주식 거래에는 당연히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있다. 그러나 트레이더들은 기본적으로 주가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고 예상된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는 생각에 기대고 있다. 주가 변동이 심해지면, 즉 변동 폭이 크고 갑작스러워지면 트레이더들은 당연히 허둥댄다(panic). 그리고 그들이 허둥대면서 변동성은 더 커진다.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 지난 6일 뉴욕 증권거래소 주가 폭락 사태는 세계 경제를 한 순간에 공포로 몰아 넣었다. ⓒEPA=연합뉴스

뉴욕 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패닉에 빠진 그 순간, 그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아테네 시위 소식을 접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보도는 두 가지 이유에서 트레이더들을 더욱 더 당황하게 했을 것이다.

우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결국 그리스를 어떻게 돕겠다고 할지(혹은 과연 돕겠다고 할지) 매우 불확실하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또한 그리스 문제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대응(혹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 미국, 서유럽, 일본의 은행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매우 불확실하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트레이더들은 또 그리스의 잠재적인 파산이 글로벌한 차원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오리무중이었을 것이다.

트레이더들이 아테네의 시위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시위는 그리스인들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스 사람들 대부분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자신들의 실질 수입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려했다. 그리스인들은 그 점에 대해 화를 냈고 두려워했다. 또한 그리스 사람들은 그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는 자신들의 잘못, 즉 자신들이 돈을 내서 해결해야 할 잘못이라는 걸 결코 납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정부 지도자들과 주식 트레이더들이 잘 알고 있듯, 그리스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분명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리스 정부의 문제는 매우 단순하다. 세수가 매우 적은 반면 정부 지출은 현재와 미래의 수입과 비교해 볼 때 너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가능하다면)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 지출을 삭감하거나, 두 조치를 한꺼번에 해야 한다. 그것도 매우 과감하게. 그러나 이것은 독일의 문제이기도 하고 프랑스의 문제이기도 하며, 영국, 미국 등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목록은 계속된다. (브라질이나 중국처럼) 이런 문제가 전염되지 않고 그럭저럭 재정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 같은 나라들은 얼마 없어 보인다.

그리스 사람들은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확산될 것이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세계 시장은 더더욱 불안정해질(volatile) 것이며, 두려움은 확산될 것이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한 정책은 돈을 빌려오거나 더 찍어내서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거기엔 그렇게 그럭저럭 벌어 놓은 시간 동안 다시 경제가 성장하고 자신감이 회복됨으로써 결국 실질적인 그리고 잠재된 공포감이 살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정치인들은 경제가 성장하는 것 같은 매우 작은 신호만 나와도 그걸 붙잡고 확대 해석한다. 최근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박수를 치고 있는 미국이 좋은 예다. 미국의 일자리 증가는 같은 기간 인구 증가보다 낮았다.

두려움은 비이성적이지 않다. 그것은 세계 체제(world-system)의 구조적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려움은 각 정부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병을 치료한다며 쓰고 있는 미봉책(band-aids)로는 해결될 수 없다.

변동성(fluctuations)이 매우 크고 매우 빨라졌을 때 이성적으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더 이상 상대적으로 정상적인(normal) 세계 경제에서 이성적인 행위자로 행동하지 않는다. 현 시대의 진정한 현실은 바로 두려움의 정도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 문제 칼럼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 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5월 15일 281회 논평 원문보기)

* '( )'는 월러스틴의 표기이며 '[ ]'는 번역자가 추가한 내용입니다.

* 저작권 관련 알림 :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 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 , 1.336.686.9002, 1.336.286.6606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 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