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EU의 대책이 발표되자 일부 언론과 시장 관계자들은 '괴물 같은 규모의 구제금융', '충격과 공포 요법으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으나, 유로존의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뉴시스 |
"시장은 EU 대책 효과 믿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즉각 "EU는 고전적인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 지급 불능의 문제를 유동성 문제처럼 다루고 있다"며 이번 대책 역시 막대한 규모의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시간벌기용에 지나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막대한 부채로 생긴 문제를 더 많은 돈을 찍어내 막겠다는 것은 결국 '부채 위기를 더 많은 빚으로 덮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장의 부도 위기를 장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방법으로 막는 행위라는 진단이다.
이어 금융위기 전문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12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조 달러에 가까운 돈이 지원된다고 해도, 재정위기가 취약한 나라들이 대규모의 재정긴축과 구조개혁을 조건으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은 이번 대책의 효과를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온스 당 1220달러
실제로 유럽과 미국 증시는 이번 대책 발표 당일 반짝 상승했다가 하룻만에 혼조세를 보이고, 유로화 가치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값은 다시 사상 최고치(종가기준)를 경신했다. 6월 인도분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1225.30달러까지 오르면서 전날보다 19.50달러(1.6%)나 폭등한 122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또한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구제금융은 재정긴축과 세금 인상을 요구하는 조건이 달려있기 때문에 그리스 등 지원을 받는 당사국들의 경제성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루비니 교수는 "단기적으로 세금 인상과 지출 삭감은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압력을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유로존 여러 국가들은 상당한 기간동안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루그먼과 루비니 모두 이번 대책이 그리스 부도 위기 이후 좀처럼 선제적이고 충분한 대응을 위한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유럽지도자들이 유로존 전체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모처럼 전력투구에 가까운 행동통일에 나선 결과물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유로화, 보다 적은 회원국의 공통화폐로 존속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이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더라도 유로존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스 등 재정위기가 심각한 일부 유로존 국가들은 결국 유로존에서 탈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EU와 IMF가 그리스에게 1100억 유로(139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그리스가 재정긴축 등 요구조건을 수용하면서 경제를 회복하려면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루비니 교수는 "유로화는 그리스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일부 유로존 국가들이 빠져나가고 재정과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보다 적은 회원국들을 위한 공통화폐로 존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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