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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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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 줄 거야"

[한윤수의 '오랑캐꽃']<226>

'출국만기보험'이라는 게 있다.
외국인노동자에게 줄 퇴직금을 적립해두는 보험이다.

옛날에 퇴직금을 안 줘서 울며 떠나는(출국하는) 외국인이 많았다.
국제적 망신이라 정부에서 명령을 내렸다.
모든 외국인 고용 사업장은 이 보험을 들도록!
그래서 중요해진 보험이다.

하지만 출국만기보험이라면 그게 무슨 말인지 99. 99 프로가 모른다. 과장하면 그 말을 만든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 같다.
그래서 공장에서는 쉽게 그냥 '삼성'이라 부른다. 그 보험은 삼성화재에 들게 되어 있으니까.
외국인도 '삼성'하면 다 안다.
그게 퇴직금이라는 것을!

퇴사할 때
"퇴직금은 요?"
하고 외국인이 물으면 흔히 경리직원은
"삼성만 줄 거야."
한다. 이때 외국인이 가만히 있으면 그냥 삼성만 주고 만다. 하지만
"어? 나머지는 요?"
하고 따져 묻는 외국인에게는 나머지 차액까지 준다.

달라고 하면 주고,
안 달라고 하면 그냥 안 달라고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고,
보통 현장이 이렇다.

베트남 사람 후는 화성 팔탄에 있는 OO플랜트에서 일했다. 그 회사는 모두 한국인으로 외국인이라곤 베트남 두 명 밖에 없었다. 이런 회사에서는 외국인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충대충 하는 수가 많다.

후가 퇴사할 때
"퇴직금은 요?"
하고 물었더니 경리직원은
"삼성만 줄 거야."
했다. 후는
"어? 나머지는 요?
하고 따져 묻지 못하였다. 1년밖에 안된 초짜라 물정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는 5개월 후 발안으로 찾아왔다. 퇴직금 차액을 받아달라고.

우리 직원이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퇴직금 차액을 안 주셨던데요."
경리직원이 말했다.
"어? 우리는 삼성만 주는데."
"그건 *기본급에 대한 거구요. 원래 퇴직금 계산은 수당 포함해서 하는 것 아닌가요?"
"아, 그런가요?"
"차액 얼마인지 계산해서 팩스 넣어드릴 테니까 지급해주실래요?"
"예, 알아보고 넣어드릴 게요."

잠시 후 후의 통장에 50만 2천원이 입금되었다.
고맙다고 전화했더니 경리 직원이 인심 쓰듯 말했다,
"같이 나간 베트남 친구 짱 퇴직금도 계산해 주실래요?"
너무나 기특해서,
"예, 좋죠. 그 사람 급여명세서 팩스로 보내주시면 계산해드릴 게요."

하지만 더 이상 팩스는 오지 않았다.
짐작이 간다.
경리직원이
"짱도 줄 게 있는데 챙겨줄까요?"
하자 높은 사람이
"놔 둬."
했을 것이다.

본인이 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놔두는 게 전통이니까.

*기본급에 대한 거 : 삼성은 매달 기본급의 8.3 프로를 적립한다. 8.3 프로 곱하기 12개월 하면 약 100프로가 되므로 기본급에 대한 1년치 퇴직금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 퇴직금은 수당을 포함하여 계산하므로 삼성만 가지고는 법정 퇴직금에 항상 모자란다. 바로 이 차액 때문에 분쟁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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