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큰집 조인트' 발언으로 물러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후임 보궐이사로 김재우 전 아주그룹 부회장을 선임한 것을 두고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재우 방문진 보궐이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1년 후배로 30년 가량 삼성그룹에서 근무했으며, 1997년 벽산건설 대표이사를 맡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방송 경력이 전무한 김재우 전 회장은 방문진 법에서 이사의 자격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방송에 관한 전문성' 등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언론사유화 저지 및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14일 서울 태평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우 보궐이사 선임 철회를 요구했다.
"이명박·최시중, 자기들과 똑같은 '무자격 인사' 임명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방송 관련 인사는 항상 똑같은 행태를 보여왔다"면서 "이런 행태가 일견 이해가 되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제대로 된 언론인들은 이 정권 하에서 방송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상재 위원장은 "또 하나의 이유는 나라를 난도질하고 있는 대통령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사람이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방송을 전혀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라 방문진 이사장도 똑같이 무자격 인사를 선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MBC 노조가 김재철, 황희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이 안타까운 언론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현장에 복귀했다"며 "그러나 정권은 이러한 MBC의 등에 또다시 칼을 꽂았다. 정권의 강압적인 사유화 행태를 폭로하고 무력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김진호 언론노조 MBC케이블위성 지부장은 "말그대로 방송과 문화를 진흥하기 위한 방문진에 건설사 경영하던 사람을 꽂는 것은 MBC로 '4대강 사업'을 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며 "정보와 바른 소식을 전달하는 방송으로서의 MBC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문진 이사를 지냈던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을 보면 나도 방문진 이사였다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할 지경"이라며 "방통위는 방송은 모르고 기업의 구조조정 전문가, 기업 쪼개는 칼질 전문가를 어떻게 방문진 이사로, 더욱이 차기 이사장으로 점지해 내려보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정권의 마지막 승부수는 칼질 전문가?"
미디어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김우룡 씨는 방송장악의 더러운 내막을 폭로하는 자충수를 두었고 김재철 사장이 MBC 구성원의 반발과 저항을 돌파하지 못하자 정권은 마지막 승부수로 칼질 전문가를 투입했다"며 "이들이 선택한 '최시중-김재우-김재철 벨트'는 MBC 노조의 무력화와 MBC 사유화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재우 씨의 발탁은 MBC를 한 입에 먹지 못하게 되자 쪼개서 파탄내겠다는 선전포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KBS에 전경련 출신의 손병두 이사장을, MBC 방문진에 대기업 CEO를 내려보내 하나는 관제방송으로, 다른 하나는 사영방송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음모의 본질은 정확히 '방송 독립성' 파괴에 있다"며 "최시중, 송도균, 형태근 방통위원의 백색테러다. 방문진 무자격 인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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