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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연기론, 5가지 근거의 허구성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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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연기론, 5가지 근거의 허구성을 밝힌다"

[기고] 전작권 전환 연기·폐기론, '국익'을 해치고 있다"

근래 2012년 4월 17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일시 유예하거나 사안 자체를 아예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워싱턴과 서울에서 분주하다. 일부 언론은 우리 정부의 고위 관리가 이미 전작권 전환을 1~2년 유예하는데 한미간에 공감대가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탔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미국의 전문가들도 연일 이런 저런 이유를 빌미로 전작권 전환 유예 혹은 재검토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 사안은 우리의 미래 안보와 동맹국 미국과의 신뢰가 걸린 중차대한 성격이어서 냉정한 검토를 요한다.

한미간에 매우 긴밀한 협의 끝에 내린 합의를 유예한다거나 되돌릴 때에는 아주 막중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필자는 전작권 전환 반대론이 한미간 합의를 뒤집어야 할 만큼 객관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합의를 존중하여 예정대로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이 동맹국에 대한 신뢰와 우리의 총체적 안보 이해관계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24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2012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이 주한미군 전력의 감소나 미국의 한반도 안보 의지 약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작권 전환이 (연관이 없는) 별개의 독자적인 작전권을 행사하도록 하거나, 또는 한국군의 홀로서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주장을 위해서는 반대론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반대론을 주장하는 사람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요약하자면 1) 노무현 정부의 자주 및 주권 논리에 의한 무리한 추진 2) 북핵 문제로 인한 안보 환경 변화 3) 한미연합사 해체에 따른 안보 공백 4) 우리 군의 방위태세 미비 5) 2012년 관련국들의 정치 일정에 따른 불안정성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와 주권 제고 노선에 따라 여론몰이식으로 전작권 전환이 추진되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 대통령이 주권의 증대와 자율성을 추구했을 개연성은 있다. 설혹 그랬다 하더라도 그 점을 칭찬은 못할망정 시비거리로 삼을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현실주의 동맹정치론은 한미간의 동맹과 같은 '안보-자주 교환동맹'에서 상대적 약소국이 자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마땅한 행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김영삼 정부 시기 '한국 방위의 한국화' 명제가 한미간에 합의된 이후 오래 미루어온 숙제였다. 전작권 전환의 역사가 적어도 20년은 된다는 말이다.

전작권 전환은 탈냉전기 미국의 '동아시아전략구상'(1991년 미 국방부 보고서)에 닿아 있고 2001년 9.11 테러 이후 변화된 미국의 세계 군사 운용 노선(GPR, 군사변환, 전략적 유연성 등등)과 맥이 닿아 있는 사안이다. 동맹국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존중해주는 가운데 한미간에 바람직한 공동방위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작동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북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 안보 환경에 변화가 왔고, 특히 핵실험 이후 남북간 비대칭전력 격차 문제가 있어 전작권 전환을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작권을 전환하면 이같은 안보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남침', '핵무기와 미사일' 같은 매우 위협적인 용어들도 동원된다.

그런데 이 우려는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우산과 확장 억지력을 포함한 공고한 안보태세를 재확인하였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의해 말끔하게 정리되었다. 북핵 문제가 엄중한 것이야 안보 걱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일이지만 이 정상회담 결과 하나로 미국의 공고한 안보 공약이 확인된 셈이다.

때마침 지난 24일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총체적인 군사 역량을 바탕으로 하는 확장 억지력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 한미 동맹을 위해 지금과 변함없이 헌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대통령과 주한미군 사령관의 말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북핵 문제 때문에 전작권 전환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우리의 공론과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고 본다.

셋째, 한미연합사 해체로 인한 안보 공백 주장이다. 국방부 홈페이지에 가면 전작권 전환이후 일종의 '신(新)연합체제'가 어떻게 구축되는지 소상한 설명이 있다. 예의 청문회에서 샤프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 이후 우리 합참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새로 창설될 미국의 한국사령부(KORCOM)가 지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한미간의 지휘 체계에 변화가 오는 것은 맞지만 '주도와 지원'이라는 상호보완성에 내용적 변화가 오는 것이지,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것도 아니고 유사시 증원계획 등 미군의 개입 위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합참은 이같은 준비에 몰두하고 있고 한미 양군은 이미 '키 리졸브' 합동연습에서 유사시 증원계획에 따른 군사작전 훈련을 하고 있는 데 자꾸 밖에서 전작권 전환을 미루자, 재검토하자고 하는 것은 결코 건설적인 태도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연합사 해체에 따른 안보공백론을 제기할 때가 아니라, 한미간에 '신연합체제'를 어떻게 신뢰감있게 긴밀한 협의를 통해 수립하느냐에 매달려야 할 때라고 본다.

넷째, 우리 군의 방위태세 불충분성 주장이다. 우리 군은 지난 40여 년간 부단하게 전력증강에 노력해왔다. 그 결과 세계 어디 내놓아도 부럽지 않은 선진강군으로 규정해도 무방할 만큼 발전했다. 자기 방위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역량을 갖추었으며, 전작권 전환 이후 에도 계속 주둔하게 되는 미군의 지원을 받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2012년이 시기적으로 불안하다는 주장이다. 즉 한미 양국에 대선이 있고, 중국에도 리더십에 변화가 오며,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해가 2012년인데 그런 때에 전작권을 전환해야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이다.

이는 참으로 옹색한 논리로서 별 설득력이 없다. 2006년 10월 제38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한미 양국 정부와 국방 당국은 2009에서 2012년 사이에 전작권 전환을 하자는데 최종 합의를 했고, 이듬해 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최대한 늦게 잡아서 2012년으로 공식화했다.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 우리 군의 충분한 준비 기간 등을 배려해 가장 늦춘 시점을 선택했던 것이다.

반대론이 주장하듯 2012년의 정세 불안 가능성 때문에 합의를 유예해야 한다면, 2006년 당시 협상에 참여한 양국 군수뇌부나 외교안보담당자들이 2012년에 예견된 정치 일정을 몰랐거나 무시했다는 말이 된다.

▲ 필자 이수훈 경남대 교수(정치사회학) 겸 극동문제연구소장(美 존스홉킨스대 박사. 前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제공
정말 그랬을까?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북한이 내세우는 '강성대국'이라는 슬로건이 정치 상징 외에 어떤 실제적 내용이 있나? 중국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오면 정책 기조에 급작스런 변화가 오나? 한국과 미국의 대선은 전작권이 전환되고 수개월 뒤에 예고되어 있는데 어떻게 뒷일이 앞일에 인과적으로 작동하나? 따라서 2012년 정치 일정을 빌미로 전작권 전환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은 반대를 위해 끌어들인 구실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듯 2012년 전작권 전환 반대 주장은 실질적 내용면에서 타당성이 약하다. 반대를 위해 그럴싸한 명분과 구실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우리의 안보와 한미동맹의 신뢰 제고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특정한 관점과 이해관계를 견지하거나 대변하기 위해 접근할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기왕 합의한 사안인 만큼 이행하는 것이 합당하고, 그런 방향으로 공론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국익에 이바지하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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