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가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가끔

[한윤수의 '오랑캐꽃']<211>

스리랑카 노동자 무시키(가명)는 마음이 아프다. 왜냐? 고향의 어머니가 무척 아픈데 가볼 방법이 없으니까.
만일 무시키가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으랴? 사장님에게 휴가를 받아서 고향에 다녀오면 되니까!
하지만 무시키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없다. 전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지만 아직 새 직장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구직중이다. 하지만 휴가 때문에 아무 회사나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무시키가 나를 찾아왔다. 어떻게든 스리랑카를 다녀오게 해달라고! 하지만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나?
00출입국에 전화해보았으나 원론 수준의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사장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건 아는데요. 이 사람은 사장님이 없다니까요."
"글쎄, 그러면 무조건 안 되죠."
무조건 안 된다니! 너무나 소극적인 태도가 아닌가.

성의 있는 대답을 해줄 사람이 어디 없을까? 여기저기 전화해보다가 마지막으로 S출입국의 U선생에게 부탁해보기로 했다.
"근로자의 엄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데 보기에 딱하잖아요?"
"그러게요"
"되는 방법이 있나 좀 알아봐주실래요?"
"알았습니다. 사례가 있나 한 번 찾아보죠."

한 시간 쯤 후 답이 왔다.
"구직중인 근로자에게 지금까지 딱 한 번 휴가를 준 케이스가 있었네요."
"아, 있었습니까?"
"예. 부친이 아프다는 근로자를 출국시켰다가 재입국시켰네요."
"그랬군요."
"하지만 목사님.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근로자의 가족이 아프다는 확실한 진단서가 필요하고요. 둘째, 만일 근로자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는 화성센터에서 책임진다는 보증서를 공문으로 보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한 번 결재를 올려보도록 하죠."
"하이고, 고맙습니다."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든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좋은 사람이 도처에 있다

나는 무시키에게, 스리랑카로 연락해 모친의 진단서를 떼어서 팩스로 보내라고 시켰다.

하지만 그 후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무시키는 달포가 지난 지금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통화도 안 되고.
아마도 무시키 모친의 병은 진단서를 뗄 정도의 병이 아니었던 것 같다. 혹시 꾀병?
하기야 우리도 군대 시절 휴가 한 번 받으려고 안 아픈 어머니를 다 죽어가는 어머니로 만들지 않았던가.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를 한 번 더 돌아가시게 만들기도 하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국인들도 가끔 거짓말을 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런 일이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