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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북한 비핵화' 오바마 '한반도 비핵화', 목소리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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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북한 비핵화' 오바마 '한반도 비핵화', 목소리가 다르다"

퀴노네스 전 美 북한담당관 "한·미·일, 대북 제재 효과 없다는 사실 인정해야"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을 제거하는 것은 미국, 일본, 한국 모두에 어려운 일이고 정치적으로도 논쟁을 불러올 문제지만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vital) 일이 될 것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당시 미국 측 협상 대표 중 하나였던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반도 상황에 조언을 내놨다.

일본 아키타 국제대학원 학장으로 재직중인 퀴노네스 전 담당관은 18일 <포린폴리시> 한국어판 주최 학술회의에서 "미국이 1991년 동북아에서 전술 핵무기를 비롯한 미군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선언하고 이행을 시작했던 때를 상기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핵 억지력이 제거(dismantle)돼야 한다고 말했다.

퀴노네스 전 담당관은 1975년 베트남 통일 이후 동남아 주둔 미군이 15년에 걸쳐 서서히 철수했던 역사를 언급하며, 불가능해 보였던 그 일이 가능했던 것은 미 정부가 전략적 우선순위를 재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북한 안 망한다고 가정하고 협상해야"

퀴노네스는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한·미·일 동맹국들은 경제 제재가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게 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오히려 경제 제재를 이용해 자신들의 비협조적이고 적대적인 행위를 합리화하고 협상을 지연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는 북한의 정책과 행위를 바꾸는데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는데, 그건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강화를 꺼려했기 때문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퀴노네스는 또 가까운 미래까지는 북한이 생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미·일 3국이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각국의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비생산적인 논쟁만 지속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한·미·일에 공동의 전술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 관여정책(engagement)으로 돌아갔지만 한국은 목표가 불분명하고, 일본은 불분명하지만 여전히 봉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각의 접근법이 더 달라진다면 이득을 보는 건 북한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핵화' 용어에 대한 한미 양국의 차이를 예로 들며 각자의 목표가 다르다는 것을 설명했다. 작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썼지만,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보다 이틀 전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나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나온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완전히 수용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남한에 대한 핵 사찰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또 "작년 12월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유인책에 방점을 찍는 관여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한국은 그러한 접근에 적어도 부분적으로만 찬성하는 듯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하토야마 내각의 일본은 아직까지 관여 그 자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의 일방적인 입장이 지속되면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이 북한에 일치된 입장을 내놓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특정 국가의 문제보다 글로벌 이슈에 우선순위"

한편,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퀴노네스는 국제 테러리즘, 핵무기 확산, 지구온난화 등 글로벌한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지역은 중동이라며 "중동에 있는 높은 수준의 테러 위협 요소가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우려국가'(concern)란 용어를 사용한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이 군부 독재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핵 능력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특정 국가보다는 글로벌 이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일본이 국가주의적 프리즘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보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를 부정확하게 인식한다면서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의 우려 사항도 세심히 살피긴 하지만, 미국의 외교정책은 워싱턴에서 오랫동안 정착되어 온 정책의 우선순위와 복잡한 정치 과정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자신들의 안보와 번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핵확산 방지라는 최우선 과제에 위협을 주는 북한의 핵 능력과 핵 야망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퀴노네스는 1981~87년 주한 미 대사관에 근무하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던 94~96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내며 한반도 문제에 정통하게 됐다. 미국 외교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면담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수십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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