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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고집 부리면 미군이 위험해진다"

[월러스틴의 '논평']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착의 승자는 누구?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79) 미 예일대 석좌교수의 국제 문제 칼럼을 <프레시안>에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 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 문제 논평문(Commentary)을 전문 번역해 소개합니다.


월러스틴 교수는 16세기 이후 자본주의를 세계사적 관점으로 분석한 '세계체제론'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학자입니다.
▲ 이매뉴얼 월러스틴 미 예일대 석좌교수

국제 문제의 대가인 그가 1998년부터 정기적으로 발표해 4월 1일 현재 278회를 맞고 있는 칼럼은 세계의 여러 이슈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월러스틴은 1974년 <근대세계체제론> 1권을 시작으로 1980년과 1989년 전3권의 대작을 발표했고, 뉴욕주립대(SUNY) 빙햄턴대학 페르낭브로델연구소를 중심으로 '세계체제론 학파'라는 학문적 흐름을 개척했습니다.

<근대세계체제론> 외에도 그는 <역사적 자본주의>(1983), <미국파워의 쇠퇴>(2003), <유럽의 보편주의>(2006) 등의 저작을 집필했습니다. <편집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착의 승자와 패자 (4월 1일. 278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 상황에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온 사람이라면 지금 몇 겹의 혼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이 아무리 약한 형태일지라도 국가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결사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각은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들은 상당히 분열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유화적 입장에 서 있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고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선을 국경으로 하는 것보다 후퇴한 수준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양측의 이러한 입장이 국제사회의 압력이나 조정에 의해 바뀔 가능성은 제로다. 따라서 현 상황은 교착상태(deadlock)다.

이런 교착은 누구에게 이득이 되고 누구에게 손해가 될 것인가? 이스라엘 정치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이득을 볼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이스라엘에는 [구약성서에 나온] 옛 땅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은 커다란 재앙이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완강하게 고집을 부리면 종국에는 국제사회(아랍 팔레스타인인들을 포함해)가 "이미 벌어진 현실(realities on the ground)"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정책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작동해 왔다. 그런데 왜 그걸 바꾸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지지자들까지도 국제 정치의 기류가 이스라엘에 유리하지 않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으로) 별도의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two-state solution)이 안 된다면 결국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스라엘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것(one-state solution)인데, 그렇게 되면 유대인의 수는 머잖아 소수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경우 보통선거가 실시된다면, (즉 유태인, 아랍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준다면), 그 나라는 더 이상 '유대인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선거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지난달에도,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지지자로 잘 알려진 토머스 프리드먼이 <뉴욕타임스>에 '예루살렘의 음주운전'이라는 칼럼을 써서 파장을 일으켰다. 프리드먼은 이스라엘 정부가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맞춰 동예루살렘 정착촌 추가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것으로 그를 맞이했다며, 바이든은 그런 모욕적인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이스라엘을 떠났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프리드먼은 바이든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진짜 친구다. 그런데 당신들은 지금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오랫동안 지지해 왔던 또 하나의 인물은 레슬리 겔브[미 외교협회 명예회장]는 자신의 블로그에 쓴 '이스라엘, 불장난을 하고 있다'란 글에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바이든 모욕이 초래할 결과들을 결코 좋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이든 부통령은 왜 프리드먼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두 가지 답이 있다. 하나는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몇 안 되는 이스라엘인 중 하나인 [저널리스트] 우리 아브네리(Uri Avnery)로 그는 이번에도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오랜 격언으로 자신의 글을 맺었다. "겁쟁이는 누가 자기 얼굴에 침을 뱉어도 '빗물이 튀었네' 하고 모른 척할 것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의 대통령도 그렇게 할 것인가?"

다른 하나의 답은 미국의 정치 현실과 관련된 것이다. 오바마는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을 영원히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 외에는 아직까지 특별히 한 일이 없다. 그러나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바마가 (이집트 카이로 연설처럼) 아랍인들에게 약간의 제스처를 보인 것을 두고 그가 이미 아랍측에 크게 기울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처남(또는 매부: brother-in-law)은 최근 이스라엘군(軍) 라디오에 출연해 오바마의 그 연설을 거론하며 그를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는 많은 것을 하지 못한다. 지금껏 그래 왔다. 이스라엘 강경한 정책에 대한 지지가 미국 내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공격적인(important and aggressive) 친(親)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힘 때문만이 아니다. 기독교 우파들이 초강력 친 시오니스트적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바마는 많은 민주당 정치인들과 이미 많은 갈등을 빚고 있어서 그들과 또 다른 싸움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EPA=연합

미국 정부는 계속 이런 정책을 취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에 대한 서유럽 국가들의 지지는 지난 10년간 급격히 약해졌다. 팔레스타인 아랍인들, 특히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가혹하고 냉담하고 완고한 태도 때문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강경한 입장에 대한 지지는 미국 내 상당수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약해졌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비판이 다른 쪽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크 페리는 지난 1월 16일 <포린폴리시> 기사에서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군 사령부(CENTCOM)의 고위 관계자들이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에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교착에 대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퍼트레이어스와 그의 사령관들은 만나는 모든 아랍 지도자들로부터 비판적인 메시지를 계속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퍼트레이어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중동 사람들에게] 약한 나라로 비춰질 뿐만 아니라, 중동 주둔 미군의 위상도 잠식되고 있다." 요컨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착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 작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마크 페리의 결론은 이러했다. 워싱턴에는 전미총기협회(NRA), 미국의사협회, 변호사협회, AIPAC 등 강력한 로비단체들이 있지만 "군대만큼 중요하고 강력한 로비단체는 없다." 퍼트레이어스는 멀린 의장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미군들의 생명만큼 중요한 건 아니다."

퍼트레이어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중부군 사령관에 임명됐다. 또한 미국 우파들은 그를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지금 미국 우파들은 그를 배신자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완고한 태도는 단기적으로 얻는 게 있었다. 그러나 중기적으로 볼 때는 프리드먼이나 겔브가 지적했고 퍼트레이어스가 강조했듯이 그건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것이다.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자신들에게 101%의 지지를 보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비난할 준비가 되어 왔다.

그러나 그들이 프리드먼이나 겔브를 "스스로를 증오하는 유대인"이라고 부르고, 퍼트레이어스를 "반유대주의자"라고 부름으로 해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내 생각보다 훨씬 심한 착각 속에 사는 것이다. 겔브는 그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끝맺으며 이렇게 경고했다. "지금은 이스라엘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얼마나 깊고 안정적인지를 시험할 때가 아니다."

네타냐후는 오바마 대통령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지 보려고 워싱턴으로 갔다. 그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지금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하나의 국가를 만드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게 현명한 방책이건 아니건,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함께 강경한 입장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건 말건, 이스라엘의 정치지도자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건 없건, 그렇게 가고 있다. (☞원문보기)

* '( )'는 월러스틴의 표기이며 '[ ]'는 번역자가 추가한 내용.
* 번역 황준호 기자


* 저작권 관련 알림 :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 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 , 1.336.686.9002, 1.336.286.6606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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