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왕자루이 中 대외연락부장 면담

후진타오 '구두친서' 전달받아…대화 내용 비공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8일 저녁 북한을 방문중인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새벽 보도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구두친서'와 대표단이 준비해온 선물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하고 후 주석에게 보내는 인사를 전한 뒤 왕 부장과 "친선적인 담화"를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통신은 두 사람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면담 장소 등은 알리지 않았다. 북한 언론들은 8일 새벽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2.8 비날론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어 면담 장소가 평양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이날 면담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등 북중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회담, 대북 제재 해제 등 6자회담 복귀의 조건도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는 북한에서 핵 문제를 총괄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배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핵 현안과 관련되어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다기보다는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쳤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김 위원장에 대한 후 주석의 중국 방문 초청이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북중간 조율에 모종의 난기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날 회동에는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과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류사오밍(劉曉明) 주북 중국 대사가 배석했다. 이로써 2003년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 기용된 왕 부장은 2004년 1월, 2005년 2월, 2008년 1월, 2009년 1월에 이어 이번까지 모두 5차례 방북해 빠짐없이 김 위원장을 면담했다.

지난 6일 고려항공편으로 방북한 왕 부장은 노동당 국제부와 회담했고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한 뒤 만수대거리 살림집, 대동강과수농장 등을 참관했으며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의 공연도 관람했다. 왕 부장은 9일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