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정부조직개편안 원안 통과의 조건으로 △언론 청문회, △공영방송 이사 선임 요건 강화 △MBC 김재철 사장의 검찰 조사와 사퇴를 내건 데 대해 당내 반발 기류가 감지됐다.
박 원내대표는 계속된 국정 파행을 막기 위해 "박 대통령이 도저히 물러설 수 없다고 하니 야당이 한발 물러서겠다"며 '통 큰 양보'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유선방송사업자(SO) 인허가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등 핵심 쟁점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SO 업무의 이관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인 문방위원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국회 문방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전날 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문방위원들과는 견해를 달리한다. 사실 이 부분(세 가지 제안)은 그렇게 강하게 조건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방위 소속 최민희 의원 역시 이날 오전 교통방송(TBS)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 "김재철 사장 같은 경우는 이미 감사원이 고발했는데, 저런 당연한 이야기들을 왜 냈을까 생각했다"며 "(정부조직 개편안 관련) 워낙 어려운 상황이여서 (당 지도부가) 저렇게라도 하는구나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너무 사실은 양보한 안"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원칙적으로 방송정책권을 독임제 부처에서 위원회로 가져오기 위해서 오랫동안 방송민주화 운동이 있었다"며 "박근혜 정부가 방송정책권을 독임제 부처에게 가져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양보는 불가하다는 게 저희들의 입장"이라며 지도부의 '양보'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내용 부실' 지적에 이어 박 원내대표가 문방위 의원들과 사전 교감 없이 제안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문방위 소속 한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스스로도 밝혔듯 본인 혼자 결단을 내린 거고, 특히 문방위 의원들과 사전 교감 없이 한 데 대해 당연히 반발이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6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사전회의에서 당 지도부를 상대로 제안 취지 등을 설명한 뒤 곧바로 공개 제안을 했다.
이 실무자는 또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요구라 당연한 요구인데, 이게 과연 정부조직법 관련한 딜의 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다들 의문을 갖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의원은 당 지도부의 '전략 미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7일 평화방송(PBC)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지도부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방법이나 시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정이 있겠지만 매우 작위적인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도부 입장에서는 빨리 정부 조직개편안을 처리하고 싶었을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를 담보 받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즉각 거부할 정도의 상황인데 민주당 지도부가 왜 이것을 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제안 당일 우원식 원내 수석부대표와 이견을 보인 데 대해 "국민적 걱정이 심하고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할 건 하고 방송 공정성을 담보받겠다는 충정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원내대표의 결단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당 의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정부조직법이 여전히 국회 표류하는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과의 대치에 더해 당내 의견 불일치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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