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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여성 연기자 60%, 성 접대 제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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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여성 연기자 60%, 성 접대 제의 받았다"

"술 시중, 성 접대 거부하면 불이익" 답변도 과반수

여성 연기자 가운데 60.2퍼센트가 사회 유력인사 등에게 성(性) 접대를 해 줄 것을 제의받았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31.5퍼센트는 가슴, 엉덩이, 다리 등을 만지는 행위를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술 시중이나 성 접대를 거부하면 캐스팅, 광고 출연 등에서 불이익을 겪는다는 답변도 58.3퍼센트에 달했다.

고(故) 장자연 씨 사건을 계기로 드러났던 여성 연기자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이런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마련한 브리핑에서 발표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12월 여성연기자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바탕한 발표다.

"모텔 끌려가야 '이쪽 일' 할 수 있다?"

이날 발표 내용은 단순한 설문조사 결과에 그치지 않았다. 수치로 담을 수 없는, 여성 연기자의 솔직한 고백도 담겼다. 조사에 응한 한 연기자는 "기획사 대표가 세상과 남자를 알아야 한다면서 모텔로 끌고 갔어요. 옷을 실컷 사주고 저를 집에다 데려다 주는 줄 알았는데 모텔로 데려가더라고요.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이쪽 일을 하려면…"이라고 말했다.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요구받았다는 답변이 21.5퍼센트, 명백한 형사 처벌 대상인 성폭행 피해 사례가 6.5퍼센트였다.

다른 20대 여성 연기자는 조사 과정에서 "친구가 나오라고 해서 나갔는데 아빠 같은 분이 저녁 먹고 나랑 애인할래 딱 이렇게 묻는 거예요.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하게 해주고 나는 너의 젊음을 사고' 이러시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성매매'를 제안받은 사례다. 아예 여성 연기자를 매개로 후원자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기획사도 있었다. 기획사가 사실상 '포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성 접대 상대는 재력가, 방송사 PD, 감독, 제작사 대표, 기업인, 광고주, 기획사 대표, 정·관계 인사 등으로 다양했다.

연기자를 감금하는 기획사…무상 출연, 성형 수술 강요

여성 연기자들의 권리가 유린되는 사례는 성폭행, 성 접대 강요 등에 그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일거수일투족을 기획사로부터 감시당한 경험을 고백했다. 기획사의 승인 없이는 최소한의 자유도 누리기 힘들었다는 게다.

또 기획사가 관여하는 행사에 무상 출연을 강요당했다는 답변이 49.2퍼센트, 본인의 사전 동의 없이 계약이 양도된 경험을 한 경우도 36.5퍼센트였다. 연기자를 사실상 감금하다시피 구속한 사례도 있었다. 인간 관계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런 피해는 연기자뿐 아니라 연기자 지망생도 대부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자 지망생들은 대체로 연기자에 비해 피해 규모가 적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원치 않는 성형 수술을 강요받은 경험은 연기자 지망생이 많았다. 연기자 지망생과 연기자 가운데 각각 58.7퍼센트, 55.6퍼센트가 이런 일을 겪었다.

'바늘 구멍' 앞에서 바글대는 연기 지망생들…"연예산업 관련 법 제정 필요"

연기자 및 연기자 지망생들이 겪는 인권 침해의 배경에는 기형적으로 발달한 연예 산업이 있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연기자 수요는 적은 반면, 공급은 지나치다는 점이 핵심이다.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연극영화과 등 255개의 관련 학과 재학생 수는 3만332명이다. 그리고 220∼230개로 추정되는 연기학원을 통해 1년에 수도권 지역에서만 4만8000여 명의 연기자 지망생이 배출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로 연기자가 되는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성 접대를 받는 이들, 연예 기획사가 '바늘 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연기자들의 조급한 상태를 이용한다는 게다.

인권위는 이날 "법 제정 등을 통해 연예경영 사업자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고 연예인협회와 같은 기구 등을 설립해 상담 창구 운영이나 멘토시스템 도입, 인권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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