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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이라크 총선, 변수는 여전히 '사담 후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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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임박한 이라크 총선, 변수는 여전히 '사담 후세인'

'실패한 총리' 말리키, '反후세인 카드'로 판세 흔들기 시도

이라크가 오는 7일 총선을 실시한다.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지 8년, 2005년 1월 제헌의회 선거를 거쳐 2005년 12월 총선을 치른지 4년 3개월 만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크게 네 개의 세력이 경합하고 있다.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은 친미 시아파 세력을 주축으로 이라크 내 소수파인 수니파 일부와 군소 쿠르드·기독교 정파까지 약 40여 개의 정당과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뒤를 쫓고 있는 세력은 시아파인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정당연맹체 '이라키야'로 세속주의·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수니파의 주요 정당인 국민대화전선(NDF)이 참여하고 있고 후세인 시대 집권세력인 바트당 관련자들도 있다.

그 뒤를 따르는 이들은 이라크국민연맹(INA)으로 시아파 최대 정당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ISCI)와 반미 강경 시아파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정파로 구성되며 '반미-친이란' 성향이 강하다. 그 뒤로는 잘랄 탈라바니 현 대통령이 이끄는 쿠르드 세력이 포진해 있다.

전문가와 현지 언론들은 이들 중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세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치안이 어느 정도 안정되는 상황과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말리키 총리의 법치국가연합이 1당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말리키 총리는 전후 재건에 있어 '실패한 총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반(反) 후세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월 바트당 관련자들 수백 명에 대한 선거 출마 금지 조치가 그것이다.

말리키의 전략은 후세인 추종자들을 무력화함으로써 만만찮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라키야' 세력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패트릭 콕번이 1일자 기사에서 분석했다.

이번 총선의 성공 여부는 향후 이라크 민주주의의 정착, 전후 재건, 종파 갈등, 미군 철수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패트릭 콕번 기자는 선거 결과가 어떠하건 이라크가 다시 종파간 내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석유와 영토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아랍인들과 쿠르드족들도 서로 싸우면 잃는 게 더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힘을 회복한 알 카에다와 바트당 세력의 연합 공격, 이란의 영향력 등은 이라크의 앞날을 쉽게 가늠하기 힘든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다음은 <인디펜던트>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보기)

▲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오른쪽)가 오는 7일 총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반(反) 후세인 카드로 시아파를 분열시키고 수니파를 탄압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 당시 기자석에서 날아온 신발을 막으려 하는 알 말리키 총리.

후세인보다 더한 적대 세력 탄압

7일 이라크 총선까지 일주일 남았다. 이라크 정부는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집권당인 바트당에 참여했던 후보 수백 명에 대해 출마 금지령을 내렸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수니파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마녀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알 말리키 총리는 "수니파들이 선거에 나오는 것에 결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바트당의 이념을 노골적으로 선전하는 자들만 제거하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마 금지 대상이 대부분 시아파라고 했지만, 명단에 오른 사람들 중에서 중요한 인물들은 모두 수니파다.

후보 500명에 대한 출마 금지 조치(최종적으로는 145명)는 올 초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바그다드 내 한 소식통에 따르면, 출마 금지 발표 직전까지 명단 안에는 수백 명의 군·경 인사들과 약 1000명의 지방 관리들까지 포함됐었다고 한다.

알 말리키 정부는 내정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 전역에는 '바트당 범죄자들의 복귀를 거부한다' '당신을 탄압한 바트당에게 복수하라'는 포스터와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다. 실업이나 전기, 공공 서비스를 개선시키겠다는 포스터는 매우 소수다.

언론 매체들에는 바트당의 음모에 대한 기사들로 넘쳐난다. 이라크 남부의 시아파 지역에서는 바트당의 정계 복귀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벌였다. 집권 세력을 포함한 시아파 정당들은 과거 바트당이 시아파를 탄압했을 때보다 더 강하게 바트당을 억압하고 있다.

시아파 내 분열 노리는 말리키 현 총리

바트당에 대한 광기는 후세인 지지자들이 실제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기보다 다수파인 시아파 내부의 정치적 분열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이라크는 인구의 80%를 대표하는 시아파-쿠르드족 연합 세력이 계속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바트당 세력 축출 조치의 정치적 목적은 아마도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세속주의적 민족주의 정치연합 '이라키야'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출마가 금지된 정치인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살레 알 무트라크인데, 그는 의회 내 수니파 정당 중 두 번째로 큰 국민대화전선(NDF)을 이끌고 있고, 알라위 전 총리와 연합하고 있다.

출마 금지 조치 발표 직후 NDF의 선거 보이콧을 선언한 무트라크는 지난 주 입장을 번복했다. 2005년 총선에서 수니파들이 선거를 보이콧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세력간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에는 또 시아파들이 이라크국민연맹(INA)에 표를 몰아주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이라크국민연맹(INA)은 시아파 이슬람주의 정당들, 그리고 누리 알 말리키 현 총리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모여 만든 연합이다.

INA는 크게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ISCI)와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구성된다. 이 양대 이슬람 시아파 정당은 과거 적대관계였다. 그러나 양측 모두 예전의 인기를 잃어버리면서 결국 손을 잡았다. 지지도를 극대화고 의회 의석을 최대한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INA는 2005년 총선을 싹쓸이했던 시아파 연합을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나 말리키 총리는 총리직을 보장하지 않으면 합류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말리키, 재건 능력은 없지만 정치적 상황은 유리

말리키 총리는 과거 동맹 세력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그 자신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가 높고, 특히 정부 기구를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은 강하다. 정부 기구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후세인 정권 시절처럼 오늘날의 이라크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경제는 석유 수출로 거둬들이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도 집권 정당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고, 2900만 인구는 정부의 식량 배급에 의존하고 있다.

2007년 당시 월 3000명이 폭력으로 희생되던 상황이 2008년 월 수백 명으로 줄어든 것도 알 말리키에 대한 인기가 올라간 비결이었다. 바그다드와 바스라에서 메흐디 민병대(알 사드르의 무장단체) 세력도 힘을 잃었다.

그러나 이라크가 안전한 곳이 됐다는 알 말리키 총리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작년 여름 이후 바그다드에서 트럭 폭탄 테러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처럼 잘 준비된 공격은 바트당 세력과 알 카에다 요원들이 협력하지 않고서는 될 수 없는 것이었다.

바트당 세력의 선거 출마를 금지한 것은 말리키 총리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그가 소속된 다와당은 시아파 이슬람주의를 기초로 세워졌지만, 작년 1월 지방선거에서 다와당은 종파주의적인 슬로건을 내놓지 않고 강력한 민족주의를 표방했다.

그것은 대중들에게 어필했지만, 시아파들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트당 반대 캠페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말리키 정부는 수니파들에게도 미끼를 던지기 위해 지난 주 갑작스럽게 후세인 시대 2만 명의 공무원들을 복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처럼 많은 공무원들에게 급료를 지급하는 것은 이라크 재건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는 석유 수출로 번 돈의 대부분을 엄청난 규모의 군대와 덩치만 크고 무능한 관료 조직을 유지하는데 쓰고 있다.

유가가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 교사 등에 대해 국가가 주는 급료가 올랐고, 그로 인해 전력과 상하수도 등 공공부문에 투자할 자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정부가 이처럼 일자리를 통제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 정부를 장악하려는 정치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분열과 통합, 갈등과 협력의 이중주

공공 서비스가 열악하고 폭력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에 전쟁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간 200만의 난민들 중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일례로 이라크 정부는 해외로 빠져 나간 의사들을 귀환시키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꼭 필요한 전문의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손에는 청진기를, 다른 한 손에는 권총을 들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치안 상황은 3년 전보다 상당히 좋아졌다지만, 바그다드에서만 그렇다. 알 카에다는 공격 능력을 회복했다. 이라크 정부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은 유괴처럼 단지 돈을 목적으로 한 범죄가 더욱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종파간 내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시아파는 2006~7년 수니파를 사실상 제압했다. 석유 자원과 영토 문제에 대해 아랍민족과 쿠르드족의 입장이 매우 다르지만 양측이 싸울 경우 양쪽 모두 잃을 게 더 많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오는 8월까지 전투 병력을 철수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미군 철수는 계속될 것이다.

이슬람 종파주의는 지난 몇 년 간 사라지지 않았다. 총선 시즌에 (말리키 정부가) '반(反)바트당' 카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시아파 정당들은 종파주의라는 마귀를 통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바그다드에서 폭탄 테러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어떤 단일 세력도 다수파를 차지하기 힘들 것이다. 그에 따라 선거 전 맹렬히 다투고 있는 정당들은 선거 후에는 권력을 어떻게 나눠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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