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는 의료보험으로 처리할 수 없다.
자동차 보험이나 오토바이 보험으로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혹시라도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토해내야 한다.
베트남인 쩡(가명)은 오토바이 질주를 즐긴다.
평택 서탄에서 화성 발안까지 18킬로를 15분이면 주파한다. 계산해보니 시속 70킬로! 그러나 시골길을 이 정도로 달리다가는 사고가 나기 쉽다.
2008년 9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 7시.
쩡은 발안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서탄의 공장을 출발했다. 태국인 동료의 오토바이를 타고서.
일단 덕절리까지는 신나게 달렸다. 하지만 00초등학교 모퉁이를 돌다가 사고가 났다. 그곳에 새 과속방지턱이 생겼다는 걸 깜박 잊었으니까. 소주를 사이다컵으로 한 잔 마신 게 화근이었다.
덜컹!
방지턱을 넘는 순간 헬멧이 내려와 눈을 가리면서 몸이 붕 떴다가 길옆의 개울에 처박혔다.
꽈광!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고 무릎이 깨졌다.
발안 병원에 실려 가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 15일 입원했고 2달 동안 통원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가 총 490만 원이 나왔다. 직접 낸 돈은 250만 원 정도이고 나머지 240만원은 의료보험으로 처리했다. 1년 3개월 뒤에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2009년도 다 저물어가는 12월 27일 그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통보를 받았다. 240만원을 토해내라는!
그는 <기타징수금납부독촉서>를 들고 발안으로 찾아왔다.
"왜 돈을 다시 내야 하죠?"
나는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오토바이 사고는 의료보험 안 돼. 돈 도로 물어내야 돼."
대신에 나는 건강보험공단과 상의해 그가 매달 10만원씩 할부로 낼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는 이미 3번의 할부금을 냈다.
낼 돈을 내는 것이지만 근무의욕은 떨어졌다.
할부금을 앞으로 21번이나 더 내야 하고, 수술한 다리도 완전치 않기 때문이다. 수원역 전철 계단을 내려가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앞으로 *고꾸라진 적도 있다.
이래저래 정이 떨어진 그는 베트남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하지만 할부금 때문에 갈 수도 없다.
다만 옛날 회사에서 받을 퇴직금이 305만 원 정도 남아있는데 그는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 돈만 받으면 할부금 갚고 떠나야지."
이게 요즘 쩡의 입에 붙은 말이다.
*고꾸라진 적도 : 이때 사장님에게 부탁해서 일주일 쉬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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