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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정상회의와 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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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정상회의와 6자회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7호(2010년 5·6월호)를 전재합니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7호는 '천안함과 6자회담 :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5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제7호 전체 내려받기)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ㆍ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핵이 안보의 수단이자 안보의 대상이 되는 시대이다. 2010년 4월 12~13일 미국의 워싱턴에서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의 첫 문장은 "핵테러리즘이 국제안보에 대한 가장 도발적인 위협 가운데 하나다"라는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물질을 관리·통제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없다면 전통적인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의 규범인 핵군축, 핵비확산,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더불어 핵안보가 또 다른 규범으로 추가된 것이다. 무생물인 핵물질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핵안보가 인간안보와 국제안보, 국가안보의 조건이 되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이다. 그만큼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가 절박해졌다는 인식의 소산이다.

그러나 핵테러리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이 핵억지라는 안보의 수단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면서도 핵무기를 가진 한 국가라도 존재하는 한 핵억지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2010년 4월 6일 발간한 『핵테세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서는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비핵보유국에게는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전략적 억지'와 '지역적 억지'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2010년 4월 8일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핵무기의 30%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서명했지만, 전면적 핵군축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 협정은 전략핵무기 1,550기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해도 좋다는 일종의 '허가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핵태세보고서』, 「신전략무기감축협정」, '핵안보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핵군축과 핵물질 통제가 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더라도, 핵군축과 재래식 군사력의 증강이 공존하는 모순적 정책에 대한 지적도 필요하다.

2010년 2월 5일 러시아는 새로운 군사독트린을 발표하면서 "맞춤형 타격을 가할 수 있는(at the level of sufficiency) 핵억지 능력"을 유지하겠다고 하면서 핵무기 사용의 조건을 2000년 독트린보다 제한하고자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독트린에서는 다른 군사국가와 비교하여 러시아가 뒤처져 있는 재래식 군사력에 대한 강조가 포함되어 있다.

러시아의 군사독트린 이후에 등장한 미국의 『핵태세보고서』도 지역안보에서 "비핵적 구성요소"가 "사활적"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가 지역적 억지를 강화하는 "본질적 요소"라는 주장이 그 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비핵적 구성 요소를 강화해야 하고, 동시에 지역적 억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미사일 방어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모순이다.

우리는 핵군축과 재래식 군사력 증강이 공존하는, 사실상 재래식 군사력 증강을 통해 핵군축을 보완하려는 새로운 담론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에 관한 담론은 2010년 2월의 『4개년방위계획서』(Quadrennial Defense Review)와 『탄도미사일방위계획서』(Ballistic Missile Defense Review)에 등장한 바 있다. 한국이 이 담론의 현실화에 동의할 지 여부, 즉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에 참여할 지의 여부도 동북아의 안보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10년 『4개년방위계획서』, 『탄도미사일방위계획서』, 『핵태세보고서』로 이어지는 미국의 '안보담론'에서 핵과 미사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그 이름이 언급되고 있는 국가가 '북한'과 '이란'이다. 『핵태세보고서』는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공격을 배제하지 않았다. 핵안보정상회의에 NPT 미가입 국가이고, 사실상의 핵국가인 인도· 파키스탄·이스라엘은 초청장을 받았지만, NPT 회원국인 이란과 'NPT 탈퇴국'인 북한은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북한은 2010년 4월 21일 "조선반도와 핵"이라는 외무성 비망록을 발표했다. 미국의 『핵태세보고서』와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비망록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핵불균형 상태"가 해소되었다고 주장했다. '핵무기'와 '핵우산'을 동급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2009년 10월 재개된 북·미 접촉 이후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원칙을 재확인 하였다. 북한은 동 비망록에서 핵안보정상회의와 2010년 5월의 NPT 재검토회의를 염두에 둔 듯, "다른 핵보유국들과 평등한 립장에서 국제적인 핵전파방지와 핵물질의 안전관리노력에 합세할 용의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4월 26일 『로동신문』에는 미국이 핵군축과 함께 진행하는 미사일 방어와 같은 "《비핵억제력》 보유 조치가 더 큰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4월 22일에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대받지 못한 북한과 이란이 평양에서 회담을 하기도 했다. 『로동신문』 4월 17일자에는 "미국에 완강히 맞서나가는 이란"이라는 '기사'가, 동월 26일자에는 이란 신문 『테헤란 타임스』가 외무성 비망록을 보도했다는 '반향'이 게재되기도 했다.

북한은 금번의 외무성 비망록 말미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든 말든 관계없이 … 조선반도와 세계의 비핵화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4월 24일 비망록을 보도한 『조선신보』는 북한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미국과 협조할 수 있음을 재천명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 접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 '동북아판 핵안보회의' 성격을 가진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행동이 제약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미국에게 북· 미대화를 보류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한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참여국들, 특히 한국과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발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은 핵안보정상회의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비핵화의 동력을 동북아에서 6자회담을 매개로 확산하는 것을 원할 수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한반도에서의 긴장과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원하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와 사고원인의 규명 이후에야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3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6자회담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의제화 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북한과 중국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2010년 5월 오바마 행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상' 정책이 NPT 재검토회의에서 다시금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번 NPT 재검토회의의 핵심 의제는 중동지역에서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문제, 이란 문제, 핵군축 및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권과 안전조치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1) 북한의 핵무기와 남한의 핵재처리도 주요 의제에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금번 NPT 재평가회의는 보다 강도 높은 핵군축을 제기하는 평화국가들의 연합과 핵국가들의 갈등, 이란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핵물질의 엄격한 통제가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비핵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장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핵안보정상회의의 연속선상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핵군축, 비확산,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NPT의 3대축에 대한 재확인에 기초한 가시적 성과를 얻는 회의가 될 가능성도 있다.

NPT 재검토회의의 결과는 같은 의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6자회담의 재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6자회담은 다른 지역과 달리 비핵지대화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국가들간 대화의 장에서 의제화 되고 있지 않은 동북아 지역에서 NPT의 세 축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1985년 12월 NPT에 가입하고, 2003 1월 NPT를 탈퇴하여 독특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NPT 복귀라는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NPT 재검토회의의 결과가 자신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과정에서 이 선택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참여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과거처럼 미·중협력과 북한의 동의만으로 6자회담을 소집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의 정책이 6자회담의 향배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註>

1) P. Lewis, "NPT at 40: Prospects for the Treaty And the Review Conference," Arms Control Today, 40: 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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