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이야기다.
베트남 여성이 찾아와 호소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피가 나요."
"언제부터 그래요?"
"한 달쯤 됐어요."
그녀는 섬유회사에서 1년 5개월째 일하고 있다.
원단을 짜는 공장인데 한 가지 특징이 있다. 품질 관리를 위해 실내 온도를 항상 섭씨 30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실이 꼬이지 않는다나? 하지만 이게 문제다. 같은 30도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를 거의 하지 않아서 실내 공기가 무척 탁하고 답답한 것.
처음에는 코감기에 걸린 것처럼 콧물만 나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콧물이 줄줄 흘렀고, 급기야는 아침에 일어나 코를 풀면 피가 나는 것이다.
궁금해서 물었다.
"거긴 한국사람 없어요?"
"주야로 관리자가 두 사람씩 있어요."
"그 사람들은 코피 안 나요?"
"안 나요."
"왜 베트남 사람만 코피 날까?"
"베트남은 밖이건 안이건 온도 똑같아요."
"그럼 한국은?"
"더웠다 추웠다 온도 차 많이 나요. 실내는 30도인데 밖은 영하잖아요."
공기가 탁해서라기보다는 급격한 온도 차이 때문에 코피가 난다고 그녀는 굳게 믿고 있었다.
더 궁금한 것을 물었다.
"1년 만기가 되었을 때 회사 바꿀 수 있었는데, 왜 안 바꿨어요?"
후회가 되는지 한숨을 쉬며 답했다.
"그때는 베트남 언니가 있었거든요."
코피는 코피고, 베트남 언니는 베트남 언니지! 두 가지를 섞어 놓으면 어떡하나? 베트남 언니가 있으면 코피가 나도 상관없단 말인가?
알고 보니 그녀 곁에는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있어서 코피가 나도 참았는데 그 언니가 며칠 후 다른 회사로 가는 모양이다.
코피도 나고 언니도 가고!
그녀는 바야흐로 복합적으로 상실과 절망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럼 바꿔야지.
내가 물었다.
"회사 바꿔달라고 사장님한테 얘기해봤어요?"
"예."
"뭐래요?"
"안 바꿔준대요."
사장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직장 이동이 불가능한데 어쩌나?
유일한 돌파구는 진단서 떼어서 고용지원센터에 제출하는 수밖에 없다. 그녀에게 진단서를 떼어오라고 시켰다.
그러나 그녀는 두 달째 소식이 없다. 전화도 안 받고.
간접적으로 알아보니 그녀는 아직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다.
언니가 직장을 안 옮겼거나,
그녀가 참고 일하거나.
코피 또 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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