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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빈곤층' 연예인…"아르바이트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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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빛나는 빈곤층' 연예인…"아르바이트도 못해요"

"성공한 1%외 나머지는 비정규직과 양극화에 종속"

케이블 음악 채널 Mnet의 인기 프로그램 <슈퍼스타K>는 여러모로 많은 화제를 남겼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공개 오디션을 통해 가수를 발굴한다는 콘셉트인 이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시즌에 자그마치 72만 명이나 되는 지원자가 몰렸다. 한국에서 가수를 지망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이야기다.

연기자는 어떨까. 연기자 지망생의 총 인원을 산정할 수는 없으나 지난 2005년 기준으로 기준 전국 대학의 연극영화과, 영상예술과 등에 다니는 학생은 총 3만 332명으로 집계됐다. 연기학원은 230개가량으로 추정되고, 방송사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도 일 년에 6000명가량이 배출된다. 수도권 지역에서만 4만 8000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나온다는 추정이다.

지난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실태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날 인권위의 발표는 "여성 연예인에 대한 2차 피해가 될 수 있다"는 당부에도 역시 자극적인 성희롱·스폰서 사건 중심으로만 보도됐다. 그러나 300쪽에 가까운 분량인 이 자료집에는 연예계가 왜 이러한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지 그 구조와 이면에 관한 이야기가 상당히 담겨있다.

"57.6%가 연간 소득 2000만 원 이하…아르바이트도 어려워"

일면 화려해보이는 연예계는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비정규직'과 '양극화'의 세계다. 연예인 중 1퍼센트, 이른바 'A급'이라 불리는 이들은 천문학적 액수의 수입을 얻는 반면 그에 미치지 못한 수많은 연예인들은 보통 직장인보다 못한 수입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에 설문에 응한 연기자 111명 중 2008년 한 해 동안 소득이 전혀 없었던 연기자가 18.9퍼센트로 나타났고, 1000만 원 미만이 24.3퍼센트, 1000만 원~2000만 원 미만은 14.4퍼센트로, 57.6퍼센트가 2000만 원 미만의 소득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수입이 매우 불규칙하고 자신의 뜻대로 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도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드라마 제작환경이 악화되면서 주·조연급 출연자를 제외한 대다수 연기자들이 출연료를 오랫동안 받지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

"한 삼 개월 걸려요 수입이 들어오기까지가… 보통 일을 하고나서 2, 3개월 걸리기 때문에 일하고 바로 돈 들어오고 이런 게 아니기 때문에, 돈이 없을 때는 아예 없고. 너무 이게 커요. 보통 돈이 안 들어올 때… 있을 때는 풍성하게 쓸 수 있지만 없을 때는…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지만…"(20대 초반 여성 연기자)

그러나 아르바이트도 쉽지 않다. 보고서는 "특히 얼굴이 알려진 존재라는 특성상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는 현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답변자 중 연예 관련 이외의 활동을 통한 소득이 없는 연기자는 60.4퍼센트에 이르렀다.

"잠깐 쉴 때… 얼굴은 알려졌고, 아르바이트도 못하죠. 어떻게 못하고 일이 생기기만 기다리고. 애매하게…"(20대 초반 여성 연기자)

"일반 친구들하고도 어울릴 수가 없는 거예요. 일반 친구들은 제가 돈을 쌓아놓고 있는 줄 알고, 제가 자기들하고 같이 지하철 타고 길거리에서 떡볶이 사먹고 그거 너무 비싸 하면 재수 없어 하는 거예요. 연예인이라는 건 돈을 쌓아놓고 있는 줄 알죠."(30대 후반 여성 연기자)


"대부분 기획사는 영세…계약서도 연기자에게 불리"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연예산업은 철저하게 기획사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에 지망생들은 기획사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곳은 극소수일 뿐 영세한 군소 기획사가 많다. 기획사를 사칭한 사기도 많지만 실제 회사에서도 '성장'을 지원해줄만한 곳은 많지 않다. 한 연예부 기자는 이런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연예산업 자체가 굉장히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고 굉장히 돈도 많이 벌고 그렇게 보이지만 대부분 영세하거든요. 그러니까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획사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요. 일반적 연예계 활동, CF 모델료 같은 걸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고, 수천 명의 연예인이 있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연예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거든요."

보고서는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신인 중 몇몇만 스타급으로 부상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라고 보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한 지원과 교육을 실시하지는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지망생들이 시간을 소모하고 낙오되는 상황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또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에 맺는 계약서도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 계약서를 갱신하자고 하기는 어렵고, 기획사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수시로 계약서를 계약기간을 연장하거나 조건을 바꾸는 등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 또 수익배분 비율 역시 비용을 연예인에게 전가하면서 무의미한 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처음에 계약서 같은 경우에는 연예 활동에 전반적인 걸 제공한다, 기본적인 계약서는 그렇거든요.…그러다. 차량이나 기름값이랑 코디비, 밥값, 메이컵 이런 거 다 반, 5:5로 나누자 이렇게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그렇게 되면 사실 신인 같은 경우에는 9:1까지도 느낌이 되요. 저희들은 수입이 별로 없으니까. 저도 그래서 저번에 한 걸 거의 4000만원 벌었는데 1000만원도 못 받었거든요. 사실은 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요새 경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신인들의 처음 책정된 출연료가 깎이지는 않았어요 … 재작년에 20만원 준걸 10만원 주는 거 아니거든요. 사실 신인한텐 너무 좀 가혹하죠."(20대 초반 연기자)

'빈곤'의 악순환 틈새 끼어드는 '스폰서'

이러한 기형적인 기획사 구조와 연예인들의 생활고를 이용하는 것이 바로 '스폰서'다. 연예계에서 '스폰서'는 매우 일상적이며, 이들은 주로 지망생이나 신인 시절에 이런 제안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이들의 외모나 성적 매력 뿐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특별함이 사회 유력 인사들의 '과시적 소비'의 대상이 된다는 분석이다.

"친구가 나오라고 해서 나갔는데, 아빠 같은 분이 저녁 먹고 나랑 애인할래 딱 이렇게 묻는 거예요. 아니요… 아빠 같은 분하고 겁나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 주고 나는 너의 젊음을 사고 이러시는 거예요.… 정말 많아요. 그런 일. 그런데 한 번은 혹해요. 부럽기도 해요. 하루 만나서 밥 먹고, 얘기 해 주고 그러면 300만 원 받고, 나는 한 달을 일하면 100만 원 벌기도 힘들고"

게다가 스폰서 제안을 수락하지 않은 이들도 '만약 그 제안을 수용했더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는 식의 패배감도 깊다. "사실상 스폰서 없이 이쪽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어렵다", "신인 여자 연예인의 인기가 급상승했다고 하면, 스폰서와의 관계부터 의심되는 게 현실이다"는 류의 반응이 많다. 그만큼 연예계에 스폰서 관행이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여성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사회 전체의 왜곡된 성문화에 더해 수요예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연예인 수급구조'의 불균형과 이로부터 시작되는 연예산업의 구조적, 조직적 문제로 인해 일어난다"면서 "우리나라도 관련 법 제정 등을 통해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자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는 한편, 연예인과 연예산업을 지원·육성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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